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6.3℃맑음
  • 강릉 21.3℃흐림
  • 서울 26.7℃맑음
  • 대전 27.6℃맑음
  • 대구 26.1℃구름많음
  • 울산 25.3℃흐림
  • 광주 26.7℃맑음
  • 부산 28.3℃구름많음
  • 고창 26.9℃맑음
  • 제주 26.7℃구름많음
  • 강화 24.9℃맑음
  • 보은 23.9℃맑음
  • 금산 26.3℃맑음
  • 강진군 28.1℃맑음
  • 경주시 24.5℃흐림
  • 거제 26.6℃맑음
기상청 제공

2026.08.12 (수)

[분석] “압구정 현대” vs “아크로 최고가”…압구정5구역, 결국 ‘이름값 전쟁’

현대는 브랜드 상징 공세…DL은 조망·실사용 면적 수치전
공사비보다 더 치열한 ‘압구정 이름값’ 경쟁…“누가 판 바꾸나”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서울 강남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 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지난 18일과 19일 하루차이로 열린 현대건설과 DL이앤씨 홍보관 설명회는 단순 사업조건 비교 자리가 아니었다. 양사는 설명회 내내 서로의 설계와 금융 조건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상대 전략의 한계를 부각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겉으로는 공사비·금리·공사기간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드러난 본질은 달랐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라는 상징성과 미래 하이엔드 이미지를 앞세웠고, DL이앤씨는 “압구정 최고가”와 조망 특화를 내세우며 기존 압구정 위계를 흔들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같은 압구정을 설명하면서도 양사의 언어와 분위기, 설계 철학은 완전히 달랐다.

 

◇ 현대 “압구정5구역 저평가 끝내야”…‘압구정 현대’ 전면 배치

 

현대건설 홍보관에서는 ‘압구정 현대’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현대건설 측은 “압구정5구역은 갤러리아백화점과 로데오거리가 바로 앞인데도 유독 시세가 낮았다”며 “압구정2·3구역 수준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상품과 특화 설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설명 역시 단순 공사비보다 미래 가치와 브랜드 상징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건설은 ▲2.9m 층고 ▲기둥식 구조 ▲층별 프라이빗 엘리베이터 ▲로보틱스 라이프 ▲한강 조망 특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압구정의 미래 하이엔드 기준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에 띈 건 DL이앤씨 조건에 대한 반박 비중이었다. 현대건설은 DL이앤씨의 ‘코픽스(COFIX)+0%’ 사업비 금리를 두고 “전체 사업비 중 약 20% 수준인 필수 사업비에만 적용되는 구조”라고 주장했고, ‘착공 전 공사비 상승분 부담’ 역시 “521억원 한도 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주 개시 보장 조건에 대해서도 “DL이 제출한 대안 설계안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에만 가능한 구조”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조건 뒤에 단서가 숨어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현대건설은 DL의 ‘분담금 납부 7년 유예’에 대해서도 “실제 금융 구조는 유사한데 표현 방식만 다르게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사업 조건 비교 시 실제 적용 범위와 실행 가능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LTV를 150%까지 해준다고 해도 실제 금리가 6~7% 수준이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숫자가 커 보인다고 무조건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압구정처럼 자산가 비중이 높은 지역은 단순 대출 한도보다 브랜드 가치와 향후 시세를 더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평당 공사비 논쟁도 이어졌다. 현대건설 측은 DL이앤씨의 평당 공사비 비교 방식에 대해 “상가 면적까지 포함하면서 상가 공사비는 사실상 제외한 계산”이라며 “단순 숫자만으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공사기간 역시 핵심 충돌 지점이었다. 현대건설은 DL이앤씨가 제시한 57개월 공기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현대건설 측은 “부산 촉진3구역 역시 60층 공사를 62개월로 제안했다가 이후 66개월로 연장을 요청한 사례가 있다”며 “서울에서 더 높은 초고층 단지를 57개월에 짓겠다는 건 엔지니어링 검토보다 경쟁용 숫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또 “압구정5구역은 암반 비중이 높아 지하 공사 난도가 상당하다”며 “도심 발파와 강화된 안전 기준 등을 고려하면 67개월이 현실적인 공기”라고 설명했다.

 

설명 후반부로 갈수록 현대건설은 단순 금융조건보다 ‘압구정의 미래 위상’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이 향후 압구정2·3구역과 유사한 시세를 형성하려면 결국 상품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조건 경쟁보다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홍보관 분위기 역시 ‘사업조건 설명회’보다는 ‘압구정 현대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가까웠다. DL이앤씨 조건 반박 역시 단순 수치 비교보다 “압구정에 어떤 상징을 남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였다.

 

◇ DL “현대가 하면 결국 한양”…‘압구정 최고가’ 승부수

 

반면 하루 뒤 찾은 DL이앤씨 홍보관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DL이앤씨는 홍보 영상 첫 문구부터 “압구정 최고가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먼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설명 역시 대부분 조망과 실사용 면적, 공사기간, 금융조건 등을 수치와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특히 DL이앤씨는 “압구정의 기존 위계를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DL 측은 “현대가 2·3·5구역을 모두 가져가면 결국 구현대·신현대 중심의 기존 압구정 위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압구정5구역이 진짜 1등 단지가 되려면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현대가 하면 한양은 계속 한양”이라는 논리를 편 셈이다. 설명 방식도 현대건설과 확연히 달랐다. DL이앤씨는 한강 조망 시뮬레이션과 창호 길이, 실사용 면적 등을 세세하게 수치화해 비교했다.

 

DL은 1열 기준 정면 한강 조망 길이가 DL안은 207m, 현대안은 85.6m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사선 배치를 통해 정면 한강 조망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강조한 곡면 창호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내부 기둥 때문에 면적 손실이 발생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DL 측은 “현대안은 내부 기둥 구조 때문에 약 2평 수준의 실사용 면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장재 설명 역시 공격적이었다. DL은 현대건설이 압구정3구역에는 세라믹 패널을 제안하면서도 5구역에는 알루미늄 시트를 적용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대도 자재 차이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DL은 세라믹 패널과 BAPV 설계를 적용해 “외관 완성도와 실제 태양광 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DL 측은 “BIPV는 외장재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해 발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BAPV 방식이 실제 태양광 성능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DL이 외장재와 조망, 실사용 면적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배경 역시 결국 사업 조건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외장재나 조망 특화 역시 중요한 요소지만 실제 수주전에서는 결국 금융 조건과 사업 안정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며 “압구정처럼 상징성이 강한 지역일수록 브랜드와 향후 시세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사기간 논쟁에 대해서도 DL은 즉각 반박했다. DL이앤씨는 부르즈칼리파(163층·59개월), 엘시티더샵(84층·49개월), 타워팰리스 사례 등을 언급하며 “57개월이 비현실적인 수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타워팰리스는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 사례”라며 현재 공사 환경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재반박했다.

 

사업 조건 설명 역시 숫자 중심이었다. DL이앤씨는 ▲코픽스+0% 사업비 금리 ▲57개월 공사기간 ▲분담금 납부 7년 유예 ▲착공 전 물가 상승분 521억원 부담 등을 제시하며 “세대당 약 4.2억원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 측 공사비 반박에 대해서도 “총 공사비 기준으로는 오히려 DL안이 56억원 낮고, 더 넓은 면적을 더 낮은 금액에 짓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특히 DL은 현대건설의 ‘압구정 현대’ 전략을 겨냥해 “현대는 이미 2구역을 수주했고 3구역까지 추진 중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5구역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DL은 압구정5구역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DL 홍보관은 ‘브랜드 감성’보다 “왜 DL 설계가 실제로 더 유리한가”를 숫자로 설득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 결국 싸움은 공사비가 아니라 ‘압구정 이름값’

 

업계에서는 이번 압구정5구역 수주전이 일반 정비사업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공사비·이주비·금리 조건이 핵심 변수로 꼽히지만, 압구정처럼 초고가 자산 시장에서는 브랜드 상징성과 입주 후 시세 기대감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양측 설명회에서도 단순 비용 절감보다 “입주 후 얼마나 비싼 단지가 될 수 있느냐”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라는 기존 상징성과 미래 하이엔드 이미지를 강조했고, DL이앤씨는 조망과 실사용 면적, 최고가 전략으로 ‘압구정 판 바꾸기’를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양측은 설명회 내내 서로의 사업 조건과 설계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총회까지 남은 시간 동안 조합원들이 ‘압구정 현대’라는 기존 상징성에 무게를 둘지, 혹은 ‘압구정 최고가’를 앞세운 새로운 설계 논리에 손을 들어줄지가 이번 수주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