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후 환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은 "왜 병원의 진단과 보험사의 판단이 다르냐"는 것이다. 같은 사고를 당한 같은 환자임에도 의료기관의 소견과 보험사의 평가는 종종 엇갈린다. 이는 단순히 해석의 차이가 아니다. 의학과 보험이 환자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괴리다.
의학적 진단은 철저히 '인체의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의사는 환자의 주관적 통증, 움직임의 제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 그리고 영상 검사 소견을 종합한다. 서양의학이 구조적 손상을 정밀하게 살핀다면, 한의학은 기혈의 순환과 어혈(瘀血)의 유무, 경락의 기능 이상까지 포함해 환자를 입체적으로 평가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환자의 몸이 정상 기능을 회복했는가"이다.
반면 보험사의 판단은 의학적 완치보다 '경제적·행정적 기준'에 가깝다. 보험사는 영상 검사상 명확한 구조적 이상이 있는지, 객관적 수치로 증명이 가능한지를 중시한다. 보험은 '의학적 회복'이 아닌 '보상 기준의 충족 여부'라는 언어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의학은 '기능과 회복'을 말하고, 보험은 '증명 가능성'을 말하는 두 가지 언어 체계가 충돌한다.
특히 교통사고 후유증은 이러한 간극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골절처럼 눈에 보이는 손상과 달리, 대다수 사고는 근육, 인대, 근막, 신경계의 미세 손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미세 손상은 최첨단 MRI나 X-ray로도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불통즉통(不通則痛)'의 원리로 설명한다. 구조적 파열이 없더라도 기혈의 흐름이 막히면 통증은 실재한다는 뜻이다.
임상적으로 사고 직후에는 긴장과 아드레날린 반응으로 통증이 가려지다가, 2~3일이 지나 어혈이 고착되면서 통증이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다. 영상에는 "특이 소견 없음"으로 기록될지라도 환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보험사는 이 '객관적 수치의 부재'를 근거로 치료 기간을 제한하려 하지만, "검사상 이상이 없다"는 말이 결코 "몸이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인간의 몸은 평균값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보험의 기준은 평균적인 회복 시간을 전제로 설계되지만, 개개인의 체질, 나이, 기존 근골격계 상태에 따라 회복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한방 치료는 이 개인차를 메우는 역할을 한다. 침 치료로 막힌 경락을 열고, 한약으로 심부의 어혈을 풀어내며, 추나요법으로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아 서류상의 수치가 아닌 실제 '기능의 회복'을 돕는다.
결국 병원은 환자의 몸을 보고, 보험은 제도의 기준을 본다. 두 관점은 목적지 자체가 다르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서류상의 종료가 아니라 내 몸의 온전한 회복이다. 숫자와 기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정교한 치유의 과정이 존재함을 이해할 때, 비로소 치료와 보상의 불협화음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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