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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1 (토)

[설미현의 세무 인사이트] 현장 확인인가, 세무조사인가

대법원이 ‘명칭’보다 ‘실질’을 선택한 이유

 

(조세금융신문=설미현 변호사)

 

“이번에는 세무조사가 아닙니다. 단순한 현장확인입니다”

 

실무에서 납세자들이 가장 자주 듣는 설명 중 하나다. 그러나 담당 세무공무원이 사업장을 방문해 수 년 간의 장부와 금융거래 자료를 요구하고, 거래구조 전반을 확인하며, 장시간 질문을 이어간다면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세무조사 시작된 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현장확인’이라는 명칭만 붙으면 세무조사가 아닌 것일까. 대법원의 답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형식보다 실질을 우선해서 보는 대법원

 

이 문제를 가장 분명하게 정리한 판결은 대법원 2017. 3. 16. 선고 2014두8360 판결이다. 사안은 국세청이 먼저 현금매출 누락의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확인’이라는 이름으로 옥제품 도매업체의 사업장을 방문해 9일 동안 매출누락 여부를 확인한 뒤, 다시 정식의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건이었다.

 

과세관청은 두 절차가 서로 다르므로 두 번째의 조사가 최초의 세무조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첫 번째 현장확인이 이미 질문조사권을 포괄적으로 행사하여 과세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었다면, 비록 ‘현장확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더라도 실질은 세무조사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그 이후 실시된 ‘세무조사’는 동일 과세기간에 대한 재조사에 해당하여 중복조사가 허용되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재조사 금지에 관한 판례를 하나 더 추가한 데 있지 않다.

 

대법원은 세무조사의 개념을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선언한 것이다.

 

조사사무처리규정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국세청의 「조사사무처리규정」은 현장확인을 과세자료 처리나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한 절차로, 세무조사는 질문·검사권을 행사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경정하기 위한 절차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사무처리규정은 국세청 내부의 행정규칙일 뿐이며, 대법원 역시 위 판결에서 조사사무처리규정상 ‘현장확인’이라는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결국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는 훈령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조사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세관청이 내부적으로 어떤 명칭을 붙였는지가 아니라, 납세자가 실제로 어떠한 조사에 응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법원이 제시한 네 가지 판단 기준

 

2014두8360 판결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법원이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조사의 목적이 과세표준과 세액의 결정 또는 경정을 위한 것이었는가.

둘째, 납세자에게 질문에 답하거나 장부 제출을 사실상 요구하는 질문조사권 또는 질문검사권이 행사되었는가.

셋째, 사업장 등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장부·서류·물건을 조사하는 등 조사의 범위와 강도가 정식의 세무조사와 유사하였는가.

넷째,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 과세처분을 위한 핵심 과세자료를 확보하는 절차였는가.

 

반대로 사업장 현황 확인, 특정한 거래사실 확인, 신고내용 검증,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를 수령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원칙적으로 세무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기준인 조사의 실질

 

최근 과세관청은 금융거래, 카드매출, 전자세금계산서, 플랫폼 거래자료 등 다양한 데이터를 사전에 분석한 후 해명안내나 현장확인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납세자가 받는 첫 번째 문서의 제목보다 실제 어떤 권한이 행사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현장확인’이라는 제목만 보고 가볍게 대응하거나, 반대로 모든 현장확인을 곧바로 세무조사로 단정하는 접근은 모두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조사의 실질’을 갖추고 있는지이다.

 

대법원이 2014두8360 판결에서 제시한 기준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현재의 세무행정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과세관청의 자료 분석 능력은 향상되겠지만, 절차적 권리의 기준까지 달라질 수는 없다.

 

질문조사권이 어떻게 행사되었는지, 납세자의 권리가 어느 정도 제한되었는지에 따라 현장확인이 아닌 세무조사로 판단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중복조사가 허용될 수 있는 예외가 아닌 한 재조사로서 과세관청의 조사 실적이 무효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유념해야 하며, 납세자 역시 자신의 절차적 권리가 훼손되고 있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프로필] 설미현 (유)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 변호사시험(2회) 합격

· 국세청 개인납세국,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등 근무

· 2025년 3월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로 합류
 

 

[주요 저서 및 활동]

· 국제조세 분야 박사학위 
· 조세·국제조세 관련 신문 칼럼 및 전문지 기고 (한국경제, 조세금융신문 등)
· 국세청 과세사례, 조세심판원·행정법원 판례 분석
· 기업 경영자·전문가 대상 세무조사 대응, 불복 절차 강의
· 국제조세·디지털세·가상자산 과세 관련 학술 세미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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