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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토)

[예규·판례] “전시 가격” vs “사후 협상가”…명품 보석 관세 분쟁

"나중에 깎은 실제 결제액" 항변에도…핵심은 금액 아닌 '시점'
119차례 용도 변경 승인해 준 세관…"단순 승인은 세액 보증 아냐"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전시를 위해 잠시 국내에 들여온 명품 보석(하이주얼리). 처음 국내에 들어올 때는 곧바로 판매하기 위한 일반 수입물품이 아니었다. 행사가 끝나면 다시 해외로 내보내는 것을 전제로 한 ‘재수출조건부 일시수입’ 방식이었다.

 

그런데 전시 도중 고객이 특정 보석의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입자는 해외 본사와 가격을 새롭게 협상해, 처음 통관 증서에 적힌 금액보다 낮은 가격의 청구서(인보이스)를 새로 발급받았다.

 

그렇다면 이때 내야 할 관세는 어느 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야 할까. 처음 국내에 들어올 때 증서에 적힌 가격일까, 아니면 나중에 실제로 팔기로 합의한 할인 가격일까.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글로벌 주얼리 업체의 국내 법인은 2021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국내 전시와 주문 수집을 목적으로 하이주얼리를 반입했다. 이때 사용한 통관 방식은 ‘A.T.A. 까르네(일시수입 통관증서)’였다. 전시·박람회 물품처럼 일정 기간 국내에 들여왔다가 다시 내보낼 물품에 적용하는 통관 제도다.

 

이 보석들은 당초 판매용이 아니므로, 전시가 끝나면 다시 국외로 반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전시 중 고객이 구매 의사를 밝히면, 국내 법인은 해외 본사와 가격을 다시 협상했다. 이후 까르네 증서에 기재된 가격보다 할인된 청구서를 새로 받아 세관에 ‘용도 외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전시용 물건을 국내 판매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였다.

 

하지만 세관이 이 거래를 들여다보면서 제동이 걸렸다. 관세조사 결과,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용도 외 사용승인을 받은 하이주얼리 98건의 과세가격이 당초 까르네 증서에 적힌 가격보다 낮게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관은 물품이 국내에 반입될 당시에는 아직 누군가에게 팔린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거래가격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관세법상 평가방법을 순차적으로 검토한 뒤, 까르네 증서에 기재된 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채택해 관세 등을 다시 산정해 과세전통지했다. 수입자는 세관의 처분에 불복해 관세청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결국 이번 사건의 쟁점은 세 가지다. 까르네 증서상 가격을 단순 참고용으로 보아 배제할 수 있는지, 나중에 본사와 협상해 정한 할인 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삼을 수 있는지, 세관이 여러 차례 용도 외 사용을 승인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산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지다.

 

① ‘참고가격’이라던 통관증서 가격…수입 당시에는 유일한 기준

 

국내 법인은 까르네 증서에 적힌 가격이 실제 거래가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증서 발급에 필요한 담보금액 등을 설정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산정한 참고가격일 뿐이라는 것이다. 고가품인 하이주얼리는 고객의 명시적인 구매 요청이 있어야 협상이 시작되며, 일반적인 상관행에 따라 할인이 적용된 국내 판매가격을 토대로 본사와 최종 합의한 금액이 진짜 거래가격이라는 논리도 내놨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까르네 증서상 가격이 수출 판매를 위해 확정된 최종 가격은 아닐지라도, 관세법상 기준이 되는 ‘수입신고 시점’에 세관에 신고된 유일한 과세가격이라는 것이다.

 

② 사후에 정해진 할인가…문제는 ‘금액’이 아닌 ‘시점’

 

국내 법인은 나중에 발급된 청구서 가격이 고객 및 본사와의 조율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 '실제 지급 금액'이므로, 이를 과세가격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관세평가에서는 지급한 금액 못지않게 '그 가격이 언제 형성됐는지'가 중요하다. 이 사건의 하이주얼리는 이미 까르네 신고를 통해 국내로 일시수입신고가 수리되어 반입이 완료된 상태였다. 세관의 ‘용도 외 사용승인’ 역시 새로운 수입신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들어온 물품의 용도 변경만을 허락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실제 심사 사례를 보더라도 시점의 차이는 뚜렷했다. 한 귀걸이 품목은 2022년 7월 까르네 증서상 가격으로 일시수입신고가 이뤄졌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9월에 이르러서야, 수입자는 할인된 가격의 청구서를 바탕으로 용도 외 사용신청을 접수했다.

 

관세청은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이 할인 가격이 수입항 도착 이후에 고객 구매와 본사 협상을 거쳐 사후적으로 형성된 금액일 뿐, 반입 당시 확인 가능한 가격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사후에 정해진 할인 금액으로 처음 수입신고 당시의 과세가격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③ 세관이 여러 번 승인했어도…신고가격 적정성까지 보증한 건 아니다

 

마지막 쟁점은 가산세 부과가 합당한지 여부였다. 국내 법인은 용도 외 사용신청 시 까르네 증서, 물품내역, 할인가 청구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했으며, 세관 역시 서류 검토 후 약 2년 동안 119건의 신청을 아무 문제 제기 없이 승인했으므로 가산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세전적부심사에서는 가산세를 면제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관장의 용도 외 사용승인은 단지 해당 물품을 판매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허락한 처분일 뿐이다. 납세자가 신고한 과세가격이나 세액이 정확하다고 보증해 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용도 외 사용신청서 양식 자체가 납세자가 직접 물품의 가격과 낼 세금을 스스로 계산해 적어 내도록 설계돼 있다. 관세 당국은 수입자가 기재한 신고서를 세관이 그간 수리해 왔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가격 산정 방식이 관세행정상 정당한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관세청은 과세전적부심사에서 까르네 증서상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격을 다시 정하고 가산세를 부과한 세관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청구를 채택하지 않았다.

 

[참고 심판례: 관세청-적부심사-20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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