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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토)

[이슈체크] 한-EU 승객예약자료 입수 협정 이후 관세청 후속 조치는?

아시아 최초 ‘한-EU 승객예약자료(PNR) 협정’ 문안 전격 타결
공항 도착 전 선별 불가능했던 ‘EU 국적기 사각지대’ 걷어네
“27년 상반기 발효 목표로 실시간 시스템 연동, 후속 조치 총력”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그동안 대한민국 국경 안보와 통관 단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구멍이 존재해 왔다.

 

승객예약자료(PNR)는 여행객이 항공권을 예약하고 발권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로, 여기에는 여행경로, 예약·발권일, 동반 탑승자, 좌석 번호, 수하물 정보, 결제정보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경 단계에서 마약·테러 등 중대 중범죄 가능성이 있는 우범 여행자를 사전에 선별하고 차단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데이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부터 국내에 취항하는 92개 항공사로부터 PNR을 입수해 위험관리에 활용해 왔다.

 

하지만 유독 루프트한자나 에어프랑스 같은 유럽연합(EU) 국적 항공사들로부터는 자료를 전혀 받지 못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규제로 인해, 별도의 법적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는 소속 항공사의 PNR 제출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EU 국적기를 타고 입국하는 승객의 경우, 수하물이나 동반 탑승자 정보 등을 공항 도착 전에 미리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공항에 도착한 뒤 X-ray 검색이나 현장 정밀검사 등 전적으로 통관 현장 적발에만 의존해야 하는 뚜렷한 한계가 지속되어 왔다.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기간 EU와 PNR 협정 체결을 시도해 왔으나 번번이 장벽을 넘지 못했고, 이번에 협정 문안을 최종 타결한 것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초다.

 

관세청은 협정 체결을 위해 EU 집행위원회, 주한 EU 대사관 등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지난해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이후 수차례의 협상을 거쳐 올해 4월 협정 문안에 합의했으며, 5월에는 가서명까지 완료했다.

 

관세청 관계자 “현장 적발 한계 극복…사전 차단할 무기 얻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협정 타결이 가져올 실무적인 변화와 국경 안보 강화 효과에 대해 “그동안 EU 국적 항공기의 경우, 공항 도착 전에 우범 여행자를 사전에 선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실제 단속 사례를 보면, 지난 2026년 2월 폴란드발 항공편으로 입국한 여행자의 위탁수하물을 X-ray 판독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식품 포장재 안에 정교하게 은닉된 케타민 약 10kg을 적발한 바 있다.

 

당시에도 사전에 PNR 정보를 확보하지 못해 입국장 현장 적발에만 의존해야 했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번 협정이 본격적으로 발효되면 이러한 위해물품 반입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물론, 우범자 선별 정확도와 마약·밀수 단속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이웃 나라인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아시아 최초 타결’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비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국이 이미 2021년 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결정을 받았을 만큼 전반적인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 2006년부터 안정적으로 PNR 제도를 운영하며 축적해 온 역량, 그리고 미국·호주 등 여러 우방국과 초국가 범죄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지속해 오며 공고한 신뢰를 쌓아온 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27년 상반기 발효 목표…향후 추진될 구체적 로드맵


양국은 금년 내 정식 서명을 마친 뒤, 오는 2027년 상반기 내 최종 발효를 목표로 본격적인 후속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양측 간 협정문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와 가서명은 완료된 단계”라며 “현재 남겨둔 ‘기술적 부분의 최종 확정’은 국·영문 표현의 일치성, 조문 체계, 문구 정합성 등 형식적 측면에 대한 최종 조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세청이 집중하고 있는 향후 후속 조치는 ▲국내 법적·행정적 비준 절차 ▲민감 정보 공유에 따른 제도적 안전장치 ▲기술적인 시스템 연동 작업 등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관세청은 우선 국내 법적·행정적 비준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 외교부, 법제처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협정 문안 심사 및 확정, 국무회의 상정, 대통령 재가, 서명권자 지정 등 필요한 국내 후속 행정 절차를 체계적으로 밟아나갈 계획이다.

 

이번 협정이 헌법상 국회의 동의(비준)가 필요한 사안인지는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의 법리 검토를 거쳐 향후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민감 정보 공유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도 준비 중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협정은 국내 개인정보보호 법령과 정보보호 규정에 맞게 국내법과의 정합성을 철저히 유지하는 틀 안에서 결정되었다”며 “PNR 정보를 처리함에 있어 목적외 이용 제한, 데이터 보존기간 제한, 비식별화 조치, 접근권한 설정 등 세부적인 보안 사안들을 명확히 규정하여 안전하게 관리·파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현재 법적 기반 마련과 동시에 기술적인 시스템 연동 작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관세청은 새로운 대규모 시스템이나 인프라를 신설해 예산을 낭비하는 대신, 현재 다른 외국 항공사들이 PNR을 제출할 때 안정적으로 사용 중인 기존 ‘CIQ 정보공유시스템’을 EU 항공사 PNR에도 동일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일단 협정 발효 전까지는 EU 국적 항공사들과 해당 시스템 연동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항공사 안내 및 기술적 시스템 개선 작업을 차질 없이 완료하여 자료 입수에 단 하루의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관세청은 이번 협정 타결의 성과로 PNR 정보가 위해물품 단속뿐만 아니라 테러, 인신매매, 자금 세탁 등 국제 범죄 조직들이 항공 환승편을 이용해 흔적을 지우는 지능형 초국가 범죄를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국경 안보망을 가진 일부 선진국들만이 EU와 이러한 협정을 맺고 글로벌 공조를 주도해 왔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이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대한민국 국경 안보 체계 역시 세계적 수준(Global Standard)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정지은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장은 “이번 협정은 사전에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국경 단계의 위험인물 선별 및 관리 체계를 한 단계 고도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2027년 상반기 정식 발효까지 법적·기술적 실무 준비를 빈틈없이 마쳐, 마약과 테러 등 초국가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철저히 지키는 든든한 국경 방어벽을 완성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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