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자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사람은 상대방도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진실로 복종하는 것이니,
이는 마치 일흔 명의 제자가 공자에게 복종하는 것과 같습니다.” - 〈공손추 상〉3.3
사회생활을 하면서 소위 성공적인 삶을 산다면 피상적인 관계도 늘어납니다. 나의 지위와 권력이 강해지고, 부와 명예를 이루었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주변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같이 기뻐하고, 힘들 때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든든한 아군이 늘어나면서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중에는 분명 평생을 함께할 진심 어린 관계도 있겠지만, 막상 나의 후광이 사라지면 이들은 썰물과 같이 빠져나갑니다. 갑자기 연락이 끊기거나 연락을 하더라도 반응이 뜨끈미지근합니다. 그렇게 됐을 때 느끼는 ‘인생무상’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한때는 나에게 간과 쓸개를 다 내줄 것 같은 사람들이 모름쇠를 놓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자존감도 떨어집니다. 이때 철새와 같이 상황에 맞게 변하는 이들을 원망하게 되고, 그러한 사람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자신 또한 원망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막상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 모은 것은 다름 아닌 ‘나’입니다. 내가 주변의 감언이설에 빠져서 마치 그들이 진심으로 나를 위한다는 착각을 했으니까요. 물론 상대방도 권력을 쥐고 있는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마지못해 그러한 말과 행위를 했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진심 어린 복종이 아니다
이때 맹자의 이 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공손추 상〉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자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약육강식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자는 끊임없이 권력을 추구하게 됩니다. 적어도 권력자의 자리를 놓지 않는다면 평생 우월감을 느끼면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나에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희열과 쾌락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내가 인생에서 진정한 승자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이러한 만족감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보다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움켜쥔 부자와 권력자, 능력이 더 뛰어난 실력자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순간을 생각하면 늘 초조한 마음이 들고,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그 자리를 누리기 위해서 온갖 수를 짜내게 되며, 나의 능력을 넘어서 무리하게 됩니다.
내가 어떤 위치나 지위에 있든,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역시 ‘덕’을 쌓아야 합니다. 물론 어떻게 해야 덕을 쌓을지 막연할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다니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대표적인 선한 행위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게 당장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도와주는 것도 작은 선행입니다. 그러한 행위가 쌓이다 보면 ‘덕’이 되게 마련입니다. 작은 친절과 배려도 덕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 나를 위해 진심으로 눈물 흘릴 사람이 있을까?
맹자는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사람은 상대방도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진실로 복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베푸는 덕을 통해서 그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따르는 경우입니다. 물론 100% 이해관계가 없는 관계는 없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유지하려는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요. 하지만 오직 이해를 바라고 접근하는 사람과는 분명하게 다를 겁니다.
그러면서 맹자는 공자의 70여 명의 제자들을 언급했습니다. “마치 일흔 명의 제자가 공자에게 복종하는 것과 같습니다.” 맹자는 공자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추앙했습니다. 맹자는 공자의 ‘인仁’의 사상에 ‘의義’를 더해서 자신만의 사상적 체계를 갖췄습니다.
그의 제자 공손추는 이러한 맹자가 자랑스러운지 아부의 말을 던졌습니다. “공자께서는 선한 말과 덕행을 지니셨으나, 외교를 위한 언사에 있어서 능하지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이미 성인이 아니십니까?”
그러자 맹자는 불편해하면서 바로 부정했습니다. “공자께서도 성인을 자처하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이어서 “인류가 생긴 이래로 공자 같은 분은 안 계셨다.”라고 공자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백여 년 전에 돌아가신 스승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맹자는 “힘으로 인을 가장한 자는 패왕 노릇을 하는 자이고, 패왕 노릇 하는 자는 반드시 큰 나라를 소유해야 하나, 덕으로 인을 행하는 자는 왕 노릇하는 자이고, 왕 노릇하는 자는 반드시 큰 나라를 기다리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패왕’은 군사력과 경제력, 국력으로 주변을 위협했던 지도자로서 대표적으로 춘추시대 제의 환공, 진의 문공, 초의 장왕, 오의 합려, 월의 구천이 있습니다. 이들은 강력한 세력으로 주변국을 위협하고 패자가 되었지만 진심으로 이들에게 굴복한 국가는 없었습니다. 춘추오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수많은 전쟁이 벌어졌고, 전국시대에 이르게 된 것이니까요.
오히려 맹자는 은나라의 탕 임금은 사방 70리로 왕 노릇을 했고, 주 문왕은 100리로 그 일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다스린 면적은, 전체 중국 영토에 비해서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덕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사람들이 진정한 왕으로 받들게 했습니다.
공자나 맹자와 같은 성인처럼, 많은 이들의 진심 어린 존경을 받고 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덕을 베풀고, 그러한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나를 더 오래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또한 베푸는 것에 대한 대가를 바라서는 안 되겠죠. “덕을 쌓는다”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대하면 우선 내 마음이 편하게 될 겁니다. 그러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나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진심 어린 관계는 남을 것이고, 별로 바랄 것이 없다고 떠나는 사람들은 떠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거느렸느냐가 아닐지 모릅니다. 내가 힘을 잃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에도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나의 부재를 진심으로 슬퍼해 줄 사람이 있는가. 맹자가 말한 덕의 가치는 어쩌면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일 것입니다.
물론 사람을 쉽게 모으는 것은 돈과 권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국에 사람을 남기는 것은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치밀한 리더의 한 수,《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출간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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