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지난 4월 22일 재경부장관은 중국産 아크릴산 부틸에 대해 잠정덤핑방지관세를 부과(기간 2026.4.22.~2026.8.21.)하기로 결정·고시했다.
부과대상 공급자는 ▲타이싱 순커(Taixing Sunke Chemicals Co., Ltd.)·그 관계사(세율 11.88%) ▲상해 화이(Shanghai Huayi New Material Co., Ltd.)·그 관계사(세율 9.53%) ▲핑후 페트로(Pinghu Petro Chemical Co., Ltd.)·그 관계사(세율 19.17%) ▲그밖의 공급자(세율 19.17%)다.
부과대상 아크릴산 부틸(Butyl Acrylate)은 관세율표상 소호(subheading) 2916.12에 분류된다. 세번 제2916호로 분류되는 물품은 유기화학품(Organic chemicals)에 속하는 화학적으로 단일한 화합물이다.
유기화학품은 탄소가 뼈대를 이루는 물질이다. 탄소는 다른 원소(수소, 산소, 질소 등)와 결합하는 힘이 굉장히 좋아 매우 복잡하고 긴 사슬이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반면, 탄소가 중심이 아닌 물질은 무기화학품(Inorganic chemicals)이라 부른다.
유기화학품은 설탕, 녹말, 단백질, 나무, 석유처럼 자연에서 얻는 천연 유기물과 석유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합성 유기물로 구분된다.
‘유기물’은 일상생활 전반에 사용하는 제품에 들어있다. 예컨대 ▲플라스틱과 고무(페트병, 타이어, 비닐봉투 등) ▲섬유(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의약품(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나 항생제 등) ▲화장품과 세제(샴푸, 비누, 향수, 로션 등) ▲연료(가솔린, 경유, LPG 등) 제품이다.
“화학적으로 단일한 화합물”이란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고, 오직 한 종류의 분자(또는 이온 집합체)로만 이루어진 순수한 물질”을 말한다. 가령, 소금물은 소금과 물이 섞인 ‘혼합물’이지만, 그 안에서 소금(NaCl)만 따로 떼어내거나 물(H2O)만 따로 모으면 그것이 바로 ‘단일 화합물’이다.
관세율표상 아크릴산 부틸은 그 물질구조적 특징(화학적 분류 체계)에 따라 불포화 비환식 모노카르복시산(unsaturated acyclic monocarboxylic)으로 분류된다.
‘불포화’란 탄소 사이에 ‘이중 결합’이나 ‘삼중 결합’이 있다는 뜻이고(예: 오메가-3 같은 불포화 지방산), ‘비환식’이란 탄소들이 동그란 고리 모양이 아니라 ‘사슬 모양’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모노카르복시산’은 끝부분에 산성을 띠는 ‘카르복실기’(-COOH)가 딱 1개 붙어 있다는 뜻이다. 올레산(올리브유의 주성분)도 여기에 속한다. 카르복시산은 카르복실기를 가지고 있는 ‘물질 전체’를 부르는 명칭이다.
단일 화합물 상태 vs. 중합(Polymerization)이 진행된 상태
합성 유기물이면서 동시에 화학적으로 단일한 화합물로써 아크릴산 부틸은 화학적 공정(아크릴산과 부탄올의 에스테르화 반응)을 통해 제조되며, 그 물리적 성상은 매운 냄새를 갖는 무색 액체다.
아크릴산 부틸은 그 자체로 사용되기보다는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유연성, 접착력, 내후성(날씨에 견디는 성질)을 높여주는 원료로 다양한 생활용품에 쓰인다.
주요 사용처는 ▲스티커 메모지, 각종 라벨, 스카치테이프, 의료용 붕대·드레싱 등에 사용되는 감압성 접착제의 핵심 원료 ▲실내외 벽면용 수성 페인트나 목재용 코팅제 ▲의류 원단의 촉감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방수 기능을 더하는 섬유 마감재, 유연제 ▲폴리프로필렌이나 PVC 제품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첨가제 ▲종이의 광택을 내거나 물에 젖지 않게 하는 코팅지, 포장박스 등의 표면 처리제 ▲일부 화장품에서 제품 질감을 조절하거나 안정성을 높이는 증점제나 용제 역할 등이다.
관세율표상 29류 물품의 전제조건은 중합되지 않은 단일 분자(Monomer) 상태이어야 한다. 따라서 아크릴산 부틸이 중합되어 폴리머(Polymer)나 코폴리머(Copolymer) 형태가 되면 더 이상 세번 제2916호에 분류될 수 없다.
그런데 아크릴산 부틸은 주로 다른 단량체(Monomer)와 섞여 ‘아크릴계 공중합체’(Acrylic Copolymers)를 형성하며, 관세율표상 플라스틱 성질을 갖는 세번 제3906호에 주로 분류된다.
예를 들면, 아크릴산 부틸이 스티렌(Styrene)과 섞이면 스티렌-아크릴산 부틸 코폴리머(Styrene-Butyl Acrylate Copolymer) 물질로 변환된다.
이 물질은 주로 토너 가루, 수성 페인트,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두 성분 중 중량 비중이 더 큰 성분에 따라, 아크릴산 부틸이 더 많은 경우 소호 3906.90(기타 아크릴 중합체)로 분류되지만, 오히려 스티렌이 더 많다면 소호 3903.90(기타 스티렌 중합체)에 분류된다.
또 아크릴산 부틸이 메틸 메타크릴레이트(MMA)과 섞이면 메틸 메타크릴레이트-아크릴산 부틸 코폴리머 물질로 변환된다.
이 물질은 투명도가 높고 날씨에 강해 자동차 도료, 옥외 간판용 플라스틱 등으로 쓰이는데, 두 성분 모두 아크릴계이므로 비중에 상관없이 세번 제3906호 내에서 세부호가 결정된다.
화학적으로 단일한 화합물의 인정기준은?
관세율표상 화학적으로 단일한 화합물(separate chemically defined compound)이란 그 조성이 원소들의 상수비(constant ratio)로 규정되며 일정한 구조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하나의 분자 종류로 구성된 물질을 말한다.
화학적으로 단일한 화합물로서 제조 중이나 후에 다른 물질이 의도적으로 첨가된 것은 관세율표상 29류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첨가된 물질이 불순물이라면 화학적으로 단일한 화합물의 지위가 유지된다. ‘불순물’(impurity)이란 단일 화합물의 제조공정(정제를 포함)에 전적이고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 물질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불순물은 공정에 관련된 특정 요인에 의한 결과이며, 주요한 것으로 ▲변환되지 않은 초기의 원료 ▲초기의 원료에 이미 포함된 불순물 ▲제조공정(정제를 포함한다) 중에 사용한 시약 ▲부산물 등이 있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 유통이나 운송 중 변질을 막기 위해 안정제(Stabilizer)를 첨가한 아크릴산 부틸도 여전히 화학적으로 단일한 화합물로 취급된다.
아크릴산 부틸은 열이나 빛에 노출되면 자기들끼리 엉겨 붙는 ‘자연 중합’이 일어나기 매우 쉽다. 이에 따라 중합금지제(예: 하이드로퀴논, MEHQ)를 수십~수백 ppm(아주 극소량) 넣지만 여전히 세번 제2916호 등에 분류된다.
다만, 첨가된 물질이 보존 목적을 넘어 특정 용도에 더 적합하도록 제품의 성질을 변화시킨다면, 그때부터는 29류의 분류범위를 벗어나 ‘조제 물품(혼합물)’으로 보아 다른 호(예: 제38류 등)로 분류될 수 있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울시립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박사과정(행정법전공)
· 독일 Giessen대학교 경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2001.4∼2001.9)
· 관세청 FTA집행기획관실·조사감시국 관세행정관
· 서울본부세관 조사국 외환조사팀장
· 법무법인 화우 관세팀 파트너 관세사
· 관세사 자격시험 출제(34·38회)·채점(34·35·37·38회) 위원
· 국세공무원교육원 외환조사기법 및 사례연구 담당 외부교수
· 건국대(글로캠) 경제통상학과 겸임교수/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 한국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사)한국FTA원산지연구회 사무총장
· (현) 법무법인 『린』 관세통상팀장
[주요저서]
·FTA원산지이야기(2022)
·관세행정법 with 관세형사법(2023)
·외국환거래법 with 외환형사법(2024)
·관세평가의 법리와 판례연구(2024)
·국제통상법(공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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