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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데스크 칼럼] 신탁시장 전성시대…시장보다 제도가 먼저다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신탁이 금융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예금과 대출 중심의 수익모델이 한계에 이르면서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은 신탁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상속과 증여를 넘어 노후자산 관리, 치매 대비, 가업승계, 부동산 관리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신탁은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생애 전반을 설계하는 종합 자산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규모는 5조원에 육박했고, 종합재산신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세대 간 자산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신탁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역시 종합재산신탁과 후견신탁, 가업승계신탁 활성화 등을 담은 신탁업 혁신방안을 추진하며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그 길을 걸었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신탁법을 정비하고 유언대용신탁과 가족신탁을 제도화하면서 신탁을 고령자 자산관리와 재산 승계의 핵심 수단으로 발전시켰다. 우리 역시 신탁시장의 성장 자체보다 어떤 제도적 기반 위에서 시장을 키울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문제는 시장의 성장 속도를 제도와 소비자 보호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탁은 예금처럼 단순한 계약이 아니다. 자산관리부터 상속 집행까지 이어지는 장기 계약인 만큼 계약 구조와 수수료, 세금, 유류분, 부동산 처분 방식 등 소비자가 이해해야 할 내용이 복잡하다. 그러나 금융회사별 계약 구조와 보수 체계, 사후 집행 역량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가입은 화려하지만, 계약이 끝까지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판단할 기준은 찾기 어렵다.

 

조세 분야도 마찬가지다. 신탁시장이 커질수록 상속세와 증여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다양한 세목이 얽히면서 과세 기준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 경우의 증여세, 신탁재산 처분에 따른 양도소득세, 유언대용신탁의 상속세 적용 범위 등은 이미 현장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쟁점이다.

 

최근 법원이 유언대용신탁과 관련해 부동산 자체가 아닌 처분대금에 대한 수익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지방세법상 취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유언대용신탁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목마다 과세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신탁시장 확대에 맞춰 과세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준다.

 

국세청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신탁 관련 과세는 세수 확보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납세자가 거래 전에 세금 부담을 예측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일관된 과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신탁 유형이 등장할 때마다 신속한 유권해석과 일관된 집행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조세 신뢰를 높이는 첫걸음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장 확대 경쟁이 아니라 제도 경쟁이다.

 

우선 금융회사별 신탁상품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표준 설명체계와 보수 공시가 마련돼야 한다. 원금손실 가능성, 예금자보호 여부, 세금 부담, 유류분 문제, 사후 집행 절차 등을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소비자 보호 기준을, 국세청은 예측 가능한 과세 원칙을, 금융회사는 계약 이행 책임을 각각 강화하는 유기적인 협력체계도 갖춰야 한다.

 

신탁은 금융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이기 이전에 국민의 재산과 가족의 미래를 맡는 사회적 약속이다.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키우는 일이다. 금융 혁신은 새로운 상품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시장은 결국 명확한 제도와 예측 가능한 과세 원칙, 그리고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신뢰 위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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