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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6 (목)

[현장] "한 항차에 38억이상 아꼈다" 관세청 특례에 정유·석화 업계 숨통

'서류중심서 실질 운송' 전환...업체 '미국산 원유 대폭 확대'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 천연가스액 품목분류(HS) 3%→0%
이종욱 청장 "경제 안보 품목 수입선 지속적인 다변화“ 강조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지속과 경기 불황으로 원유 및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가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파격적인 관세행정 특례 조치를 전격 시행한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26일 오후 서울세관 대강당에서 ‘비중동산 원유 수입선 다변화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캐나다산 원유의 국내 무관세 도입을 유도해 연간 최대 3,300만 배럴의 공급망 대체 효과를 낸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이번 대책은 ▲FTA 직접운송 원칙의 적극행정 특례 신설 ▲나프타 대체품(천연가스액)의 전략적 품목분류(HS) 결정 ▲말레이시아산 원유 원산지증명서(C/O) 발급 기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산 원유, 제3국 거쳐와도 FTA 0% 특혜…기업 애로 전격 해소

 

우선 관세청은 원유 수입선 다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FTA 직접운송원칙’을 과감히 완화하는 특례를 신설해 오늘(26일)부터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그동안 한-미 FTA 특혜관세(0%)를 적용받으려면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운송해야 했다. 만약 미국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운송 도중 남미나 싱가포르 등 제3국을 경유해 다른 원유를 추가 적재하거나 일부를 하역(양하)하면, 전체 운송 경로 서류와 경유국 세관 당국의 입증 서류를 모두 갖추어야 해 현실적으로 FTA 적용을 받기가 곤란했다.

 

특히 미국 WTI 원유의 최대 수출 터미널인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의 수심 제약으로 인해 200만 배럴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 원유를 가득 채울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미국에서 먼저 원유를 실은 뒤 멕시코 등 인근 남미 국가를 경유해 중질유를 추가 선적하는 믹스 운송 방식을 선호해왔으나, 규제에 막혀 이를 시도하지 못하거나 관세 혜택을 포기해 왔다.

 

실제로 S사의 경우 작년에만 미국산 원유 4건(400만 배럴)에 대해 직접운송을 입증하지 못해 FTA 혜택을 포기하기도 했다.

 

 

현장 브리핑에 참석한 HD현대오일뱅크 강재영 해상운송팀 매니저는 “미국 원유 최대 터미널의 수심 제약 탓에 작은 배로 환적을 하거나 큰 배를 채우기 위해 어딘가를 들러야만 했는데, 기존에는 FTA를 포기하거나 아예 도입 시도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특례로 항차당 수십억 원의 관세가 절감되고 대형 선박 활용으로 운송비까지 아낄 수 있게 되어 현장 실무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과 조건이 엄청나게 넓어졌다”고 크게 환영했다.

 

 

김태용 관세청 자유무역협정집행과장은 "당장 천만 배럴, 이천만 배럴이 더 들어오는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유사들이 루트를 다양하게 뚫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제공하는 의미가 크다"라며 "정부가 기업들에 실질적인 비즈니스 활로와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정책 취지를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이 청장은 이날 브리핑이 끝난 뒤 질의응답을 통해 “과거에는 중동 등지에서 직항으로 원유를 들여와 직접운송 원칙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비중동산 수입선을 적극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 원칙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관세청은 유조선의 이중 격벽 구조 특성상 원유가 서로 혼합될 우려가 없다는 물리적 특성을 적극 반영해 판단 방식을 기존 ‘서류 구비’ 중심에서 ‘실질 운송 여부 확인’으로 전환했다.

 

앞으로 정유사들은 선박 자동 식별 시스템(AIS)의 위치 정보, 입출항 적하목록, 공인검정기관의 계측 결과 보고서 등 이미 보유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직접운송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종욱 관세청장 또한 “원유의 격벽 구조처럼 품질 혼합 위험이 없고 입증이 용이한 타 품목(석유제품 등)이 있다면, 업계 수요를 추가로 검토해 직접운송 특례 예외 적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이번 조치로 미국 등으로부터 최대 1,6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 수입할 수 있어 중동 외 지역의 중질유 공급망 다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산 천연가스액 ‘석유제품’ 전격 분류…석화 업계 숨통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수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에 대한 품목분류 기준도 명확히 정립됐다.

 

관세청은 품목분류사전심사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가동해,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을 ‘원유(기본관세 3%+비축의무)’가 아닌 무관세 및 비축의무 면제 대상인 ‘석유제품’으로 신속하게 품목분류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세계관세기구(WCO)의 기준이 불명확해 수입을 꺼려왔던 현장의 불확실성을 적극행정을 통해 단 2주 만에 초고속으로 해결해 준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기존에는 중동으로부터 완제품 나프타 수입이 원활해 대체품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으나, 최근 중동 사태로 수급 위기를 겪으며 업계의 다변화 요청이 절실해졌다”며 “WCO 기준상 단순 안정화 공정 이상을 거쳐야 석유제품으로 분류되는데, 호주산 제품의 고도화된 공정과 성분을 면밀히 분석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린 적극 행정 사례”라고 설명했다.

 

 

브리핑에 동석한 오나리 한화 토탈에너지스 관세팀장은 “중동발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작년부터 호주 쪽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관세청 실무진이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단 2주 만에 신속하게 행정 처리를 해 준 덕분에 당장 이번 주부터 관세 부담 없이 제품을 들여와 공정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오 팀장은 특히 "한화 토탈에너지스의 경우 당장 이번 주말 최초 물량인 호주산 천연가스액(NGL) 약 64만 배럴(7만 4천 톤)이 첫 통관을 앞두고 있다"라면서 단 한 건만으로도 약 38억 원의 관세 절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호주산 천연가스액은 나프타 함량이 80~90%에 달해 품질과 수율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관세청은 연간 약 250만 톤(작년 국내 석화 업계 나프타 수입량의 약 16%)의 대체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쓰레기봉투, 주사기 등 국민 생활 필수품의 가격 안정과 생산 차질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말레이시아 C/O 발급 6개월→60일 단축 추진…자금 압박 해소

 

말레이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때 한-아세안 FTA 원산지증명서(C/O) 발급이 평균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소요되던 고질적인 기업 자금 부담 애로도 해결 가닥을 잡았다.

 

그간 우리 기업들은 관세(3%)를 먼저 선납한 후 뒤늦게 C/O를 발급받아 사후 환급을 신청해야 했기에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묶이는 고충을 겪어왔다.

 

오나리 팀장은 “싱가포르 등 제3국을 들러 일부 물량을 하역(양하)하고 오는 경우 선사가 발행하는 타임 테이블과 검증 리포트가 명확해 우려하는 오염이나 혼합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말레이시아 현지 당국의 C/O 발행이 길게는 1년까지 걸려 기업의 경우 자금이 묶여 구매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에 관세청의 조치로 발급 기간이 2달(60일) 수준으로 당겨진다면 기업들의 숨통이 크게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청은 현재 말레이시아 관련 당국과 발급 지연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기간 단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지난 3월 초 구성한 ‘중동상황 비상대응 T/F’를 통해 피해 기업 납기 연장, 운임 상승분 과세가격 제외, 입항 전 수입신고를 통한 신속 통관 등을 선제적으로 시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수출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해 원유 등 경제 안보 품목의 수입선 다변화를 적극 지원하고, 규제 혁신을 지속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에 관세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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