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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초대석] 장영란 민주평통 여성부의장 겸 협성대 대외협력부총장

인내와 포용으로 평화의 뿌리 가꾼 29년 민주평통 활동
협성대 개교 50주년 앞두고 지역·세계 잇는 미래 인재 양성 강조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인내는 평화를 위한 대가...낮은 곳에 마음 두어야 동행할 수 있어"

 

평화(平和)는 꽤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작게는 다툼 없음부터 크게는 상호 이해와 존중과 조화까지.

 

의미의 폭만큼 평화에는 다양한 표정이 있다. 안보의 표정, 번영의 표정, 때로는 포용과 인내의 표정도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우리 공동체가 다양하게 지닌 평화의 표정 중 하나다.

 

장영란 여성부의장은 과천시협의회장 시절을 비롯해 민주평통 45년 역사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왔다.

 

그간 날씨가 항상 궂었던 것도, 항상 맑았던 것도 아니었다. 민주평통은 어떠한 날씨에도 묵묵히 평화의 씨앗을 뿌려왔다.

 

장 여성부의장은 일상의 언어를 통해 평화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며, 교육자로서 미래 평화시대를 이끌 인재 양성에도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평화의 뿌리’ 여성 리더십으로 넓게
인내로 단단하게 내리뻗는

 

“세상에 어떤 일이든지 대가를 치러야 해요. 평화를 얻기 위한 대가는 인내예요. 어떤 때, 어떤 상황이든 안으로 견디어 나가면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하죠.”

 

민주평통은 평화 등 관련한 정책 수립을 위해 대통령에게 직접 자문하는, 대통령 자문기구이자 헌법기관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평화정책에 참여하며, 국내 직능대표 1만 5721명, 국내 지역대표(지방의원) 3066명, 137개국 재외 동포대표 4037명 등 총 국내외 2만 2824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장 여성부의장은 올해로 45주년을 맞이하는 민주평통에서 29년간 활동해왔다.

 

민주평통 과천시협의회장을 시작으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경기지역회의 부의장을 거쳤고, 현재 민주평통 여성부의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29년 동안, 남북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바삐 오갔다.

 

김대중 정부 6·15 남북공동선언의 뜻을 이은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이 새로운 협력관계를 꽃 피우는가 싶었지만, 군사적 갈등이 벌어지면서 남북관계는 차갑게 식어갔다.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이 재차 푸근한 온기를 사방에 퍼트렸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은 들떴던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싸늘하게 가라앉혔다.

 

평화 공존에 대한 우리 내부의 공감대도 출렁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통일연구원(KINU)이 거의 매년 발표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2020년에는 두 조사 모두 응답자 과반이 공존을 지지하는 응답을 선택했다.

 

하지만 2024년도에는 역대급으로 분단 쪽 의사가 늘어났다. 새 정부 출범 후, 2025년도 서울대 조사에서 공존을 지지하는 응답이 소폭 증가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제가 그동안에 느낀 것은 평화는 굉장히 더디고 어려운 일이란 것입니다. 민주평통 활동은 꽃의 뿌리와 비슷해요. 땅 밑에 있으니까, 뭐 하는지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뭔가 꾸준히 하는 거예요. 결과물이 안 좋아도 괜찮아, 그냥 땅속에 있어도 괜찮아, 나 스스로 밟히면서 살아가는 거예요. 우리가 뿌리만 키우고 있어도 계속하는 거예요. 뿌리가 있어야 꽃이 필 수 있으니까요.”

 

민주평통의 역할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자면, ‘공감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권은 국민 개개인에게서 비롯된다. 평화 역시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동의로 다가가는 게 필요하다.

 

“평화가 필요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저는 사업도 해봤고, 민주평통에서 여러 봉사·활동도 해왔습니다. 그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였다고 생각해요. 우리 미래에도 신뢰가 필요하고요, 남북관계에도 당연히 신뢰가 필요해요.”

 

“남북 간 사이가 좋든 나쁘든 지리적으로 접해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요. 분명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되죠. 예를 들어 국제 신용도 평가할 때 코리아 리스크란 것이 있어요. 남북한이 대립하고 있어도 우리에겐 높은 신용도가 필요해요. 그래서 평화가 정착되는 게 중요한 거에요. 그러면 코리아 리스크가 없어지고 신용평가 등급이 올라가면 기업들에게 유리한 점이 생기겠죠.”

 

“그런데 세상에는 늘 나와 입장이 다른 일들이 있어요. 가족에서도 그렇고요, 우리끼리도 그래요. 그러니 거대한 이웃 공동체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입장 차이가 있을까요? 그래서 평화는 일방적일 수가 없어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죠.”

 

“그렇다고 막연히 참고 기다리는 건 인내가 절대 아니에요. 남북이 공존할 수 있고, 그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야 하죠.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 보고, 이때쯤 괜찮겠다 싶으면 또 한 번 두드려 보고. 그래서 평화는 굉장히 더디고 어려운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민주평통 의장이신 이재명 대통령께서 ‘평화는 쌀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와닿아요. 평화와 공존은 우리 내부의 어떤 특정한 정치적 입장과 무관한 거예요.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번영하기 위해 반드시 이룩해야 할 좋은 것이죠.”

 

 

 

민주평통은 평화 공존 가치를 위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어려운 시기, 날카로운 판단력과 균형 있는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 이어 강창일 전 주일대사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맡았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비중도 청년위원 30%, 여성자문위원 40%로 확대 개편됐다.

 

“자문위원 비중이 달라진 데에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평화가 경제적 실익으로도 연결된다는 이해, 문화적 접근으로 평화에 대한 공감대의 확산. 이러한 가치들을 이루려면, 갈등으로 벌어진 상처를 치유하고, 단절된 곳을 잇는 섬세한 힘이 필요해요.”

 

민주평통은 평화와 공존의 해답을 여성 리더십에서 찾고 있다.

 

지난 4월 9일, 미국 힐튼 샌프란시스코 에어포트 베이프론트, 2026 세계 여성위원 컨퍼런스 개회식.

 

장 여성부의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갈등(葛藤)이 어떻게 화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하나의 나무를 사이에 두고, 칡(葛, 칡 갈)과 등나무(藤, 등나무 등)를 같이 키우면, 칡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면서 서로의 생장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갈등이란 말이 나왔다.

 

“갈등이 생기는 건, 서로 무시하기 때문이에요. 하나는 칡이고, 하나는 등나무로 서로 다른데, 서로가 나랑 같아지기를 강요하면, 당연히 서로가 서로를 억누르게 되죠. 안 그렇겠어요?”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돌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짓누르지 않고, 각자를 인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스 신화에서 헤르메스가 들고 다니는 지팡이를 보면, 두 마리 뱀이 하나의 지팡이를 두고 왼쪽과 오른쪽, 서로 다른 방향으로 꼬여 있어요. 한 나무를 사이에 두고 꼬여 있는 칡과 등나무와 비슷하죠. 하지만 이 지팡이는 갈등을 뜻하지 않아요. 타협과 평화, 상업과 번영을 뜻해요.”

 

“옛 서독의 빌리 브란트 체제가 잘했던 이유는, 압박하거나 강요해서가 아니었어요. 진솔하게 내 단점은 인정하고, 상대의 장점은 긍정하고, 빌리 브란트 체제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볼 용기가 있었어요.”

 

“여성은 가정에서 가족을, 지역사회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어요. 감수성과 친화력, 소통과 포용은 자기를 중심에 두지만, 자기만을 내세우지 않는 용기가 있어야 가능해요. 그 용기에는 힘이 있죠.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테두리 안에 있게 하는 힘,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도록 테두리를 넓히는 힘이에요.”

 

“민주평통이 평화와 공존을 위한 중요한 열쇠 중 하나로 여성 리더십을 주목하는 건 우연이 아니에요. 갈등의 시대에 필요한 건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신뢰에 대한 강한 결속력을 만드는 힘이기 때문에 그렇죠.”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연대하게 하는 힘, 함께 나아가게 하는 힘, 차이를 이해하고, 이해를 증진하고, 시민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우리 한반도 평화공존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은 갈등의 실타래를 풀고, 공동체를 화합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에요. 우리 상황과 외부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더라도, 여성 리더십으로 형성된 두터운 공감대가 있는 한, 흔들리지 않는 평화의 뿌리는, 반드시 언젠가 평화의 꽃을 피울 거라고 봅니다.”

 

◇2027년 개교 50주년 맞이하는 협성대
사람-지역-세계를 잇는 미래 인재의 산실

 

내년은 협성대가 개교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손금주 이사장과 서명수 총장은 새로운 미래 50년 협성대 브랜드로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창의융합 인재 양성 대학’을 내걸었다.

 

협성대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혁신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협성대만의 차별적인 교육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

 

인재상으로서 기독교 정신(믿음·사랑·봉사)을 기반으로 한 인격과 능력을 갖춘 인재, 인문학과 경영학, 기술과 예술이 창의적으로 융복합할 수 있는 미래 인재,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지향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시선으로 국제적 감각을 갖추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 산학협력 내실을 다져 졸업생들이 즉시 산업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교육·취업·창업 연계 시스템, 지역사회와 세계를 연결 짓는 지역 거점 대학, 대학이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공공 플랫폼의 역할 등 다양한 인재 양성 방안을 고민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외부 기관·기업·정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역 주민들에게는 평생교육, 문화, 상담 등을, 지역 내 기업·기관·지방정부와의 협력 생태계를 촘촘히 구축해,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대학, 좀 더 포용적인 지방 거점 대학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장 여성부의장은 협성대 대외협력부총장으로서 황인태 교학부총장과 함께 자신이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 등을 최대한 활용해 협성대가 가깝게는 지역, 멀게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뻗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평화 공공외교와 교육은 서로 맞닿는 부분이 있어요. 사람을 키우고 사회를 잇는 기능이 있죠. 대학교육은 미래 평화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일이에요. 저는 협성대 경영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경영학적 사고와 사회적 책임 의식을 심어주고 있고, 이는 민주평통에서 추구하는 산학협력 기반 인재 육성과 정확히 일치해요.”

 

“제가 민주평통 여성부의장으로서 글로벌 평화 네트워크를 구축해본 경험은 협성대의 국제화와 대외협력 역량을 강화하는 자산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세계 여성위원 컨퍼런스 등 국제 네트워크 역시 학생들에게 해외 교류 경험과 글로벌 취업 길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죠.”

 

민주평통 위원들은 민관에서 중요한 위치, 필수적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범위는 대한민국 전 지역, 전 세계 주요 137개국이다. 민주평통은 그 자체로 탁월한 정보 네트워크이자 사람 간 가교인 셈이다.

 

◇백 줄기 강을 담는 바다처럼

 

“남북 간에 소통하고 대화하고 협력하며 공존공영의 길로 가야 하는데 (지금은) 바늘구멍 하나 들어갈 여지가 없다 (중략) 자꾸 피하면 쫓아다니면서라도 말을 붙이고 선의를 전달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2025년 12월 19일,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 중 이재명 대통령 발언)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고 평화공존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인내심을 갖고 발신해야 한다.”
(2026년 6월 10일, 민주평통 언론간담회, 강창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동방정책을 통해 평화공존을 추구하고 화해협력의 길로 전진했던 독일의 경험이 지금 한반도에 절실하게 필요하다.”
(2026년 6월 22일, 보도 라멜로 독일 연방하원 부의장 면담 중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발언)

 

지금 비록 남북관계는 어려움으로 닫혀 있지만, 인간사에 영원이란 없다.

 

미국 현지시각 6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회담 당시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걷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대통령은 그다음 날인 2026년 6월 14일, 바티칸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남북을 연결하던 소통의 통로는 닫혔고 불신과 긴장은 여전하다. (그러나)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

 

이 대통령은 6월 15일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 2027년 서울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에 맞춰 교황의 방한과 방북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바티칸 방문을 ‘기도 속에 피어난 평화와 연대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간은 꽃을 피우게 할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 꽃의 뿌리는 비바람에도 꿋꿋이 인내할 수 있는, 민주평통이 가꾼 뿌리일 것이다.

 

장 여성부의장은 마지막으로 백천귀해(百川歸海)란 말을 꺼냈다.

 

“사람은 하는 일도 다르고, 출발한 곳도 달라요. 바다가 강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겸손하고, 포용하고, 인내하고. 그렇게 하면, 모든 강이 바다로 흘러가듯 언젠가는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민주평통 전체의 40%에 달하는 여성 자문위원들은 능력과 열정이 뛰어납니다. 저는 여성부의장으로서 이들과 함께 평화공존에 기여하는 역할을 다하면서, ‘가장 어두울 때가 새벽이 가까워졌을 때’라는 말처럼 인내로써 평화의 뿌리를 계속 가꾸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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