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대법원이 '치사량의 메탄올을 탄 소주병을 부친의 집 앞에 두고 간 행위는 협박에는 해당하지만 특수존속협박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가령 범행 현장을 떠난 뒤 피해자가 물건을 발견한 경우, 위험한 물건은 협박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물에 불과하므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채 협박을 고지하는 범죄인 특수협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대법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특수존속협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A(52)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4월 16일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5도19409).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면 A씨는 지난 2024년 3월 11∼19일 다섯차례에 걸쳐 치사량에 달하는 메탄올을 소주병에 주입해 이를 부친 B씨의 집 현관문 앞에 두고 간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주입한 메탄올 함량은 병당 79.9∼94.1%로 치사량 수준이었다.
당시 A씨는 이미 사망한 친할머니가 남긴 것처럼 가장한 메모를 소주병에 부착하기도 했다. 메모에는 '빨리 보고 싶다. -엄마가-'라고 적었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특수존속협박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며 “피고인 역시 피해자의 자살 등을 기원하는 의도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원만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점, 망상장애 증상을 보이는 점, 이미 확정된 특수존속폭행 사건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게 특수존속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협박 범행 과정에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것은 맞지만, 이를 '휴대'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형법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협박한 사람은 특수존속협박죄를 적용해 가중처벌한다고 정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여기서 '휴대'는 범행에 사용하려는 의도로 소지하거나 몸에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한 행위를 가중처벌 하는 이유는 그 범행 방법의 위험성으로 인해 고지된 해악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등이 증가함으로써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했다고 하려면 적어도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언제든지 그 물건을 사용해 고지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경우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소지하지 않고, 단순히 협박 범행에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A씨가 소주병을 놓아둔 다음 범행 현장을 떠난 점, 소주병에 친할머니 명의로 B씨의 죽음을 바라는 내용의 메모지가 붙어 있어 B씨가 이를 마시지 않은 점 등 범행 전후 상황을 종합해보면 A씨가 위험한 물건인 '메탄올 든 소주병'을 사실상 지배한 상태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범행에서 협박의 고의성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수긍하면서도 "특수존속협박죄의 '휴대하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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