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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토)

[예규·판례] 무상수리 해주고 관세 폭탄?…수입차 보증수리의 역설

100에 수입해 120에 넘긴 부품…보증수리 후 남은 차액 '20'이 발단
세관 "제조사 보증비 대신 낸 것" vs 수입사 "사후에 사라진 마진"
심판원 "수입 당시 확정된 비용 아냐…과세 처분 취소"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수입 자동차는 통상 ‘해외 제조사 → 국내 수입사 → 딜러사 → 최종 소비자’의 유통 단계를 거친다. 소비자가 차량 결함으로 무상 보증수리를 받게 되면, 원칙적으로 그 비용은 차를 만든 해외 제조사가 부담한다.

 

그런데 수리비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묘한 ‘차액’이 발생하며 과세 분쟁이 불거졌다. 수입사가 딜러사에게 부품값과 공임을 먼저 지급한 뒤 해외 제조사로부터 이를 돌려받았는데, 딜러사에게 준 돈이 제조사에게 받은 돈보다 컸던 것이다. 이 돈은 과세 대상인 하자보증비일까, 아니면 단순히 보증수리 과정에서 장부상 사라져버린 수입사의 ‘부품 마진’일까.

 

◆ 100에 들여와 120에 넘긴 부품…무상수리가 부른 세금 폭탄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국내 수입차 법인(수입사)은 2017년 12월 27일부터 2018년 3월 16일까지 일본 A사(제조사)로부터 수입신고 1만2,244건으로 자동차를 수입해 딜러사를 거쳐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이 차량들에는 3년 또는 10만km의 무상 하자보증이 제공됐다.

 

수입사는 자동차와 별개로 수리용 부품도 수입했다. 들여온 부품 원가에 일정 이윤(마진)을 붙여 딜러사에 유상으로 넘겼다. 예컨대 수입사가 부품을 100에 수입해 마진 20을 얹어 딜러사에 120에 파는 식이다.

 

일반 유상수리라면 딜러사가 소비자에게 돈을 받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보증수리였다. 딜러사는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수리해 준 뒤, 자신이 수입사로부터 샀던 부품 가격 120과 공임을 수입사에 청구했다.

 

수입사는 딜러사에 이 돈을 우선 지급했다. 이후 최종 보증 책임자인 일본 제조사에는 최초 수입 원가인 100을 청구해 돌려받았다. 결과적으로 수입사가 딜러사에 준 돈(120)과 제조사로부터 받은 돈(100) 사이에 20이라는 차액이 남게 된 것이다.

 

세관은 이 ‘20’을 문제 삼았다. 자동차 하자보증 책임은 전적으로 해외 제조사에 있는데, 수입사가 딜러사에 돈을 지급하고도 제조사로부터 전액을 돌려받지 않았으니 그 차액만큼 수입사가 제조사의 의무를 대신 떠안았다는 것이다. 세관은 이를 관세법상 ‘간접지급금액’으로 판단해 수입 자동차 과세가격에 더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부과했다. 수입사는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관세는 수입자가 물품을 사기 위해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을 기준으로 매긴다. 수입자가 물품대금 외에 수출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신 지급했다면 일정한 경우 그 금액도 과세가격에 포함될 수 있다. 단, 그 돈이 수입물품의 거래조건이어야 하며, 수입 당시를 기준으로 금액이 확정돼 있거나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식적인 쟁점은 가산세 부과의 타당성 등을 포함해 세 가지였으나, 과세가격과 직결된 핵심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이 차액이 수입 당시 확정된 보증비인지, 그리고 수입사가 실질적으로 제조사를 대신해 지급한 돈인지 여부다.

 

① 수입 이후 발생한 수리비…“수입 당시 확정된 비용 아냐”

 

세관은 수입사가 돌려받지 못한 차액을 자동차 과세가격에 더해야 한다고 봤지만, 심판원의 판단은 달랐다.

 

과세가격에 포함되는 간접지급금액이 되려면 수입물품 거래조건에 따라 ‘수입 당시’에 그 금액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의 차액은 수입할 때 미리 알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수입 시점에서는 어떤 차량이 고장날지, 어떤 부품이 보증수리에 쓰일지 사전에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심판원은 이처럼 개별 차량의 고장 여부에 따라 수입 이후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두고, 수입 당시에 이미 확정된 거래조건상의 비용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② 차액의 본질은 ‘대신 낸 보증비’ 아닌 ‘사라진 부품 마진’

 

사건의 실타래를 풀려면 부품의 유통 구조를 뜯어봐야 한다. 수입사는 부품을 100에 들여와 딜러사에 120에 팔았고, 여기서 20의 판매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이 부품이 무상 보증수리에 쓰이자 수입사는 딜러사에 120을 내어주고 일본 제조사엔 원가 100만 청구했다.

 

겉보기엔 수입사가 20을 새로 손해 본 것 같지만 실질은 다르다. 애초 딜러사에 부품을 팔며 챙겼던 이익(20)이 무상수리로 인해 사후적으로 취소돼 사라진 것에 불과하다.

 

만약 제조사가 처음부터 보증용 부품을 무상 공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수입사도 딜러사에 이를 무상으로 넘겼을 테고, 마진은 아예 안 생겼을 것이다. 일단 유상으로 팔았던 부품이 뒤늦게 무상수리에 쓰이자, 기존 마진을 지워버려 애초에 무상 공급한 것과 같은 상태로 되돌린 것이다. 실제로 부품이 안 들어간 무상수리에선 딜러사가 공임만 청구했고, 수입사도 같은 공임을 제조사에 청구해 어떠한 차액도 생기지 않았다.

 

③ 심판원 “수출자 향한 ‘간접지급’ 아니다”

 

세관은 수입사가 딜러사에 준 돈을 해외 제조사에 대한 간접지급으로 묶었다. 제조사가 할 보증을 딜러사가 이행했고 그 비용을 수입사가 냈으니 결국 제조사를 대신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기에도 빈틈이 있었다. 해외 제조사와 딜러사 사이에 직접적인 보증 이행 계약이 맺어졌다거나, 제조사가 딜러사에 줘야 할 돈을 수입사가 대신 주기로 한 명확한 약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제의 차액만큼 수입사가 자동차 수입가격을 따로 할인받았다고 볼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심판원은 단순히 제3자인 딜러사에게 돈이 흘러갔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곧장 수출자 몫의 간접지급금액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심판원은 세관의 과세 처분을 전면 취소했다. 쟁점이 된 차액은 수입 당시에 확정된 하자보증비가 아니라, 부품이 보증수리에 쓰이면서 사후적으로 소멸해버린 수입사의 부품 판매이익에 불과하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수입사가 제조사를 대신해 보증 책임을 떠안는 조건으로 자동차 수입가격을 할인받았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결론 내리고 수입사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 심판례: 서울세관-조심-20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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