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환자들은 묻는다. "운동, 언제부터 시작해도 될까?" 회복을 향한 조급함이다. 하지만 답은 날짜에 있지 않다. 몸이 보내는 기혈의 신호를 읽어야 한다. 한의학은 사고 후 인체를 '손상된 기혈의 흐름'으로 본다. 운동의 시작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기혈의 회복 상태가 결정한다.
사고 직후의 신체는 비상사태다. 외부 충격은 경락을 막는다. 곳곳에 어혈(瘀血)이 고인다. 기순환은 요동친다. 이를 '급성 정체 단계'라 한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염증으로 가득하다. 이때의 무리한 운동은 독이다. 기혈을 소모 시키고 어혈을 조직 깊숙이 박아 버린다. 결국 통증은 만성화되고 회복은 더뎌진다.
초기에는 안정이 곧 치료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가동 범위를 줄이는 것이다. 손상된 조직이 수복될 시간을 허용하라. 가벼운 관절 움직임이면 충분하다. 최소한의 활동으로 몸을 보살펴야 한다.
적절한 시점은 통증의 성격이 말해준다. 날카롭고 찌르는 통증은 경고다. 열감과 부종도 마찬가지다. 몸이 아직 비상 상황이라는 신호다. 반면 통증이 둔해지고 뻐근함으로 바뀐다면 다르다. 움직일 때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든다면 회복기에 접어든 것이다. 어혈이 풀리고 경락이 열리기 시작하는 신호다. 이때부터는 운동이 오히려 치유를 돕는다.
단, 고강도 운동은 금물이다. 치료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한다. 평지 걷기와 가벼운 스트레칭이 핵심이다. 호흡과 함께하는 완만한 움직임이 경락을 자극한다. 근육과 인대의 탄력을 되찾아준다. 통증이 줄었다고 강도를 확 높이지 마라. 회복 중인 조직에 다시 염증을 유발할 뿐이다.
교통사고는 자율신경계도 무너뜨린다. 피로, 수면 장애, 불안이 동반된다. 운동은 단순한 근육 강화가 아니다. 몸과 마음의 조화를 되찾는 과정이다. 움직임 속에서 긴장을 내려놓는 ‘동중정(動中靜)’이 필요하다. 마음이 편해야 기혈도 순조롭게 흐른다.
운동의 시작은 달력에 있지 않다. 몸이 보내는 정교한 신호를 해석해야 한다. 조급함은 화를 부른다. 내 몸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통사고 후 운동은 회복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다. 적절한 시기에 꿸 때 비로소 온전한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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