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한국 법인이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상품을 수입하며 20% 할인된 가격으로 신고하자 세관이 제동을 걸었다. 해외 본사와 국내 법인이 이른바 '특수관계'인 만큼, 해당 할인율이 정상적인 시장 가격인지 검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한국 법인은 2016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본사로부터 가방·신발·의류 등 1,157건의 물품을 수입했다. 이들은 최종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제3자 도매가격'을 산출한 뒤, 여기에 20%의 할인을 적용한 금액을 과세가격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세관은 국내 법인이 해외 본사와 특수관계에 있고, 본사가 최종 소비자가격과 할인율 등 가격 결정 요소를 사실상 통제했다고 봤다. 특히 수년간 수입 규모와 시장 상황이 변했음에도 20%라는 할인율이 고정적으로 유지된 점, 그리고 법인 측이 명확한 산정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결국 세관은 신고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상 최후의 산정 방식인 '제6방법'을 적용해 과세가격을 재산정했다. 수입사가 적용받은 20% 할인을 전면 배제하고, 할인 전 금액인 제3자 도매가격을 그대로 과세가격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 법인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관세는 원칙적으로 수입자가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하지만 구매자와 판매자가 특수관계에 있고, 그 관계가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면 신고가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새로 산정하는 과세가격 역시 객관적인 상거래 관행에 부합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20% 할인된 신고가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부인하더라도 세관의 처분처럼 할인율을 0%로 일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여부다.
① 고정된 할인율, 객관적 소명 부족으로 인정 어려워
한국 법인은 20% 할인이 정상적인 상거래 조건이라고 항변했다. 해외 본사가 전 세계 구매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도매가격을 산출하며, 수입자의 역할에 따라 할인율만 차등 적용한다는 것이다. 20% 할인 역시 단독 브랜드 취급, 마케팅, 최소 구매 의무와 재고 위험 등을 감당한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판원은 신고가격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할인율 산정 기준을 증빙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했고, 본사와 할인을 두고 실질적으로 협의한 정황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장 상황과 수입 물량이 변동됨에도 수년간 동일한 할인율이 굳어진 것은 일반적인 독립 당사자 간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쟁점 물품의 가격이 특수관계의 영향을 받았다는 세관의 1차적 판단에는 손을 들어준 것이다.
② 할인 자체는 상거래 관행…특수관계 이유로 ‘0%’ 배제는 무리
그러나 심판원은 세관의 과세 방식에는 제동을 걸었다. 특수관계가 가격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상거래상 수반되는 할인 가능성 자체를 원천 무효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다.
실제 본사의 가격 정책은 제3자 도매가격에 수입자별 할인을 적용하는 구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입 규모와 역할에 따라 0%에서 34%까지 차등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 법인은 국내의 다른 수입업체와 체급이나 역할 면에서 확연히 달랐다. 국내 제3자 업체들의 수입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 법인은 단독 브랜드를 취급하며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부담했다.
과거 동일 브랜드를 수입했던 비특수관계 업체조차 현재 한국 법인 물량의 30% 수준만 수입하고도 평균 13%의 할인을 받았다. 심판원은 수입자가 압도적인 물량을 취급하고 폭넓은 위험을 부담했다면 당연히 가격에 그 차이가 반영되어야 함에도, 세관이 이를 철저히 배제한 채 할인율을 0%로 묶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③ ‘제6방법’ 적용 시 거래 실질 반영한 합리적 조정 필요
관세법상 최후의 보루인 제6방법은 앞선 평가 방법들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 거래 실질과 관행에 비추어 합리적인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심판원은 이 '합리적인 기준'이 세관의 편의적 계산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비교 가능한 가격을 준용할 때는 수입자의 역할, 거래 수량, 시장 상황 등의 차이를 치밀하게 따지고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판원에 따르면 세관은 한국 법인과 일반 제3자 수입업체 간의 명백한 경제적 역할 차이를 외면한 채, 제3자 도매가격을 맹목적으로 과세 기준으로 삼는 오류를 범했다. 결과적으로 심판원은 세관의 과세 처분을 취소했다. 수입가격이 특수관계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수입사의 역할과 기능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20% 할인을 전면 부인한 것은 위법하다는 결론이다.
[참고 심판례: 조심2022관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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