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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현장르포] ‘청산 위기’ 홈플러스, ‘적막’ 휩싸인 첫 주말

빈 매대 채운 임시방편 PB 상품…핵심 상품군 실종
‘상권 연좌제’ 늪 빠진 상가…인근 경쟁 마트 반사이익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 직후 첫 주말인 지난 5일. 동일 상권에 위치한 경기도 내 두 대형마트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주말 장보기 인파로 북적여야 할 홈플러스 매장은 인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적막했다. 반면, 차로 불과 수 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는 빈틈없이 채워진 매대 사이로 카트를 끄는 인파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 극단적 비용 통제…덥고 습한 매장, 사라진 부대시설

 

홈플러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체감된 것은 다소 덥고 습한 실내 공기였다. 불과 2주 전인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정상 가동되던 냉방 시스템은 법원 판결 이후 확연히 제 기능을 상실했다. 식품 매장이 자리한 2층을 제외하고, 1층과 3층을 오가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실내가 덥고 습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유동성이 고갈된 본사의 극단적인 판매관리비(판관비) 통제가 매장 환경 악화로 직결된 모습이다.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던 각종 부대 영업 시설도 일제히 마비됐다. 매장 한가운데서 간편식을 팔며 쇼핑객의 허기를 달래던 분식 코너는 집기가 치워진 채 '당분간 영업을 종료합니다'라는 안내문만 내걸렸다. 신규 고객 유치의 최전선이던 홈플러스 전용 신용카드 발급 부스 역시 영업 인력이 철수해 빈 매대만 방치돼 있었다.

 

◆ 붕괴된 공급망, 매대를 채운 것은 ‘눈속임용 PB상품’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인 유통 물류망 붕괴는 매장 진열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협력업체들의 납품 중단과 물량 회수로 발생한 빈자리를 자사 자체 기획(PB) 브랜드인 ‘심플러스’ 상품으로 무리하게 덮어놓은 이른바 ‘기형적 진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집객을 유도하는 즉석 반찬 코너의 냉장 매대에는 신선 반찬 대신 상온 보관용 올리브유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치즈 코너 역시 본래 구색과 무관한 통조림과 참치, 딸기잼이 점령했다.

 

 

회전율이 가장 높은 라면 매대의 경우 농심 제품 일부를 제외하고 오뚜기·팔도·삼양식품 등의 라인업이 전면 자취를 감췄다. 맥주와 소주 등 주류 코너도 상품 대다수가 실종됐다. 유통 채널이 마땅히 갖춰야 할 상품 구색 능력이 사실상 소멸한 상태였다.

 

◆ “건물 전체가 망한 줄 안다”…1층 상가 상인들의 눈물

 

홈플러스 직영 매장의 기능 상실은 마트(2~3층) 내부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건물 1층에 입점한 각종 음식점과 옷가게 등 임대 소상공인들은 마트 본사의 사태와 무관하게 정상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심각한 매출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입점 상인은 “고객들이 뉴스를 보고 상가 전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오인해 발길을 아예 끊었다”고 토로했다. 마트를 방문하는 거대한 유동 인구에 기대어 영업해 온 소상공인들이 핵심 점포의 몰락과 함께 이른바 ‘상권 연좌제’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같은 날 인근 경쟁 대형마트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시원한 냉방 속에 빈틈없이 채워진 신선식품 매대 앞은 시식 행사로 활기를 띠었고, 계산대마다 대기 줄이 늘어섰다. 홈플러스의 결품 사태와 폐업 불확실성에 피로감을 느낀 지역 수요가 경쟁사로 대거 이동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홈플러스에 남은 시간은 단 14일. 이 기간 내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 능력을 법원에 입증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 돌입은 불가피하다.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유통업계 안팎에선 직·간접적으로 얽힌 10만 명 규모의 고용 리스크가 지역 경제를 흔들 최대 뇌관으로 부상했다. 단일 기업의 재무적 실패가 대규모 실업이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노동계도 강경 대응에 돌입했다.

 

양대 마트 노조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핵심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을 향해 즉각적인 자금 수혈을 압박하는 동시에, 사태 연착륙을 위한 공적 자금 투입 등 정부 차원의 비상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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