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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3 (일)

[이슈체크] 연간 목표 7월에 초과…은행권 대출 조이기 본격화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이미 연간 목표 넘어
월별 관리에도 창구 조기 폐쇄…대출 여부가 신청 시점에 좌우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올해 하반기가 시작된 지 보름 만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관리 목표를 넘어섰다. 연말에 대출 공급이 한꺼번에 중단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연간 증가 목표를 월별·분기별로 나눠 관리하도록 했으나 대출 제한 시점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앞당겨졌다.

 

최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고, 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하는 등 공급 조절에 들어갔다. 대출금리가 이미 오른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차주들은 금리, 한도, 접수 가능 여부를 동시에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차주가 소득과 신용도 등 대출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은행별 잔여 한도와 신청 시점에 따라 실행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가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과 별개로 대출 공급을 제약하는 추가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연간 목표 80% 채운 지 엿새 만에 초과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정책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은 649조661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4조6900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이 올해 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약 4조3400억원이다. 지난 15일 기준 증가액이 이를 약 3500억원 웃돌았다.

 

대출 증가 속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가팔랐다. 지난 9일까지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3조3900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약 78%였다. 그런데 이후 엿새 동안 증가액이 1조3000억원 불어나며 연간 목표를 초과했다.

 

은행별 상황에는 편차가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 중 3곳은 가계대출 증가액이 자체 연간 목표의 150% 안팎에 이른 반면, 나머지 2곳의 소진율은 40~50%대로 파악됐다.

 

문제는 소비자가 은행별 잔여 한도와 상품별 접수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같은 상품도 은행이나 영업점, 신청 채널에 따라 접수가 가능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연간 목표가 소진됐다는 이유만으로 대출이 일시에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은행들이 신규 취급 규모를 줄이면 심사 기준 강화와 한도 축소, 금리 조정 등을 통해 사실상 대출 공급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 신용대출 급증 속 주담대·전세대출도 조여

 

이달 대출 증가세는 신용대출이 주도했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1조3764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액은 7608억원이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증시 강세와 맞물려 주식 투자자금을 마련하려는 대출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대출 등 일부 예외 인정분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전체 증가 목표 안에서 관리된다. 올해부터 주담대에 별도 목표가 적용되지만,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면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취급 여력이 줄어 주택 관련 대출 관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은행권의 공급 조절은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 관련 대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한도를 전국 최대 3억원으로 제한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은 기존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었고, 비규제지역에도 3억원 상한을 적용했다. 신한은행은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중단하고 모기지신용보험 취급을 제한했다.

 

하나은행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접수를 오는 9월 실행분까지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영업점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월간 취급 한도를 종전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했다.

 

영업점에 배정된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신청자가 많지 않아도 한도가 금세 바닥날 수 있다. 이 경우 차주는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을 찾아가거나, 다른 은행에 대출을 새로 신청해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며 필요하면 계약서 등 관련 서류도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미 매매나 전세 계약을 체결한 차주는 다른 은행에서 심사를 다시 받는 동안 대출 실행이 늦어져 잔금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영업점별 한도가 작아지면 월중에도 한도가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며 “차주의 소득이나 신용도와 별개로 신청 시점과 영업점의 한도 상황이 대출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준금리 오르고 대출금리 상단 7.49%

 

이처럼 대출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금리 부담도 커졌다.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혼합형(고정) 상품의 취급금리 범위는 연 4.77~7.49%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과 비교하면 상단은 0.39%p, 하단은 0.51%p 상승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금융채와 예금금리 등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에 반영되면,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에도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출금리 상승과 총량 제한이 동시에 나타나면, 차주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은 줄어든다. 기존에는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거나 고정형과 변동형 상품을 비교할 수 있었지만, 은행별 취급 한도가 부족해지면 금리보다 대출 가능 여부가 우선적인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 3분기에도 가계대출 태도 강화 전망

 

은행권의 대출 심사 강화 기조는 3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7로 조사됐다. 올해 1분기 -1, 2분기 -2보다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전 분기보다 은행의 대출 심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부문별로는 가계 주택대출이 -11,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일반대출이 -14로 조사됐다.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0으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전반의 심사를 강화하면 제한된 대출 한도를 둘러싼 차주 간 경쟁은 심해질 수 있다. 대출이 필요한 시점보다 은행의 한도가 남아 있는 시점에 맞춰 신청해야 하는 현상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연말 절벽 분산한다더니 벌써 공급 제한

 

금융당국은 지난해 반복된 연말 대출 절벽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은행별 연간 목표를 월별·분기별로 나눠 관리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발표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안’에서 월별·분기별 관리 목표를 설정해 연말 대출 절벽 발생 우려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대출 제한 조치가 주로 연말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7월 초부터 일부 상품과 접수 채널이 막히기 시작했다.

 

월별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전체 대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거나 은행별 목표 배분이 실제 수요와 맞지 않으면 대출 공급을 연중 고르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경제 성장과 주택 거래 회복에 따라 대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연간 총량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금융당국은 총량 관리 기조를 완화하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목표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4일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했을 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염려가 있다”며 “현재는 완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총량 완화보다 관리 방식 정교화가 쟁점

 

가계대출 총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목표를 완화하면 대출 공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관리의 필요성 자체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문제는 같은 연간 대출 한도를 운용하더라도 생활자금·주식 투자자금·주택 구입자금처럼 대출 목적을 구분하고, 차주의 소득과 상환 능력, 담보 여부에 따라 위험을 얼마나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느냐다.

 

위험도가 서로 다른 대출을 하나의 총량으로 묶어 일률적으로 줄이면, 특정 상품의 대출이 급증했을 때 상환 능력이 충분한 차주나 이미 주택 계약을 체결한 실수요자의 대출까지 함께 막힐 수 있다.

 

은행별 목표와 실제 대출 수요가 맞지 않는 문제도 있다. 일부 은행이 목표를 크게 넘긴 상황에서 다른 은행에 한도가 남아 있더라도 이를 탄력적으로 재배분하기는 쉽지 않다. 한도가 남은 은행으로 수요가 이동하면 해당 은행도 추가적인 접수 제한에 나설 수 있다. 이는 대출 제한 조치 전 예고 기간을 늘리고 은행별·상품별 접수 상황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차주 입장에서는 상담 당시 가능했던 대출이 실제 실행 시점에는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불확실성일 것”이라며 “적어도 상품별 접수 가능 여부와 실행 가능 시기, 제한 조치의 적용 시점을 소비자가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 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관리의 성패는 증가액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주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도 달려 있다. 차주가 대출 요건을 충족하고도 은행의 잔여 한도 때문에 실행이 지연되면 잔금 차질과 계약 불이행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총량 목표를 유지하더라도 상품별 접수 가능 여부와 제한 조치의 적용 시점을 사전에 알리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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