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강해지면서 금리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생긴 가운데 3%대로 올라선 물가와 원화 약세, 수도권 집값 상승이 동시에 긴축 압력을 높였다. 경기 부양보다 물가와 금융안정에 무게를 실은 결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3.25%에서 3.50%로 올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내린 뒤 이어온 8차례 연속 동결도 끝났다.
이번 금리 인상에는 물가와 환율, 주택시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경기 회복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할 필요성은 줄어든 반면 물가 상승과 원화 약세, 수도권 집값 과열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은 커졌다.
◇ 3%대 물가에 수도권 집값까지…인상 압력 쌓여
물가 상승세도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5월보다 상승 폭이 0.1%p 확대됐다. 생활물가는 3.4%,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5% 상승했다. 물가 오름세가 일부 품목에 그치지 않고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주택시장도 금리 인상을 재촉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03% 올랐다. 상승 폭은 한 달 전보다 0.13%p 확대돼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21%, 수도권 주택종합 가격은 0.67% 상승했다.
한은은 이미 지난 5월부터 금리 인상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당시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번에는 좀 예외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합니다”라며 “기준금리를 앞으로 인상함으로써 이런 여러 가지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그런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5월 금통위에서도 장용성, 유상대 위원이 기준금리를 2.75%로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각각 높였다. 물가 압력은 커지는 반면 성장 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미뤄야 할 필요성은 약해진 셈이다.
정부도 지난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3.0%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제시한 2.0%보다 1.0%p 높아진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금리 인상이 성장세를 급격히 꺾을 위험도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미 금리차 1.00%포인트로…차주 이자 부담은 확대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25%p에서 1.00%p로 줄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6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금리차 축소는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일부 덜어낼 수 있지만, 실제 환율 흐름은 중동 정세와 달러 움직임, 글로벌 통화정책 전망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차주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다만 기준금리가 0.25%p 올랐다고 모든 대출금리가 같은 폭으로 즉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이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추산에 따르면 주택 관련 대출금리가 0.25%p 상승할 경우 차주 1인당 연평균 이자 부담은 584만3000원에서 613만9000원으로 29만6000원 늘어난다.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와 환율, 주택가격, 가계대출 흐름에 좌우될 전망이다. 관련 지표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국제유가와 환율이 안정되고 이번 인상의 영향이 확인되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개되는 통화정책방향문과 신 총재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번 결정의 만장일치 여부와 물가 전망, 수도권 주택시장에 대한 평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가 어느 수준으로 이동했는지도 향후 긴축 강도를 가늠할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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