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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5 (토)

[예규·판례] 시세보다 30% 싼 서리태…세관이 신고가 부인한 이유

영수증 앞세워 "정상 거래" 주장했지만…산지 시세와 큰 격차
계약서 인장 바뀌고 서명도 제각각…흠결 드러난 증빙
조세심판원 "합리적 의심 충분"…유사물품 기준 과세 처분 '정당'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수입업체가 중국산 서리태콩을 들여오며 세관 기준가격의 70%대 수준으로 신고하자 과세관청이 제동을 걸었다.

 

한 농산물 수입업체는 2020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소재 수출자로부터 중국산 서리태콩을 수입했다. 해당 업체가 세관에 신고한 가격은 관세청이 농산물 저가 신고 여부를 살필 때 참고하는 '표준품명코드 담보기준가격'의 73.2% 수준에 머물렀다.

 

평택세관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세조사 결과, 신고가격이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이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산정한 중국 산지조사가격보다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수입업체가 계약서와 원가내역서, 송금 영수증 등을 소명 자료로 제출했음에도, 세관은 신고가격의 진실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세관은 업체의 신고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 제32조에 규정된 '제3방법(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을 적용해 과세가격을 재산정했다. 수입자는 이 같은 과세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원칙적으로 수입물품의 관세는 수입자가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을 기초로 매겨진다. 그러나 신고가격이 객관적인 비교가격과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이고, 수입자가 그 간극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지 못할 경우 세관은 평가방법을 달리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순히 "서리태콩을 싼값에 구매했느냐"가 아니었다. 이례적인 저가 구매가 가능했던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설명이 계약서와 원가자료, 국내 유통 흐름과 논리적으로 부합하는지 여부였다. 조세심판원이 세관의 과세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① 좁혀지지 않은 산지 시세와의 격차

 

수입자는 정상적인 상거래를 통해 실제 지급한 가격을 신고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신고가격 외에 별도로 자금을 송금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단순히 단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거래가격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심판원은 객관적인 시세와의 차이가 가볍지 않다고 봤다. 쟁점 물품의 신고가격은 담보기준가격의 약 73.2% 수준이었으며, 동일한 시기 aT가 조사한 중국 내 산지 최저가격과 비교해도 59.1%~75.2%에 불과했다.

 

통상 농산물 가격은 품질, 수확 연도, 거래 조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하지만 수입자가 세관에 제출한 표준 질문서에는 쟁점 물품이 2020년에 수확된 최고 등급(A등급) 물품이고, 거래 과정에서 할인을 받거나 품질 하자로 배상을 요청한 이력이 전무하다고 기재돼 있었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품질 하락이나 감가 사유가 서류상 전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수입 후 국내 판매 수익성 역시 의문을 증폭시켰다. 수입자가 작성한 수입판매현황을 토대로 산출한 매출총이익률은 각각 1.9%와 1.4%에 그쳤다. 단순히 이익률이 낮다는 점만으로 거래가격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신고가격과 할인 사유의 부재,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익성이 결합될 경우 신고가격의 신뢰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② 앞뒤 안 맞는 계약서와 전자계산서

 

소명자료의 일관성도 문제였다. 수입자는 최초 소명 과정에서 쟁점 물품의 수확 연도를 2019년, 등급을 B등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제출한 추가 자료에서는 일부 물품의 수확 연도를 2020년으로 번복하고 생산지도 상이하게 기재했다. 농산물 거래에서 수확 연도와 등급은 가격 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기본 정보가 수시로 바뀐다면 가격 형성 과정의 투명성 역시 설득력을 잃게 된다.

 

계약서의 신빙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수출자와 체결한 계약서에는 정작 구매자의 서명이 누락돼 있었다. 또 다른 수출자와의 계약서에서는 제출 시점에 따라 수출자 인장의 위치가 달라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구매자 서명란에는 해당 수입업체 대표가 아니라 다른 법인의 대표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해당 법인은 과거 같은 중국산 물품을 저가로 수입했다가 평택세관으로부터 경정 처분을 받은 곳이다.

 

국내 판매를 증빙하는 전자계산서 역시 거래 흐름을 역행했다. 두 번째 수입 물품은 2021년 2월 4일에 수입신고수리전 반출이 승인됐으나, 국내 거래처에 판매했다며 발행한 전자계산서의 거래 일자는 약 한 달 전인 2021년 1월 6일로 기재돼 있었다. 아직 국내 반입 절차조차 끝나지 않은 물품을 이미 전량 판매한 것처럼 회계 처리한 것이다. 수입자는 반출이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예단해 계산서를 선발행했다고 해명했으나, 심판원은 이를 상식적인 상관행으로 보지 않았다.

 

③ 절차적 흠결 없는 ‘제3방법’ 과세 적용

 

수입자는 세관이 과세가격을 재산정하는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반발했다. '제3방법'을 적용해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을 차용하려면 거래 단계, 수량, 운송 거리 등의 차이를 정교하게 조정해야 함에도 세관이 이를 소홀히 했으며, 정보교환 등 협조 절차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심판원은 세관의 행정 처리에 흠결이 없다고 판단했다. 세관은 관세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조사 결과와 부인 사유, 결정 경위를 공문으로 투명하게 통지했다. 수입자의 소명 자료에 대해서도 두 차례나 추가 입증을 요구하는 등 협조 의무를 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사물품 가격 적용 과정 역시 합리적이었다. 세관은 입항일 전후 30일 이내의 유사물품을 면밀히 살폈고, 동일 조건의 물품 표본이 부족하자 생산지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여 비교 기준을 마련했다. 수입자는 물품 간 규격 차이를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앞서 수입자 스스로 "동일한 물품"이라고 답변한 데다 원가명세서상 구성요소와 비용 지출 내역도 완전히 일치했다.

 

나아가 운임 조정 주장에 대해서도, 쟁점 물품이 유사물품에 비해 운송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운임은 오히려 높게 책정돼 있어 별도의 운임 감액 조정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심판원은 신고가격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충분하며, 수입자가 제출한 부실한 소명 자료만으로는 그 의심을 씻어내기 역부족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신고가격을 부인하고 유사물품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재산정한 평택세관의 처분은 적법하게 유지됐고, 수입자의 심판청구는 기각됐다.

 

[참고 심판례: 평택세관-조심-202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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