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 나호열
안부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
안부는
별 일 없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
안부는
잘 있다고
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
산 사람이 산 사람에게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
안부를 기다리는 사람과
안부를 묻는 사람의 거리는
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 만큼 멀고
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
꽃이 졌다는 슬픈 전언은 삼키고
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을
한 아름 전하는 것이라고
안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날마다 마주하는 침묵이라고
안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안부는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험한 길 만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
작은 손짓이다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개밥바라기별과 같은 것이다
평생 동안 깨닫지 못한 말뜻을
이제야 귀가 열리는 밤
안부를 기다리던 사람이
내게 안부를 묻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구불구불
부끄럽게 닿는다
[詩 감상] 양현근 시인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안부라는 말
안부. 참 작고 오래된 말입니다. 별 일 없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 잘 있다고, 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 시인은 그 단순한 말의 무게를 천천히 들어올립니다.
그러다 문장 하나에서 멈추게 됩니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 안부가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의 언어만이 아니라는 것, 이미 곁에 없는 사람을 향해서도 우리는 여전히 안부를 묻고 있다는 것. 그 한 줄이 시 전체의 결을 바꿔놓습니다.
"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만큼 멀고 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는 대목은 안부의 역설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자리입니다. 가장 먼 거리와 가장 가까운 거리를 동시에 품고 있는 것, 그것이 안부입니다. 닿을 듯 닿지 않고, 닿지 않는 듯 이미 닿아 있는.
꽃이 졌다는 슬픔은 삼키고 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만을 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침묵을 안부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인은 어느 쪽을 탓하지 않습니다. 다만 안부란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험한 길 만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 작은 손짓이라고, 조용히 일러줄 뿐입니다.
개밥바라기별.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그 별처럼, 안부는 가장 외롭고 쓸쓸한 시간에 비로소 그 진짜 빛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평생 깨닫지 못한 말뜻을 이제야 귀가 열리는 밤, 안부를 기다리던 사람이 내게 안부를 묻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구불구불 부끄럽게 닿는다는 그 끝 문장에서, 오래 미루어두었던 어떤 이름 하나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오늘 안부를 전하지 못한 누군가가 있다면, 이 시가 작은 손짓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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