(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수입자가 해외 수출자와 ‘계약재배’를 맺어 농산물을 싼값에 수입했다. 하지만 신고가격이 객관적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고 증빙마저 부실하다면, 세관이 관세를 다시 매긴 처분은 정당하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한 농산물 수입자는 2024년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신선 생강(소강 600톤, 대강 31톤)을 해외에서 들여왔다. 이 수입자는 “계약재배를 통해 단가를 낮췄다”며 수입계약서에 적힌 금액 그대로 관할 군산세관에 수입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광주세관 조사 결과, 이 업체의 신고가격은 과세가격으로 인정된 유사 생강 가중평균가격의 87.37%~88.09% 수준에 불과했다. 관할 군산세관은 이를 바탕으로 신고가격을 부인하고, 유사물품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다시 매겼다. 수입자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관세법상 수입물품은 수입자가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을 기초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신고가격이 유사물품 가격과 눈에 띄게 차이 나고, 수입자가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소명하지 못하면 세관은 신고가격을 부인할 수 있다. 심판원이 세관의 과세 처분을 적법하다고 본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① 좁혀지지 않은 시세 격차
수입자는 재배 단계부터 물량을 확보하고 현지 시세를 따져 합리적으로 가격을 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고가격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산지조사가격의 80.63%~85.24% 수준에 그칠 만큼 비정상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계약재배의 특성을 감안하면 일반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비교가격과의 격차가 크다면, 단순히 “계약재배라서 저렴했다”는 해명만으로는 낮은 신고가격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② 앞뒤 안 맞는 소명 자료
수입자가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핵심 증빙인 계약재배 계약서에는 수출자의 명판이나 인장이 없었다. 수입자는 2024년 1월 최초 계약 후 수출자 측 요청으로 단가를 올려 3월에 최종 계약서를 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관에 제출된 세부 구매계약서의 날짜는 최초 계약일인 ‘2024년 1월 15일’로 적혀 있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가분석표도 설득력을 잃었다. 수입자는 현지의 전기료·인건비가 올라 단가가 인상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출 자료상 관리비와 인건비는 계약 당시와 같았다. 생강 품종이나 보관 기간에 따라 달라져야 할 자연 감소분, 즉 감모비용도 일률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심판원은 해당 업자가 약 10년 동안 같은 수출자와 거래하면서 유사물품 대비 낮은 가격으로 신고해 세관으로부터 경정·고지를 받아온 점도 함께 지적했다.
③ 가장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삼은 세관
수입자는 세관이 부당하게 높은 시세를 적용해 세금을 부풀렸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심판원의 판단은 달랐다.
세관은 소강의 경우 동일 산지의 aT 산지조사 최저가와 입항일 전후 30일 이내 유사물품 최저가를 비교해, 그중 ‘가장 낮은 가격’을 과세 기준으로 삼았다. 대강 역시 동일 산지 자료가 없자 동일 생산국 내 최저가를 찾아 유사물품 최저가와 다시 비교한 뒤 더 낮은 금액을 적용했다. 세관이 임의로 수입자에게 불리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심판원은 신고가격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충분하고 소명은 부실하다고 판단해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심판례: 군산세관-조심-20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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