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봉구 세무사)
85세 자산가에게 필요한 ‘5년의 승부수’
100억대 자산가에게 상속세는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숙제이다. 특히 강남에 다가구주택 두 채와 상당한 현금을 보유한 85세 A씨에게는 더 이상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 어떻게 다음 세대에 온전히 이전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이다.
A씨의 재산은 약 120억 원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상속세 최고세율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월세와 예금이 계속 쌓이고 결국 상속재산은 더 커진다. 상속세 절세는 사망 후에 하는 일이 아니다. 살아 있을 때 미리 설계해야 하는 일이다.
1. 자녀보다 손주와 며느리를 먼저 보아야 한다
상속세 절세에서 가장 중요한 규정 중 하나가 사전증여재산 합산 규정이다.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은 증여 후 10년 안에 부모가 사망하면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된다. 반면 사위, 며느리, 손자녀처럼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5년 이내 증여분만 합산된다.
이 차이가 절세의 핵심이다.
A씨가 자녀에게만 재산을 몰아 증여하면 10년이라는 긴 기간을 넘겨야 한다. 그러나 손주 7명과 며느리 등에게 나누어 증여하면 5년만 지나도 상속재산에서 빠질 수 있다. 여러 명에게 분산 증여하면 증여세율 구간도 낮출 수 있다.
결국 고령 자산가에게는 “누구에게 증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85세 A씨에게 자녀 중심 증여보다 손주·며느리 중심 증여가 더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2. 월세가 계속 쌓이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A씨의 다가구주택에서는 매달 약 1,000만 원의 월세가 나온다. 1년이면 1억 2,000만 원이다. 일반적으로는 좋은 소득이지만, 상속세 관점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A씨 명의 계좌에 월세가 계속 쌓이면 그 돈은 결국 상속재산이 된다. 이미 고액 자산가인 A씨에게 추가 현금은 상속세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해법은 부동산 지분 일부를 손주 세대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건물 전체를 넘기지 않더라도 일부 지분만 이전하면, 그 지분에 해당하는 임대수익은 손주들에게 귀속된다. 그러면 A씨 명의로 현금이 계속 쌓이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이 전략은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손주들이 임대수익으로 향후 증여세를 낼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다. 상속세 절세는 재산 이전만이 아니라 소득 흐름을 바꾸는 작업이다.
3. 다가구주택의 평가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아파트는 유사 매매사례가 많아 시가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가구주택은 구조, 위치, 임대차 현황이 제각각이어서 유사 매매사례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A씨의 다가구주택 시가가 약 110억 원이고 기준시가가 약 55억 원이라면, 평가 방식에 따라 세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만약 기준시가 등 낮은 평가액을 활용할 수 있다면 증여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무조건 기준시가로 증여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근 과세당국은 고가 부동산의 저가 평가에 대해 감정평가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따라서 증여 전에는 유사매매사례, 감정평가 가능성, 임대차 현황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4. 임대보증금이 있다면 부담부증여도 검토해야 한다
A씨의 다가구주택에 임대보증금 10억 원이 있다면 부담부증여를 검토할 수 있다. 부담부증여란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그 부동산에 딸린 채무도 수증자가 함께 인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손주가 부동산 지분을 받으면서 그 지분에 해당하는 임대보증금 반환채무도 함께 인수하면, 해당 채무만큼 증여세 과세가액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부담부증여는 증여세만 볼 일이 아니다. 채무를 넘기는 부분은 양도로 보아 양도소득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증여세, 양도세, 취득세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한쪽 세금만 줄이고 다른 세금이 늘어나면 진짜 절세가 아니다.
5. 증여세 낼 돈까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많은 자산가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 수증자가 증여세를 낼 돈이 있는지 여부이다.
손주가 부동산 지분을 증여받았지만 세금을 낼 현금이 없다면 문제가 생긴다. 조부모가 대신 증여세를 내주면 그 대납액 자체가 다시 증여로 볼 수 있다. 절세하려다 또 다른 세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A씨의 예금 13억 원 중 일부는 먼저 손주와 며느리 등에게 현금으로 증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나중에 부동산 지분을 증여받을 때 그들이 자신의 돈으로 증여세를 낼 수 있다.
상속세 세무조사에서는 신고서 숫자만 보지 않는다. 누가 세금을 냈는지, 그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까지 확인한다. 증여세 납부 재원까지 설계해야 완성된 절세 전략이다.
결론: 상속세 절세는 빠른 실행이 핵심이다
A씨 사례의 핵심은 분명하다. 손주와 며느리 등 비상속인에게 분산 증여하고, 월세 수익의 귀속을 바꾸며, 다가구주택의 평가 방식과 부담부증여를 검토하는 것이다.
상속세 절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자녀에게 증여하면 10년, 비상속인에게 증여하면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은 증여를 실행해야 비로소 시작된다. 고민만 해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85세 자산가에게 5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늦출 수 없다. 상속세 절세는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실행 가능한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100억대 자산가의 상속세 절세는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니다. 가족 전체의 재산 흐름을 바꾸는 종합 설계이다. 지금 증여하고, 지금 소득 흐름을 바꾸고, 지금 세금 낼 재원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100억대 자산가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5년의 승부수’이다.

[프로필] 이봉구 세무사
•(현)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현) 한국세무사회 연수원교수(세무조사과목)
•(전) 국세청 19년 근무
•세무조사·상속세·증여세·가업승계·조세불복 전문
•유튜브: 세무사이봉구 / 세무조사 5분 특강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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