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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시론] 삼성전자 주식은 괜찮고, 부동산은 안 되는가?

한국 조세정책의 자산 유도, 이대로 괜찮은가

(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명예교수,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AI 반도체 랠리와 세금의 공백

 

최근 국내 증시는 AI 반도체 열풍 속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안팎에 달하면서, 단기간에 상당한 자본이득을 거둔 개인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거둔 막대한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사실상 세금 부담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 세제는 대주주를 제외하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비교적 낮은 수준의 과세 또는 비과세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주식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가

 

물론 여기에는 나름의 정책적 이유가 존재한다. 자본시장은 기업 자금조달과 산업투자, 연금자산 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세제가 유지되어 왔다. 생산적 산업자본으로 자금을 유도하고, 장기 투자와 기업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실제 많은 국가들도 자본시장 활성화와 장기투자 유인을 위해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완화하거나 이연하는 제도를 상당 부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때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추진하였다. 상장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 등을 통합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이익에 과세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형평 논리와 자산 간 과세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투자소득세는 결국 시행되지 못하고 폐지 수순으로 방향이 전환되었다. 자본시장 위축 우려, 개인투자자 이탈 가능성, 글로벌 증시 경쟁력 문제 등이 주요 이유로 거론되었다. 특히 국내 증시의 투자 기반이 아직 충분히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투자 과세를 확대할 경우 자금이 해외시장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현재와 같은 상장주식 양도세 체계는 분명 장점이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투자 참여 확대에 유리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AI·반도체·첨단산업 중심의 산업재편 국면에서는 생산적 투자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는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한계도 존재한다. 대규모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제한되면서 자산 간 과세형평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에는 취득·보유·양도·상속 전 단계에 걸쳐 중첩적 과세가 이루어지는 반면, 상장주식에는 대주주가 아닌 한 양도소득세 부담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현실 속에서 자산 간 과세체계의 균형과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의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독특한 자산구조도 자리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 수준으로, 미국·일본 등 주요국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내 주식투자 인구는 이미 1,400만 명 수준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상위 자산계층에서도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여전히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투자 확대”를 강조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부동산 중심 자산구조를 완화하려는 정책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현재의 자산과세 구조는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국민 자산을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유도하려는 정책 방향과도 연결되어 있다.

 

◇부동산은 전혀 다른 세계다

 

반면 부동산은 전혀 다른 세계다. 부동산에는 취득 단계에서 취득세가 부과되고, 보유 단계에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며, 처분 단계에서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상속·증여 단계에서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실질 시가주의와 소급감정까지 결합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은 단순히 “보유”만 과세되는 것이 아니다. 취득, 보유, 처분, 상속·증여 등 자산의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과세가 중첩된다.

 

최근 수년간의 세제 개편 역시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 강화, 종합부동산세 확대, 공시가격 현실화 등 실거주·장기보유 중심 자산형성에 대해서까지 조세부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최근 과세실무 역시 공시가격보다 실제 객관적 교환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사 매매사례가액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해당 재산 자체에 대한 감정가액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가격산정기준일 자체를 상속개시일에 맞추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실제 거래사례보다 과세관청이 제시한 사후 감정가액이 법원에서 우선적으로 시가로 인정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 변화에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자산 양극화 완화라는 목적이 존재한다. 가계 자산의 지나친 부동산 편중을 막고 자금을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 자체는 납득할 만하다.

 

문제는 그 수단이 과도하여 투기 억제를 넘어 장기 보유 실수요자나 정상적인 자산 이전 과정에까지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인 채 은퇴한 고령층에게 대폭 강화된 보유세 부담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 기반을 흔드는 위협이 되고, 무거운 거래세와 복잡한 규제는 이사나 갈아타기 같은 정상적인 주거 이동마저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결국, 명분의 정당성이 수단의 과도한 부담까지 모두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과세의 균형’이다

 

물론 국제적으로도 금융투자에는 우호적이고, 부동산에는 강한 과세를 하는 구조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다. 투기적 자금의 부동산 집중을 억제하고, 자산 양극화를 완화하며, 생산적 부문으로 자본을 유도하겠다는 목적이다.

 

실제 많은 국가들도 자본시장 활성화와 장기투자 유인을 위해 금융투자에 우호적인 세제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와 홍콩은 일반적인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역시 장기보유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일반 근로소득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반면 부동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강한 과세체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은 주거안정, 지역 불균형, 불로소득 환수 등의 정책목표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적으로도 “금융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이고, 부동산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과세를 하는 구조” 자체는 낯선 현상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편중 완화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균형과 수단의 적정성이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부동산 비중 축소라는 단일한 목표에 집중한 나머지, 정상적인 주거 선택과 노후의 삶까지 일부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과세관청의 소급감정 실무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평생 성실히 세금을 내고 집 한 채를 지킨 은퇴 세대에게 '재산을 처분하지 않으면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결국 자산 구조 개선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국민의 보편적인 생활 기반과 합리적인 거래 자유를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자산을 넘어 실거주와 생활기반이라는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러한 특수성을 세제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세는 국가의 정책 신호다

 

결국 문제는 단순히 “부동산 과세 강화” 자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왜 어떤 자산에는 강한 과세가 집중되고, 어떤 자산에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과세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설득력과 조세정책의 일관성이다. 조세는 단순히 세수를 확보하는 기술이 아니다. 국가는 조세를 통해 어떤 자산을 장려하고, 어떤 방식의 자산형성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지금 한국의 세제는 과연 생산적 투자와 안정적 자산형성 사이의 균형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특정 자산에만 과도한 부담을 집중시키고 있는가. 최근의 자산시장 변화는 이제 우리에게 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자산 간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면서도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세제개편이 시급하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 법대 명예 교수

•(현)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현)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전)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전)한국세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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