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합의'는 사건의 행정적 종결을 의미하는 분기점이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진실은 서류상의 종결과 사뭇 다르다. "합의했는데 왜 아직도 아픈가요?"라는 환자의 질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다. 이는 치료의 관점과 제도의 관점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절박한 호소다.
인체의 회복은 행정 문서의 날짜를 따르지 않는다. 한의학적으로 교통사고 후유증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고의 충격은 일시에 기혈의 흐름을 뒤흔들고, 조직 사이에 어혈(瘀血)을 남긴다. 겉으로 상처가 아문 듯 보여도 내부에는 여전히 '불통(不通)'의 흔적이 존재한다. 합의 시점과 신체 기능의 회복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자에게 합의는 "치료가 끝났다"는 심리적 신호로 작용하기 쉽다. 경제적 보상이 이루어졌으니 몸도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근육, 인대, 신경의 미세 손상은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며, 오히려 긴장이 풀리는 합의 이후에 증상이 뚜렷해지는 '지연성 발현' 특성을 보인다. 의학적으로 볼 때 통증은 주관적 불편을 넘어, 아직 기능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체의 경고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잔류 어혈' 혹은 '기혈 불화' 상태로 진단한다. 급성 염증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미세한 순환 장애가 남아 있으면 피로감, 저림, 날씨 변화에 따른 시린 통증 등이 만성적으로 이어진다. 보험 체계에서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치료 종결'로 간주하여 장벽을 세우지만, 의학적 관점에서의 종료는 오직 '통증의 완전 소실'과 '정상 기능의 회복'뿐이다.
만약 합의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재의 증상을 단순한 잔여물로 치부하지 않는 태도다. 특정 자세에서의 뻐근함이나 피로 시 악화되는 증상은 기혈 순환이 여전히 막혀 있다는 증거다. 치료를 완전히 중단하기보다 '회복 중심의 치료'로 전환해야 한다. 초기 치료가 염증 억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침, 약침, 추나, 한약을 통해 잔여 불균형을 해소하고 조직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완치의 기준 또한 재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참을 만한 수준이 완치가 아니다. 움직임의 자유도, 피로 회복 속도, 그리고 재발 가능성까지 고려한 상태가 진정한 회복이다. 치료를 충분히 마무리하지 않고 남겨진 통증은 시간이 흐를수록 만성화되어 삶의 질을 갉아먹는다. 의사의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통증은 실재하는데 제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결국 합의는 제도의 마침표일 뿐, 신체의 마침표가 아니다. 인체는 합의서의 조항대로 회복되지 않는다. 통증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몸이 아직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신호다. 교통사고 치료의 본질은 통증의 경감을 넘어 사고 이전의 완전한 균형을 되찾는 데 있다. 합의 이후에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끝까지 살피는 것, 그것이 진정한 회복의 마침표를 찍는 유일한 방법이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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