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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4 (금)

[예규·판례] LG그룹 맏사위 윤관 조세소송 '엇갈린 결론'…법인은 승소, 개인은 패소

법원 "법인은 고정사업장, 개인은 거주자성"…적용 과세요건 달라
론스타 판례 법리 재확인…외국법인 과세 위한 고정사업장 입증 엄격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LG그룹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를 둘러싼 조세소송에서 외국법인은 승소하고 개인은 패소하는 상반된 판결이 이어졌다.

 

법원은 외국법인에는 국내 고정사업장이 없다고 판단해 법인세 부과를 취소한 반면, 윤 대표 개인에 대해서는 국내 거주자로 인정해 종합소득세 부과를 유지했다.

 

동일한 투자 구조에서 비롯된 분쟁이지만 법인과 개인에 적용되는 과세요건이 달라 결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는 평가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이정원)는 외국법인 비알비로터스원리미티드(BLI)와 파워엠파이어그룹리미티드(PEG)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2024구합82312)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약 89억8500만원의 법인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비용 역시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해당 법인들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탈 BRV 펀드가 출자해 홍콩과 세이셸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들은 국내 기업 투자 과정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양도차익을 실현했다. BLI는 하이로닉 투자로 약 226억원, PEG는 대성산업가스 투자로 약 194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과세당국은 이들 법인이 형식상 외국법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에서 사업을 수행한 '국내사업장 보유 외국법인'이라고 보고 2021년 총 89억원 규모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과세의 전제가 되는 국내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두 SPC가 단순한 조세회피 목적의 도관회사(Paper Company)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홍콩 법인은 윤 대표의 지분 구조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한 경영상 목적이 있었고, 세이셸 법인 역시 공동투자 구조를 위한 사업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핵심 쟁점인 국내 고정사업장 여부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BRV코리아 등 국내 투자자문사의 활동은 계약에 따른 보조적·지원적 업무에 불과하며, 이를 외국법인의 본질적 사업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투자 및 매각 관련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질 당시 이사회 구성원들이 국내에 체류하지 않았고, 주요 의사결정 역시 해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사무실에서 통장과 인감을 관리한 사실도 단순한 실무 처리에 불과해 고정사업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외국법인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를 전제로 한 법인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윤 대표 개인이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같은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는 윤 대표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123억원 규모의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2023구합59971)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윤 대표의 가족관계, 국내 체류일수, 국내 자산 보유 현황, 투자 및 경영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생활과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대한민국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 대표는 세법상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며 종합소득세 부과 역시 적법하다고 봤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17일 첫 변론이 예정돼 있다.

 

"같은 투자 구조라도 법인과 개인은 과세요건이 다르다"

 

이번 두 판결은 동일한 투자 구조와 동일한 인물을 둘러싼 사건이지만, 적용되는 과세요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외국법인의 경우 과세 여부는 국내에 고정사업장(PE) 이 존재하는지, 해당 사업장을 사용할 권한과 그곳에서 본질적인 사업활동이 이루어졌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반면 개인은 국내 거주자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가족의 생활근거, 체류일수, 자산 보유, 경제활동의 중심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주자성을 결정하며, 이를 충족하면 국내외 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 과세가 가능하다.

 

즉 윤 대표가 국내 투자와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두 사건 모두 인정됐지만, 외국법인의 법인세와 개인의 종합소득세는 서로 다른 법률요건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에 결과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두 사건은 동일한 투자 과정에서 비롯됐지만 법인세 89억원과 종합소득세 123억원은 각각 외국법인과 개인에게 부과된 별개의 과세처분이라는 점에서도 구별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외국법인 과세에서 고정사업장 인정 요건을 다시 한번 엄격하게 확인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투자 구조에서는 과세당국이 국내에서 실질적인 사업활동과 해외 의사결정 구조를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원고 측 대리인은 "고정사업장에 대한 사용·처분 권한이 인정되지 않았고,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국외에서 이루어진 점을 입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글로벌 벤처캐피탈 펀드의 투자 구조에서 고정사업장 과세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한 판결로, 대법원의 론스타 판결과 같은 법리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7년 론스타 펀드 사건(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4두3044, 3051 판결)에서도 국내 투자자문사의 활동만으로는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국내 투자자문사 직원들이 외환은행 인수와 경영에 관여했더라도 이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투자자문사의 활동일 뿐이며, 외국법인을 대신한 핵심 사업활동이나 대리인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 역시 이러한 기존 법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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