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봉구 세무사)
1. 핵심 결론
법인 대표가 사망하면 재무제표에 남아 있던 가지급금과 가수금은 더 이상 회계상의 임시 계정이 아니다.
가지급금은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추정상속재산으로 과세될 수 있고, 가수금은 회수 여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그대로 포함된다. 상속세 절세는 사망 이후가 아니라, 생전에 대표 개인과 법인 사이의 채권·채무를 사실관계에 맞게 정리하고 이를 입증할 자료를 갖추는 데서 시작된다.

2. 배경 설명 — 가지급금과 가수금은 정반대의 계정이다.
가지급금은 회사가 대표에게 자금을 지급했으나 그 사용처나 거래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금액이다. 중소법인에서는 대표가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증빙 없는 지출이 발생할 때 주로 생기며, 재무제표에는 대개 '주주·임원 단기대여금'으로 표시된다.
법인 입장에서는 대표에게 받을 채권이고, 대표 개인 입장에서는 회사에 갚아야 할 채무다.
가수금은 반대다.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 대표가 개인 돈을 회사 통장에 넣었지만 자본금이나 매출로 확정하지 못한 금액으로, 재무제표에는 '주주·임원 단기차입금'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법인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부채이지만, 대표 개인에게는 회사로부터 돌려받을 채권이다. 문제는 대표가 생존해 있을 때는 이 잔액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사망한 뒤에야 상속인들이 장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는 데 있다.
3. 주요 쟁점
① 가지급금 — 채무 공제와 추정상속재산의 이중 리스크
장부에 채무로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라 금융회사 외의 자에 대한 채무는 채무부담계약서, 채권자확인서, 이자 지급 증빙 등 객관적 자료로 그 존재와 승계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가족회사나 대표 개인과 법인 사이의 거래일수록 단순한 장부 기재만으로는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대법원 판례는 가지급금의 실질적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 그 자금이 상속인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을 근거로 추정상속재산 과세가 가능하다고 본다.
국세청 역시 상속개시 전 1년 이내 2억원 이상 또는 2년 이내 5억원 이상을 인출하고 그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면, 미입증 금액에서 일정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추정상속재산으로 과세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② 가수금 — 회수 여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상속재산
대표가 법인에 자금을 대여해 가수금이 계상되어 있다면, 이는 대표가 법인에 대해 가진 채권이다. 따라서 대표가 사망하면 이 채권은 예금이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원본과 상속개시일까지의 미수이자를 포함하여 상속재산가액에 산입되는 것이 원칙이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당장 돌려받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상속개시일 현재 법인이 파산했거나 사업을 폐지했고, 자산보다 부채가 현저히 많아 객관적으로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재무상태, 변제능력, 담보·보증 여부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입증되는 경우에는 회수불능 부분을 상속재산가액에서 제외할 수 있다. 단순한 자금난이나 일시적 적자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③ 정리 방법의 함정 — 없앤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표가 가수금 채권을 대가 없이 포기하면 법인에는 채무면제이익에 따른 법인세 문제가, 다른 주주에게는 주식가치 상승에 따른 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망 전 5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무상으로 채권을 이전한 경우라면 사전증여재산 합산 규정까지 검토해야 한다.
가수금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도 마찬가지다. 부채가 자본으로 형태만 바뀔 뿐, 대표가 받은 주식은 다시 상속재산이 되므로 출자전환 전후의 주식가치, 신주 발행가액의 적정성, 가업상속공제 요건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4. 사례 및 적용 방법
대표가 생전에 회사에서 5억원을 인출해 가지급금으로 처리해 두었다고 가정하자. 형식적으로는 대표가 회사에 갚아야 할 채무이므로 상속재산에서 공제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5억원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으면, 과세관청은 '자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상속인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정상속재산으로 과세할 수 있다. 상속인은 채무의 실재를 입증하는 동시에 자금의 사용처까지 소명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
반대로 대표가 회사에 10억원을 대여해 가수금이 남아 있는 경우, 회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어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더라도 원칙적으로 10억원(및 미수이자)이 상속재산가액에 포함된다.
'아직 받지 못한 돈에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유족의 항변은 세법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법인의 회수불능 상태를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마찬가지다.

5. 실무상 유의사항
- 가지급금·가수금의 거래 상대방과 발생 원인을 건별로 확인하고, 오래된 잔액을 하나의 계정으로 뭉뚱그려 관리하지 않는다.
- 법인 통장과 대표 개인 통장을 철저히 구분하고, 자금 인출 시 급여·상여·배당·대여금 등 거래 성격을 즉시 확정한다.
- 금전소비대차계약서와 이자 약정을 작성하고, 원금 및 이자의 실제 지급 내역을 남긴다.
- 가지급금 사용처를 입증할 계약서·영수증·계좌이체 내역과 업무 관련 자료를 보관한다.
- 가수금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매년 검토하고, 회사가 부실하다면 회수·출자전환·채무조정·청산 등 대안을 사전에 비교한다.
가지급금·가수금을 급여나 배당으로 전환할 경우 발생하는 소득세·법인세, 주식가치 변동에 따른 증여세까지 함께 계산한다.
6 결론 및 실행 제안
상속세는 사망 당일 갑자기 만들어지는 세금이 아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형성해 놓은 재산관계와 법인 장부가 사망일을 기준으로 한꺼번에 결산되는 세금이다.
가지급금은 회사 돈을 가져간 기록이고, 가수금은 회사에 돈을 넣어준 기록이다. '나중에 정리하면 된다'는 생각은 대표 사망과 동시에 상속인의 부담으로 그대로 넘어간다.
가지급금과 가수금은 회계 담당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의 노후 설계와 가업승계, 가족의 상속세 부담을 좌우하는 경영자의 핵심 관리 항목이다. 정기적인 점검과 사실관계에 맞는 정리, 이를 뒷받침하는 입증자료의 구비가 상속세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프로필] 이봉구 세무사
•(현)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현) 한국세무사회 연수원교수(세무조사과목)
•(전) 국세청 19년 근무
•세무조사·상속세·증여세·가업승계·조세불복 전문
•유튜브: 세무사이봉구 / 세무조사 5분 특강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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