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최대 8조원 안팎의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Uber)와 네이버의 인수 컨소시엄 참여설까지 불거지며 국내 배달 업계가 크게 요동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매각설을 단순한 ‘배민의 위기’나 국내 시장 내 경쟁 격화로만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배민 매각설의 진짜 배경은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를 둘러싼 주주 구도 변화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 이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편에 있다는 분석이다.
◆ EU 독과점 규제가 쏘아올린 공…행동주의 펀드의 표적 된 DH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배민은 DH의 아시아 시장 확장을 상징하는 핵심 자산이었다. 이토록 견고했던 배민이 매각 후보로 거론되는 이면에는 유럽연합(EU)의 독과점 규제가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기술투자사 프로수스(Prosus)는 한때 DH 지분 27% 안팎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프로수스가 지난해 유럽의 또 다른 대형 음식배달 플랫폼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닷컴’(Just Eat Takeaway.com)을 인수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EU 경쟁당국은 두 배달 플랫폼 사이의 구조적 연결고리로 인한 독과점을 우려했고, 프로수스에 DH 지분을 한 자릿수 비율로 낮추라는 조건을 붙였다.
프로수스는 결국 DH 지분을 단계적으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홍콩계 행동주의 펀드 애스펙스 매니지먼트(Aspex Management)가 프로수스의 보유 지분 5%를 사들이며 총지분을 15% 안팎까지 끌어올렸다. 애스펙스가 단숨에 DH의 핵심 주주로 부상한 배경이다.
애스펙스의 요구는 명확했다. 외형 확장보다는 자본 효율성에 집중하고, 수익성이 낮거나 전략적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지역 및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DH 경영진을 상대로 일부 지역 철수와 공격적인 자산 매각은 물론, 경영진 교체까지 강도 높게 압박해 왔다.
DH가 지난 3월 대만 푸드판다 사업을 그랩(Grab)에 6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과, 아시아 최대 핵심 자산인 배민이 매각 1순위로 거론되는 현상 모두 단순한 변방 사업 정리를 넘어선 본사 차원의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 때문이란 분석이다.

◆ 우버의 참전과 CEO 교체…요동치는 독일 본사
경영진 교체와 새로운 대주주의 등장도 배민 매각설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 12일 DH를 이끌어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니클라스 외스트베르크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이를 리더십 승계 절차로 설명했으나,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주주들의 압박 속에서 자산 매각과 M&A 재편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DH 지배구조에 참전하면서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우버는 프로수스가 매각한 DH 지분 일부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 지분과 금융상품을 확보했다. 현재 우버는 DH 의결권 지분 19.5%와 총수익스와프(TRS) 5.6%를 합쳐 총 25.1%의 지분 효과를 확보한 상태다.
우버는 이번 투자를 “재무적 및 전략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독일 상장법상 의무공개매수 조항과 연결될 수 있는 지분 30% 이상 취득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공시상으로는 향후 추가 지분 취득이나 DH 자산·사업에 대한 이해관계 확보, 일부 또는 전체 지분 인수 제안 가능성도 함께 열어뒀다. 밖으로는 배민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안으로는 배민의 모회사인 DH의 사실상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직접 인수와 간접 수혜를 모두 겨냥한 치밀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우버는 세 가지 유리한 선택지를 쥐게 됐다. 네이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민을 직접 인수하거나, DH 최대주주로서 자산 매각에 강력한 입김을 불어넣거나, 혹은 배민이 제3자에게 매각되더라도 최대주주로서 막대한 매각 차익을 누리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우버에게는 승리가 보장된 이른바 ‘꽃놀이패’다.
◆ 매출 5조 ‘알짜배기’의 역설…부실 아닌 현금화 전략
일각에서 제기하는 ‘배민 부실론’이나 ‘DH 단기 유동성 위기론’만으로는 이번 매각 국면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DH의 올 1분기 총거래액(GMV)은 동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2025년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9억300만유로(약 1조5000억원)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쿠팡이츠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의 외형은 여전히 견고하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해 5조2830억원을 기록했다. 라이더 배달비 성격의 외주용역비 증가와 소비자 배달팁 부담 확대 등으로 영업이익(5929억원)이 전년보다 다소 감소하며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지만,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이용자 기반과 네트워크를 갖춘 자산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결국 배민은 사업 기반이 흔들려서 매각 후보로 전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DH가 현금을 유동화하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대규모 현금을 쥐여줄 수 있는 핵심 우량 자산’이기에 매각 테이블에 올랐다는 해석이 타당하다.
이번 매각설은 행동주의 펀드의 자산 매각 압박, EU 규제로 인한 프로수스의 지분 축소, 우버의 전략적 참전이 맞물리면서 독일 본사를 덮친 글로벌 지배구조 재편의 파도가 한국 배달 시장을 강타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 매각설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면서도 "다만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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