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상속 개시 전 피상속인 명의 계좌에서 인출돼 배우자 명의 계좌에 예치된 자금이라도, 실질적으로는 배우자가 아닌 자녀에게 증여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조세심판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한 계좌 명의보다 자금의 실제 관리 주체와 사용 목적 등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최근 상속세 부과처분 불복 사건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고, 과세당국이 배우자에 대한 사전증여로 판단한 일부 금액을 자녀에 대한 증여로 다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배우자 명의 계좌로 송금한 자금이 실제 배우자에 대한 증여인지, 아니면 배우자가 단순히 관리만 한 차명·위탁관리 성격의 자금인지 여부였다.
청구인 측은 당시 피상속인이 고령과 치매 증상 등으로 직접 금융 업무 수행이 어려워 배우자가 자금을 대신 관리해왔고, 이후 해당 자금이 자녀의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사용된 만큼 실질적인 증여 상대방은 배우자가 아니라 자녀라고 주장했다. 반면 과세당국은 배우자 명의 계좌로 송금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배우자에 대한 증여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심판원은 우선 당시 피상속인이 고령에 치매 증상까지 보여 배우자가 금융 업무를 대리할 수밖에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또 배우자가 해당 자금을 사적으로 소비하거나 임의 사용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심판원은 경험칙상 배우자에게 먼저 고액 자금을 증여한 뒤 수개월 만에 다시 자녀에게 재증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자금 흐름 역시 피상속인의 부동산 매각대금을 자녀의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사전 계획에 따라 움직인 정황이 확인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심판원은 배우자 명의 계좌를 실질적으로는 피상속인의 차명·위탁관리 계좌로 판단했고, 배우자에 대한 사전증여로 본 과세당국 처분은 잘못이라고 결정했다.
다만 심판원은 별도로 문제가 된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저리 대여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당국 판단을 유지했다. 피상속인이 가족이 지배하는 법인에 자금을 연 0.1% 수준의 낮은 이자로 빌려준 행위는 ‘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청구인 측은 해당 규정이 자연인을 전제로 한 만큼 영리법인에는 적용할 수 없고, 약정 이자율인 연 1%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인이 아닌 자’에 법인도 포함될 수 있고, 증여이익 역시 실제 지급한 이자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상속·증여세 판단에서 단순한 계좌 명의보다 자금의 실질 귀속과 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가족 간 자금 이동 과정에서 차명·위탁관리 계좌 여부와 실제 자금 사용처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참고 심판례: 조심-2026-인-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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