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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3 (일)

관세청, 환적 석유제품 블렌딩 전면 허용…'글로벌 석유허브' 승부수

‘환적화물 처리절차에 관한 특례고시’...20일 본격 시행
‘환적+환적’ 등 모든 조합 허용…연 620억 효과 기대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앞으로 해외에서 이뤄지던 석유 블렌딩 물량이 국내로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한국을 거쳐 제3국으로 향하는 모든 환적 석유제품을 국내에서 맞춤형으로 혼합·제조(블렌딩)해 수출할 수 있도록 관세청이 관련 규제를 전면 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미국·이란 간 긴장 고조 등으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안전한 역외 보관·가공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세청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환적화물 처리절차에 관한 특례고시'를 개정하고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환적(換積·Transshipment)은 외국에서 들어온 화물을 국내로 수입하지 않은 채 항만이나 공항에서 다른 선박이나 항공기로 옮겨 제3국으로 보내는 물류 방식을 말한다. 블렌딩은 서로 다른 성질의 석유제품이나 원유를 일정한 비율로 혼합해 목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다.

 

그동안 환적 석유제품은 해외 반출이 예정된 단순 보관 물품으로 분류돼 국내 탱크터미널에서 블렌딩 작업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수·울산 등 세계적인 수준의 국내 저장 인프라를 갖추고도 석유업체들은 블렌딩 작업을 위해 물량을 다시 싱가포르 등 해외 터미널로 옮겨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최근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관심이 안전한 역외 보관 거점인 한국으로 향했지만, 관련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번 특례고시 개정은 이러한 현장의 애로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으로는 국내 종합보세구역에서는 석유제품 유형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블렌딩이 가능해진다. 기존의 '수입+수입', '수입+국내산' 조합을 넘어 ▲수입+환적 ▲국내산+환적 ▲환적+환적 등 환적 석유제품을 활용한 모든 형태의 블렌딩 제품을 제조해 전량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절차도 실무 중심으로 간소화했다. 석유업체가 국내에서 환적 석유제품을 블렌딩해 수출하려면 블렌딩 계약 증빙과 블렌딩에 사용할 물량에 대한 사용 신고 등 필요한 절차만 이행하면 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24년 1월 국내산 석유제품을 종합보세구역에 반입할 경우 이를 수출로 간주해 과세 문제를 해소한 데 이은 후속 규제 혁신이다.

 

실제로 첫 규제 완화 이후 국내 석유 블렌딩 수출 실적은 2023년 7,791억 원에서 2024년 1조282억 원, 2025년에는 2조1,8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이미 1조6,511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추가 규제 완화로 2조 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블렌딩 수출 시장의 확대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와 물류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탱크터미널 가동률이 높아지고 해운·항만 이용이 늘어나면서 연간 620억 원 이상의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정부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호주 등으로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과 맞물려 비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국내 유입 및 환적 거래도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위험이 높은 지역에 머물던 석유제품 물량까지 국내로 안정적으로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진희 관세청 통관국장은 "선박 연료유 황 함량 규제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확대 등 친환경 에너지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중동발 공급망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맞춤형 석유제품 블렌딩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특례 절차 신설이 우리 석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글로벌 물류 환경에 맞춘 제도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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