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한국세무사회가 세제개선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책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15일 한국세무사회(구재이 회장)에 따르면 세무사회는 해외주식 투자자 과세 형평성 문제부터 상속·증여세 제도 보완,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까지 국민 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잇따라 건의하면서, 단순 직능단체를 넘어 현장형 조세정책 파트너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세무사회가 최근 재정경제부에 제시한 핵심 건의는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주식 투자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이연제 도입이다. 외국 기업의 지주사 전환이나 합병 과정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실제로 팔지 않았는데도 양도세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다.
세무사회는 국내 주식 교환과 마찬가지로 실제 매도 시점까지 과세를 미루는 방식이 형평에 맞는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세수 이연과 과세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어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제도를 손질할지는 미지수다.
상속·증여세 분야에서도 제도 개선 요구가 제기됐다. 세무사회는 부의 변칙 이전을 막기 위한 완전포괄주의가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경우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세당국의 재량이 커질수록 납세자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과세 대상인지”를 사전에 알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을 통한 간접이익 이전에 증여세를 물린 뒤, 이후 배당이나 양도 단계에서 다시 소득세를 부과하는 구조는 이중과세 아니냐는 논란이 반복돼 왔다. 세무사회는 기납부 증여세 공제 등 조정 장치를 마련해 과세 부담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무사회가 이처럼 상속·증여세를 문제 삼는 이유는 조세정의와 납세자 권익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다시 짚어보자는 데 의의가 있다.
변칙 승계를 막기 위한 장치는 필요하지만, 제도가 과도하게 작동하면 합법적인 자산 이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핵심은 과세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납세자가 예측 가능한 기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정교한 보완책을 마련하느냐에 있다.
장기 및 시신기증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건의도 눈에 띈다. 세무사회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장기이식 수요가 늘고 있지만, 경제적 부담과 제도적 유인이 부족해 기증률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헌혈, 생체 장기기증, 시신기증 등 유형별로 세액공제, 소득공제, 상속세 공제를 신설하자는 제안이다. 공익적 행위를 세제 인센티브로 뒷받침하자는 취지지만, 실제 기증률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추후 검증을 통해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번 건의는 세무사회가 매년 반복해 온 제도개선 요구의 연장선에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책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무사회는 특히 지난 ’24년부터 세법연구왕 대회, 세무사 신진 학술상 등 ‘연구⋅학술장려제’를 통해 세무사 회원들의 연구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정부에 제출한 해당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는 이러한 연구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결과다.
세무사회는 회원들의 그간의 현장 경험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다양한 세법·시행령 개정을 건의해 왔고, 그 과정에서 조세행정의 비효율과 납세자 불편을 줄이는 데 집중해 왔다. 이번에도 단순한 업계 민원이 아니라, 현실의 납세 문제를 제도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한국세무사회의 역할 재정의가 깔려 있다. 세무사회는 과거의 회원 권익 보호 중심 조직에서 벗어나 공공성과 제도 혁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마을세무사 제도를 통한 무료 상담, 고향사랑기부제 확산 참여, 학교세무사 운영, 지방재정 세출 검증 등은 모두 세무사가 공공재정과 납세자 권익의 연결고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사례다.
디지털 전환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AI 세무사와 직무통합 플랫폼 도입은 세무업무의 표준화를 넘어, 반복 업무를 줄이고 회원 사무소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다만 기술 도입이 곧바로 업계 전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활용 능력에 따라 사무소 간 격차가 커질 수 있고, 단순 업무 비중이 줄면서 청년 세무인력의 역할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세무사회의 최근 행보는 세제개선, 공공성 강화, 디지털 전환이라는 세 축을 하나로 묶어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세제개선 이슈는 납세자 권익과 조세 형평성, 사회적 공익을 동시에 건드리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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