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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6 (화)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 여름날의 팡파르

 

여름날의 팡파르 / 박해옥

 

 

환장하게 볕 좋은 오후 간식 때쯤

낙조 2길 정자나무에서 낙성식이 있으니

근동에 주민들은 다 모이라고 들뜬 목청으로 깍깍대는 방송

궁금증에 달려가 나무아래 서니

덧개덧게 에둘린 잎사귀에 가려 잔칫집은 보이질 않고

쏟아져 내리는 햇발 침에 눈만 시린데

구경꾼으로 나온 바람이 기합을 한 토막 넣자

그제야 엿보이는 비밀의 城

언제 저렇게 바지런을 떨었을까

석가래 주춧돌은 어떻게 날랐을까

하늘 쪽으로 채광창 들이고 문턱을 낮게 낸 까치집 한 채가 덩그랗다

선한 이웃을 만난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롱이다롱이 줄줄이 낳아 깨볶으며 살라고 한 덕담 해주고

낙성식 술 한 잔 얻어먹고 돌아서는 길

둥지를 품은 젊은 엄마들이 벤치에 졸졸이 나앉아

까치처럼 까륵대며 말바람에 신명이 났다

콩나물대가리 같은 꼬맹이들이 노란 셔틀에서 콩콩 뛰어 내려

어미의 날갯죽지로 깃드니

시샘이 난 이파리 몇이 색종이가루처럼 날리는

정자나무 쉼터

 

[詩 감상] 양현근 시인

 

깍깍, 세상이 잔치다

 

박해옥의 시를 읽으면 귀가 먼저 열린다. 까치의 깍깍 소리, 바람의 기합 소리, 벤치의 젊은 엄마들이 까륵대는 소리, 콩콩 뛰어내리는 아이들의 발소리. 이 시는 한 편의 소란하고 따뜻한 여름 오후다.

 

시작은 까치의 낙성식 방송이다. 정자나무에 새 집을 지었으니 구경 오라는, 들뜬 깍깍 소리. 시인은 그 소리에 이끌려 달려간다. 잎사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다가, 바람이 한 번 기합을 넣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까치집. 그 순간의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석가래 주춧돌은 어떻게 날랐을까? 이 질문이 시 전체의 온도를 올린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집을 지었을 시간을 떠올리는 것이다. 감탄은 크지 않아도 진심이다.

 

아롱이다롱이 줄줄이 낳아 깨볶으며 살라는 덕담은 구수하고 넉넉하다. 낙성식 술 한 잔 얻어먹고 돌아서는 길, 시선은 자연스럽게 벤치의 젊은 엄마들에게로 옮겨간다. 까치처럼 까륵대는 엄마들, 노란 셔틀에서 콩콩 뛰어내려 어미 날갯죽지로 깃드는 아이들, 까치 가족과 사람 가족이 조용히 포개진다.

 

시샘이 난 이파리 몇이 색종이처럼 날리며 시는 끝난다. 질투조차 귀엽고, 흩날림조차 축제다. 박해옥의 시는 특별할 것 없는 여름 오후를 이렇게 환하게 들어 올린다. 세상이 잔치라는 것을, 까치 한 마리가 먼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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