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국내 유입 마약류를 국경 단계에서 원천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관세청의 ‘마약 검사 2차 저지선’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경 감시 체계도 기존 ‘1회 검사’ 중심에서 벗어나 복수·N차 검사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관세청은 28일 안양우편집중국 현장 브리핑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운영 중인 국제우편 대상 ‘마약 검사 2차 저지선’이 시행 60일 만에 합성마약·대마·코데인 등 총 3건, 1,159.3g의 마약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같은 기간 공항만 단계의 1차 저지선 연계 검사 과정에서도 약 1.5kg의 마약류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2차 저지선은 공항만 단계의 1차 검사를 통과한 국제우편물이 내륙 거점 우편집중국에 도착하면 X-ray 판독과 개장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이중 검사 체계다.
현재 동서울·부천·안양·부산우편집중국과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등 전국 5개 주요 거점에서 운영 중이다. 관세청은 물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검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와 협력해 국제우편 물류망도 재설계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 5개 집중국에서는 하루 평균 약 3만1000건의 국제우편물에 대해 마약 반입 차단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집중국별 일평균 검사 물량은 동서울 약 4500건, 부천 약 8000건, 안양 약 4600건,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약 9800건, 부산 약 4000건 수준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밀수 시도가 지속되고 은닉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며 “공항만과 내륙 물류 거점을 연계한 촘촘한 검사체계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차 저지선은 공항만 1차 검사에서 놓칠 수 있는 위험 물품을 내륙에서 다시 걸러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항 단계뿐 아니라 내륙에서도 마약 차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적발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 관세청 설명이다
이날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1차 관문과 동일한 X-ray·개장 검사인데 왜 2차에서 추가 적발이 가능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1차 저지선의 경우 하루 3만건이 넘는 물량을 대상으로 마약뿐 아니라 과세·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등 다양한 기준으로 선별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인력과 자원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상 물품처럼 위장된 마약의 경우 현장 판독 과정에서 순간적인 판단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2차 저지선은 일반 통관 업무를 배제하고 마약 판독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1차 검사 이후 추가 확보된 발송인 정보와 연관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 물품을 다시 선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이진희 통관국장은 “1차에서 적발하지 못했다고 해서 검사 체계가 허술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2차 저지선은 1차를 보완하는 정밀 검사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송인 정보와 연관 분석을 통해 유사 반입 유형을 다시 선별하면서 1차 저지선에서도 추가 적발이 가능했다”며 상호보완적 단속 효과를 강조했다.
관세청은 2차 저지선에서 적발된 3건 가운데 중량이 가장 크고 특이성이 높은 합성마약 사건은 검찰 합동수사본부와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며, 나머지 2건은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송, 여행자 휴대품, 일반 수입화물 등으로 확대...‘N차 차단망’ 촘촘히 구축
관세청은 이번 국제우편 사례를 계기로 특송화물, 여행자 휴대품, 일반 수입화물, 무역선 선원 및 항만 출입자 등 전체 반입 경로로 ‘N차 차단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단순히 국제우편에만 이중 검사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입 경로별 특성에 맞춰 복수 판독과 반복 검사를 도입해 우회 반입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종욱 청장은 국제우편이 우선 적용 대상이 된 배경에 대해 “공항만과 내륙 집중국으로 이어지는 물류 흐름이 구조화돼 있어 이중 검사 체계를 구축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송·여행자·일반 수입화물은 반입 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경로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검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해외 수사기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과의 정보 공유도 강화할 방침이다. 마약 전과자 정보와 과다 처방 정보 등을 통관 위험 분석에 적극 활용해 적발 이후 대응에 그치지 않고 위험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지능형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우정사업본부와 협력체계...'물류 지연 최소화'
우정사업본부와의 협업 체계도 강화한다.
노지선 전자상거래통관과장은 국제우편이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를 거쳐 각 집중국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해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환 우정사업본부장도 “마약 검색으로 인해 추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 입장에서 우편물 지연이 크게 발생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체 우편물 흐름에도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우정사업본부와의 협력을 통해 물류 지연은 최소화하면서 단속 효과는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인력 보강도 병행된다. 현재 5개 집중국에는 세관 인력 약 14명이 배치돼 있으며, 오는 7월에는 2개 라인 전면 가동에 맞춰 25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11월에는 마약탐지견 핸들러를 포함해 약 30명 규모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하반기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물동량 급증 땐?
하반기 물동량 급증에 대비한 전자상거래 대응 체계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진희 국장은 “오는 8월까지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을 마무리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물품은 사전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 통관하고, 마약 밀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 간 거래(C2C) 물품과 우범국가발 특송화물에 인력을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 같은 체계가 정착되면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형 쇼핑 시즌에도 고위험 물품 중심의 정밀 선별 검사가 가능해져 단속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종욱 청장은 “중국의 경우 마약 범죄 처벌 수위가 매우 높아 중국발 마약 반입 사례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며 “오히려 국제 온라인 쇼핑 행사 기간에는 짝퉁 물품이나 저가 신고 여부 등을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코' 민간 개발 적극 지원...'과학적 정밀 단속 체계 구축'
관세청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첨단 과학장비와 신기술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현장에는 기존 유휴 X-ray 장비를 우선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외자 도입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온 스캐너와 라만 분광기 등 첨단 장비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사람과 탐지견의 후각 원리를 응용해 공기 중 마약 입자를 감지하는 AI 융합 후각 센서, 이른바 ‘전자코’의 민간 개발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이를 통해 단순 영상 판독을 넘어 과학적 감지 능력을 갖춘 정밀 단속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관세청은 이날 안양우편집중국 2차 저지선에서 마약을 최초 적발한 인천공항세관 우편검사과 한세희 전문경력관과 김보경 주무관에게 정부 특별성과포상을 수여했다. 현장에서 협업한 우정사업본부 안양우편집중국 직원들에게도 격려금을 전달했다.
이종욱 청장은 “운영 60일 만에 적발 성과를 통해 2차 저지선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국제우편뿐 아니라 모든 반입 경로에 복수 판독·N차 검사 체계를 구축해 초국가 범죄가 발붙일 수 없는 국경 감시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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