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AI 컴퓨터 서버를 수입하면서 ‘하드웨어’와 함께 결제했지만 세관 수입신고에서는 빠진 ‘온라인 소프트웨어’와 ‘사후 지원 서비스’ 비용. 이는 수입 물품과 무관한 ‘별도 무형 서비스’일까, 아니면 서버를 들여오기 위해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숨은 물품값’일까.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미국 소재 수출자의 국내 총판인 한 기기 판매회사는 2021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AI 컴퓨터 서버(○○○ 하드웨어)를 직수입해 국내 파트너사에 판매했다.
이 회사는 수출자가 제시한 가격표에 따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지원 서비스(Support Service)’ 비용을 한꺼번에 송금했다. 여기서 ‘지원 서비스’는 단순한 고객 상담이 아니다. 기기에 하자가 생기면 일정 기간 부품을 수리·교체해 주는 3년 제품 보증과 고장 난 기존 부품이나 저장장치를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비회수 옵션’ 등이 포함된 상품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수입신고 단계에서 공장 출고 시 발행된 상업송장을 기준으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가격만 신고했다.
회사의 논리는 명확했다. 소프트웨어는 저장장치에 담겨 온 것이 아니라 이메일로 암호(라이선스 키)를 받아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것이니 관세법상 수입 물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장 수리 조건 등이 포함된 지원 서비스 역시 수입 이후에 발생하는 사후 관리 비용이므로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관의 시각은 달랐다. 세관은 별도로 송금된 소프트웨어와 지원 서비스 비용 역시 AI 서버를 사기 위한 핵심 판매조건으로 판단했다. 세관이 이 비용들을 모두 과세가격에 합산해 부가가치세와 가산세를 부과한다고 과세전통지를 했다. 회사는 처분에 불복해 관세청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관세는 수입자가 물건을 사기 위해 치른 ‘실제로 지급한 총금액’을 기초로 산정된다. 상업송장에 기계값만 적혀 있더라도,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강제되는 조건이라면 물품 대금과 분리해 결제했더라도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수입 후 설치나 순수 원격 기술 지원처럼 물품 자체의 대가와 명확히 구분되는 비용은 예외적으로 과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무형의 소프트웨어 가격을 하드웨어 가격의 일부로 묶을 수 있는지, 그리고 지원 서비스 비용의 실질을 수입 후 유지보수비로 볼 것인지 제품 하자보증비로 볼 것인지다. 관세청이 짚은 쟁점은 다음 세 가지다.
① ‘다운로드’ 형식보다 중요한 건 ‘의무적 묶음 판매’
회사는 해당 소프트웨어가 단순히 인터넷 접속 권한일 뿐이며, 단독 구매도 가능해 하드웨어 구매 시 반드시 사야 하는 의무 구매 항목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계약서상 하드웨어와 별개 제품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관세청은 제공 방식보다 계약의 실질 요건을 중시했다. 수출자가 제시한 가격표에는 AI 서버를 처음 살 때 반드시 해당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인 묶음(번들)’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초기 구매 시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으면 해당 기계 자체를 살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관세청은 "온라인으로 다운로드하는 무형의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과세가격에서 제외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물건을 사기 위해 반드시 함께 대금을 치러야 하는 조건이라면, 제공 방식과 무관하게 실질적인 기기값의 일부라는 취지다.
② 껍데기만 서버?…고유 기능 구현하는 ‘필수 요소’
소프트웨어의 기능적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는 이 소프트웨어가 다른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이므로 쟁점 기기의 필수 요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세청의 판단은 달랐다. 해당 소프트웨어(Base Command, AI Enterprise 등)는 단순한 편의 도구가 아니라, AI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구동해 서버 컴퓨터가 정상적인 연산과 관리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파악됐다.
결정적인 근거는 회사가 스스로 제출한 서류에서 나왔다. 관세조사 당시 회사 소속 기술 담당 이사가 쓴 사실관계 확인서에 "쟁점 소프트웨어는 AI 컴퓨터 기능 수행에 필수적이며, 수출자가 쟁점 물품을 판매할 때 이를 의무 조건으로 삼고 있다"는 내용이 명확히 담겨 있었다. 심사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소프트웨어가 기기의 고유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필수 구성 요소라고 판단했다.
③ 명칭은 ‘지원 서비스’, 실질은 ‘하자보증과 범위 조정’
지원 서비스에 대한 회사의 방어 논리도 통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를 수입 뒤 서버를 안정적으로 쓰기 위해 제공받는 원격 기술 지원이자 사후 유지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세청이 들여다본 계약의 실질은 달랐다. 이 사건의 지원 서비스 상품은 단순한 상담 서비스가 아니라, 서버에 하자가 생기면 일정 기간 부품을 수리하고 교체해 주는 ‘3년 제품 보증’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다. 카탈로그에도 부품 회수·교체 절차와 보증기간 조건이 핵심 내용으로 명시돼 있었다.
문제가 된 이른바 ‘비회수 옵션’도 마찬가지다. 원래 고장 난 부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해 주면, 판매자가 기존의 고장 난 부품을 수거해 가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여기서 구매자가 추가 비용을 낼 경우 기존 고장 부품이나 저장장치를 판매자에게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비회수 옵션이다.
관세청은 이를 수입 이후의 독립된 유지보수 서비스가 아니라, 판매자의 하자보증 책임을 변경하는 ‘범위 조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순수한 원격 기술 지원 비용이 섞여 있었다면 그 금액만큼은 과세가격에서 공제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전체 금액 중 기술 지원비만 명확히 구분해 증명할 자료를 내지 못했다. 결국 이름표만 다르게 달았을 뿐, 그 본질은 수입 물품의 하자를 보증하기 위해 지급한 대가로 간주된 것이다.
결국 관세청은 회사의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채택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내려받는 소프트웨어라도 서버 구매의 필수조건이고 고유 기능 구현에 필요한 것이라면 과세가격에 포함될 수 있다. 이름이 ‘지원 서비스’라도 실제 내용이 하자보증과 부품 교체 조건이라면 수입 후 유지보수비로 쉽게 제외될 수 없다는 것이 관세청의 판단이다.
[참고 심판례: 관세청-적부심사-20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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