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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8 (화)

[전문가 칼럼] 황성필의 스타트업 이야기 - AI로 베이커리의 표준을 다시 쓰는 아나토

 

(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대한민국의 제빵 문화는 이미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주말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는 발 디딜 틈이 없고,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K-베이커리 브랜드들의 기세도 매섭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성장 가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제조업으로서의 베이커리 산업이 마주한 고질적인 숙제가 체증처럼 남아있다. 바로 '품질의 균일화'와 '예측 불가능한 손실 비용의 절감'이다.

 

상업적 제빵은 본질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바이오 프로세스(Bio process)다. 기후와 수확 연도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는 농산물인 밀가루를 주원료로 삼고, 효모와 박테리아의 복잡한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종 제품의 퀄리티는 원료의 상태, 반죽 공정의 변수, 오븐의 컨디션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특히 크루아상, 치아바타, 브리오슈처럼 내부의 '기공 구조(Crumb structure)'가 제품의 생명과도 같은 빵들은 더욱 예민하다. 하지만 업계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상업 베이커리 시장의 약 80%는 여전히 기공 품질을 베이커의 주관적인 시각과 경험에만 의존해 평가하고 있다.

 

현장에서 공정상 결함이나 고객 불만이 발생해도 "평소와 똑같이 만들었는데 왜 이렇지?"라며 소모적인 논쟁만 벌어지기 일쑤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니 브랜드의 신뢰도 저하, 원재료 비용과 시간적 손실은 고스란히 베이커리의 경영 부담으로 돌아온다.

 

 

얼마 전 영국의 비즈니스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던 중, 바다 건너 아일랜드에서 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빵 속 구조'를 인공지능(AI)과 컴퓨터 비전 기술로 계량화해 베이커리의 혁신 파트너로 나선 흥미로운 딥테크 스타트업을 접하게 되었다. 알렉스 코지르(Alex Kozyr)가 창업한 'Anato(아나토)'의 이야기다.

 

이들의 기술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창업자의 개인적인 '취미(Hobby)' 영역에 머물러 있었으나,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현재는 실제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 고객(Paying Customers)을 확보한 어엿한 스타트업으로 빠르게 확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 아이폰 프로로 구현한 '내 주머니 속 연구소'

 

창업자인 알렉스는 글로벌 베이커리 원료 기업에서 근무하던 '베이커리 과학자(Bakery Scientist)'였다. 동시에 사진 촬영(Photography)과 그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에 깊은 열정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그의 일과는 베이킹 실험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원료가 레시피와 최종 제품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매일 마주한 산업용 빵 속 이미지 분석 장비는 수십 년 전 기술에 머물러 있었다.

 

장비는 지나치게 무겁고 부피가 컸으며, 가격 또한 터무니없이 비쌌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공급업체는 단 한 곳에 불과해 철저한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알렉스는 이 무겁고 폐쇄적인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아나토의 접근법은 명쾌했다. 거대하고 비싼 전용 장비 대신, 누구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아이폰 프로(iPhone Pro)'의 고성능 카메라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고도로 발달한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아나토가 자체 개발한 포터블 라이트박스 기기와 모바일 앱, 웹 포털을 결합하자, 언제 어디서나 3차원(3D)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실험실 수준(Lab-grade)의 '내 주머니 속 연구소'가 탄생했다. 대중화된 첨단 기술을 영리하게 재구성하여 현장 베이커들의 진입 장벽과 장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다.

 

■ 실시간 피드백 루프, 감각을 넘어 공정을 제어하다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가 느끼는 빵 품질 평가에서 기공 구조는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 부피(Volume), 식감(Texture), 맛(Taste)과 함께 빵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축이다.

 

아나토의 솔루션을 활용하면 제품을 잘라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것만으로 기공의 분포, 크기, 밀도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수치로 명확히 시각화할 수 있다. 완벽한 품질의 크루아상을 만들기 위해 내부에 정확히 70~75%의 공기(Air)가 황금 비율로 포함되어야 하는 스펙을 눈으로 확인하는 식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단순히 빵 속 상태를 들여다보는 모니터링만으로 어떻게 원가를 줄이고 품질을 개선한다는 것일까? 이미 구워져 나온 불량 빵들을 그저 폐기처분하는 수준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핵심은 연속적인 제조 공정에서의 '실시간 피드백 루프'에 있다. 대량의 반죽이 끊임없이 오븐을 거치는 베이커리 공정에서, 첫 번째 배치(Batch)의 빵 속 기공 데이터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순간 아나토의 시스템은 즉각적인 데이터를 생산 관리자에게 제공한다.

 

베이커는 이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아직 오븐에 들어가지 않은 다음 반죽의 발효 시간을 줄이거나, 오븐의 온·습도를 미세 조정하고, 밀가루의 수화율(Hydration rate)을 바꾸거나 기능성 원료의 배합량(Dosage)을 즉시 보정한다.

 

전체 생산 물량을 폐기해야 하는 거대한 손실로 이어지기 전에, 공정의 오류를 실시간으로 잡아내어 가장 완벽한 상태인 '골든 배치'로 회귀시키는 것이다. "늘 만들던 대로 만들었다"는 주관적인 경험론적 논쟁을 완벽히 종식하고 정량적 데이터로 대체하여 품질의 일관성(Consistency)을 확보하고 원가율과 불량률을 극적으로 낮추는 대안적 해결 방식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기술의 효용은 현장의 베이커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신뢰 비용을 줄여준다.

 

-제분업자(Millers): 자신들이 공급하는 밀가루 혼합이 고객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스펙을 충족하는지 객관적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

 

-원료 제조사(Ingredient Manufacturers): 기능성 원료가 실제 최종 결과물의 내부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여, 고객에게 혁신 제품을 제안할 때 강력한 증거 데이터를 제공한다.

 

-장비 제조사(Equipment Manufacturers): 새로 개발한 믹싱기나 오븐이 빵의 품질 개선에 미치는 효과를 수치로 입증할 수 있게 된다.

 

■ 베이커리 전문성을 가진 IT 기업, 특허로 장벽을 쌓다

 

변리사의 관점에서 아나토의 행보 중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단연 기술의 장벽을 쌓아 올리는 'IP(지식재산권) 전략'이다. 아나토의 특허 출원은 단순히 소프트웨어에 그치지 않고, '분석 방법(Method of analysis)'과 '분석 장치(Apparatus)' 자체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이들은 현재 주요 핵심 국가별 지역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글로벌 권리 확보를 위한 국제 특허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후발주자나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쉽게 카피할 수 없도록 사전에 독점적 해자(Moat)를 구축하는 지극히 영리하고 정교한 전략이다.

 

이들의 독창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인정받고 있다. 최근 아나토는 스위스의 권위 있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매스챌린지(MassChallenge)'에 최종 선정되었다.

 

이들은 다가오는 여름부터 유럽 전역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에 나서며, 기술의 고도화를 지원할 글로벌 전략적 VC(벤처캐피탈) 투자 유치 라운드를 시작할 예정이다.

 

창업자 알렉스는 자신들의 팀과 비전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는 베이커리의 깊은 전문성을 내재화한 IT 기업이며, 이는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경쟁력입니다. AI,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iOS 개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초능력(Superpower)'을 발휘하여 베이커들을 위한 극강의 효율성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젊은 기업이기에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베이커들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이며 우리는 반드시 이를 이뤄낼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궁극적인 비전을 덧붙였다.

 

"기공 구조 분석은 그 거대한 여정의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단순한 분석을 넘어, 원료 간의 상호작용과 공정 최적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레시피를 스스로 생성하고 최적화하는 고도화된 '베이커리 전용 AI 엔진'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복잡하고도 거대한 여정을 함께할 글로벌 산업 리더 및 전문 VC들과의 파트너십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K-베이커리의 질적 성장을 위한 시사점

 

아나토의 사례는 단순히 먼 나라 아일랜드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치솟는 인건비와 원자재 부담, 그리고 '품질의 균일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베이커리 산업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전통적인 장인의 손끝 감각과 직관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사업의 스케일업과 제조 효율화를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DX)과 데이터 기반의 품질 관리가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결국 베이커리 산업도 경험과 감각만으로 운영되던 시대를 지나,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정밀 제조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 베이커리 업계와 딥테크 생태계 역시 이러한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주목하고, 데이터가 이끄는 베이커리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다.
 

 

[프로필] 황성필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현)이엠컨설팅 대표

•(현)LESI YMC Korea Chair, INTA Trademark Office Practices Committee

•(현)서울시, 연세유업, 파일러, 레페리, 아이스크림키즈, 스냅테그, SBSCH 자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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