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년 6개월 만에 인상하면서 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모든 상품에 즉시 같은 폭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코픽스·은행채 금리 등 지표금리와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을 통해 대출금리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출 잔액과 변동금리 비중이 높을수록 영향이 커지며,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와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화된 가운데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고, 환율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대출 관련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에는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찬성했다.
◇ 자영업자 대출 1095조원…금리 0.25%p에 이자부담 1.8조원
금리 상승에 가장 민감한 부문 중 하나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업자대출은 745조5000억원, 가계대출은 350조원이다.
한은이 자영업자 대출 잔액에 변동금리 비중 65.5%를 적용해 추산한 결과,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조8000억원 증가한다. 차주 1인당 추가 부담은 평균 56만원이다.
금리 상승 폭이 0.50%p로 확대되면 전체 이자는 3조6000억원, 1인당 부담은 112만원 늘어난다. 0.75%p 상승하면 증가액은 각각 5조4000억원과 168만원으로 커진다.
문제는 금리 인상 이전부터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이 약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2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 1.86%에서 2.04%로 올라 2015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12.79%,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사의 연체율은 3.98%까지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저신용 차주 비중이 높은 2금융권의 연체율이 이미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향후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건전성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자 차주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이자 부담은 연간 1조1000억원, 1인당 65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가 0.50%p 오르면 1인당 130만원, 0.75%p 상승하면 1인당 부담 증가액은 195만원으로 확대된다.
전체 자영업자의 평균 추가 부담은 56만원이지만 다중채무자는 65만원에 이른다. 금리 인상의 충격이 차주 전반에 고르게 분산되기보다 부채가 많고 상환 여력이 낮은 계층에 집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주택대출 차주도 직격탄…1인당 연 29만6000원 증가
주택 관련 대출 차주의 부담도 늘어난다. 한은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주택 관련 대출 잔액 1178조6000억원과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해 추산한 결과, 금리가 0.25%p 오르면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는 1조8000억원 증가한다.
차주 1인당 연평균 이자 부담은 584만3000원에서 613만9000원으로 29만6000원 늘어난다. 금리가 0.50%p 오르면 1인당 부담은 643만5000원, 0.75%p 상승하면 673만1000원이 된다. 현재보다 각각 59만2000원, 88만9000원 많다.
해당 수치는 개별 주택담보대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타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이 모두 포함됐다.
주택대출과 별도로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예·적금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기타대출 금리가 0.25%p 오르면 전체 이자 부담은 연간 1조5000억원, 차주 1인당 부담은 평균 7만6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0.75%p 상승 시 전체 증가액은 4조5000억원, 1인당 증가액은 22만9000원이다.
◇ 추가 인상 가능성 열어둔 한은…취약차주 선별 지원
차주의 추가 부담 규모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횟수와 인상분이 실제 대출금리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방향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며,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둔 만큼 차주의 이자 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다. 8월 추가 인상 여부는 다음 주 발표될 2분기 국민소득과 다음 달 공개되는 7월 소비자물가 등 새로 확인되는 지표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취약차주 지원과 관련해 “채무 조정 등 취약차주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며 “여기서는 통화정책보다는 선별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은 물가와 금융 불균형을 낮추기 위해 경제 전반의 금리를 움직인다. 반면 금리 상승의 부담은 부채 규모와 소득, 신용도에 따라 불균등하게 발생한다. 한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동안 취약차주의 연체와 부실을 별도의 재정·금융정책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금리 상승의 영향은 부채 규모와 소득·신용 여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이미 2%를 넘어선 가운데 추가 인상이 이어지면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상환 부담이 먼저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동안 취약차주의 연체와 부실을 선별적인 재정·금융정책으로 관리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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