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 이혜우
망설이지 마세요
내 등을 밟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세요
저 내를 건너려면
누군가의 낮은 허리가
디딤돌이 되어야 하니까요
산자락 들꽃처럼
그저 느껴 주시면 됩니다
그것으로 웃겠습니다
낮은 자리에도
사랑은 있습니다
[詩 감상] 양현근 시인
낮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혜우의 시는 '낮은 곳에 머무는 일'의 온기를 전한다. 징검다리는 물속에 제 몸을 누여, 누군가에게 밟혀야만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하는 돌이다.
시인은 망설이지 말고 내 등을 밟고 가라고 말한다. 보통의 사랑은 손을 잡고 함께 건너자고 하지만, 이 시의 사랑은 다르다. 나는 여기 남을 테니 내 몸을 디딤돌 삼아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며 나지막이 등을 내어준다. 헌신이라는 단어조차 무색할 만큼 깊고 조용한 사랑이다.
낮아진다는 것은 굴복이 아니다. 타인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스스로 중심을 잡는 숭고한 선택이다. 그 자리는 화려하지도, 찬사를 받지도 못한 채 그저 물속에 묵묵히 잠겨 있을 뿐이다.
산자락 들꽃처럼 그저 느껴만 주면 그것으로 웃겠다는 사랑은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자리에 가만히 피어 존재할 뿐이다.
낮은 자리에도 사랑은 있습니다—마지막 행은 선언이 아니라 고백에 가깝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사랑이 아니라, 물속에 잠긴 채 누군가의 발걸음을 단단히 받쳐주는 사랑. 시인은 그 조용한 사랑이 얼마나 단단하고 영원한지를 소리 없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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