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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6 (화)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 사랑한다는 말이 당신의 심장에 닿아

 

사랑한다는 말이 당신의 심장에 닿아 / 김재준



 

앵두에 욕심이 일어

심는 김에 다른 묘목들도 심었는데

 

눈길이라도 건네고싶은데

조로를 들고 서서

 

어느 것이 앵두나무인지 알아볼 수 없네

옆에 서서도 알아볼 수가 없네

 

이 막막한 무지를 어찌할 수 없네

그래서 나는 멀리 있는 사람

 

어찌할 수 없이 기다리는 사람

앵화를 보여줄 때까지

 

무지의 얼음장 위에

뜨거운 말 한 마디를 올려놓고 기다려야 하네

 

사랑한다는 말이 심장에 닿아

앵두의 입술이 붉어질 때까지

 

그때는 불을 처음 피워낸 원시 사내처럼

아름다운 화상을 입겠네

 

[詩 감상] 양현근 시인

 

사랑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고백

 

이 시는 한 그루 앵두나무를 알아보지 못하는 데서 출발하여 사랑의 본질에 이르는 깊은 사유를 보여줍니다. 시인은 묘목을 심고도 어느 것이 앵두나무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는 사랑하는 이를 향해 다가가면서도 그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인간의 서툶과 닮아 있습니다.

 

시의 중심에는 ‘무지의 얼음장’과 ‘뜨거운 말 한 마디’가 놓여 있습니다. 시인은 조급하게 다가서기보다, 사랑한다는 진심이 상대의 심장에 닿아 앵두의 입술이 붉어질 때까지 묵묵히 기다립니다. 이 기다림은 사랑이 소유가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피어날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일임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연의 ‘아름다운 화상’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사랑은 상처를 피하는 일이 아니라 기꺼이 데이는 일이며, 그 상처마저 삶을 빛나게 하는 흔적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평소에 말이 없고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시인의 진득한 삶과 사랑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기다림과 진심, 그리고 무지를 견뎌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이 어떻게 한 사람의 내면을 붉게 익혀 가는지를 아름답고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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