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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일)

[이명구 전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카보베르데

(조세금융신문=이명구 전 관세청장) 카보베르데는 인구 50만 명 남짓의 작은 섬나라다.

 

지도에서 찾기도 쉽지 않은 대서양의 작은 나라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메시마저 순간순간 긴장하게 만들었다. 축구는 결국 인구와 자본, 리그의 규모가 좌우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카보베르데의 경기는 그런 통념에 작은 균열을 냈다. 왜 이렇게 작은 나라가 세계 정상급 팀을 상대로 당당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첫째는 선수들의 재능이다. 카보베르데는 국내 리그 기반이 강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도 대표팀 선수들은 뛰어난 신체 능력과 개인 기술, 유럽식 축구 교육을 함께 갖추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디아스포라가 있다. 카보베르데는 지리적으로는 작은 섬나라지만, 축구 인재의 범위는 국경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곳곳에 퍼진 카보베르데계 선수들이 유럽의 선진 축구 시스템 속에서 성장했고, 이들이 다시 대표팀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였다. 작은 국토는 한계였지만, 흩어진 국민과 후손들은 오히려 넓은 인재 풀이 되었다.

 

둘째는 팀워크다. 카보베르데 축구에서 인상적인 것은 특정 스타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서로의 약점을 메우고, 수비와 공격 전환에서 한 박자씩 더 뛰었다.

 

개인의 화려함보다 팀의 균형이 먼저였다. 여기에는 카보베르데 특유의 국민 정서인 ‘모라베자(Morabeza)’도 떠올려볼 수 있다. 모라베자는 환대와 친절, 여유롭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정서다.

 

단순한 친절을 넘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삶을 느긋하고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런 문화적 결속력은 대표팀 안에서도 서로를 믿고 버티는 힘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셋째는 감독의 전략과 전술이다. 좋은 재능도 방향을 잃으면 흩어진다. 그러나 카보베르데는 자신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강팀을 상대로 무리하게 점유율 경쟁을 하지 않았고, 조직적인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자신들의 장점을 살렸다. 감독은 선수들을 하나의 질서 안에 묶었고, 선수들은 그 질서를 현장에서 실행했다.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감독이라면, 실제 현장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사람은 선수다. 카보베르데는 이 둘의 호흡이 비교적 잘 맞아떨어졌다.

 

 

이 점에서 한국대표팀을 돌아보게 된다. 한국에는 좋은 선수들이 있다.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많고, 개인 능력만 놓고 보면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하나의 팀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 선수들 사이의 잡음, 리더십의 혼선, 전술적 불일치가 끊임없이 드러났다.

 

팀 승리보다 각자의 역할과 입장이 더 앞서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해 함께 움직이는 힘이다.

 

전술 면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한국대표팀은 포지션을 지키며 점유율을 높이고 전진하는 축구를 시도했지만, 그것이 우리 선수들의 장점과 잘 맞았는지는 의문이다.

 

상대 수비를 개인 능력으로 흔들고 중앙을 뚫어낼 선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측면을 적극 활용하고 빠른 크로스와 침투로 기회를 만드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전술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원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좋은 옷도 몸에 맞지 않으면 불편한 법이다.

 

카보베르데의 선전은 축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팀워크와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작은 조직이라도 인재를 제대로 모으고, 서로 신뢰하며, 현실에 맞는 전략을 세우면 큰 상대와도 겨룰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자원을 갖고도 방향이 흩어지고 내부가 흔들리면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기 어렵다.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이변이 아니다. 그것은 재능, 결속, 전략이 만났을 때 약자가 강자를 흔들 수 있다는 증명이다. 한국 축구와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것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하나 되는 힘이다.
 

[프로필] ▲1969년생 ▲경남 밀양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영국 버밍엄대 경제학 박사 ▲행시 36회 ▲관세청 서울세관장 ▲부산 세관장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관세청 차장 ▲제34대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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