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최근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9.65%를 전량 인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추가 지분 인수 여부가 재계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시민단체·비영리 공익법인 등을 중심으로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추가 인수가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 금지’ 및 상법상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연달아 제기됐기 때문이다.
21일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현대자동차 이사회에게 드리는 5가지 제언’을 통해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다이나믹스 잔여지분 9.65% 중 일부를 추가 인수한다면 개정 상법의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5년 전 정의선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스턴다이나믹스 20% 지분을 인수할 당시에도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 금지’, 상법상 ‘이사의 회사 기회 유용 금지’ 규정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된 바 있다”며 “이중 ‘사업기회 제공 금지’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회사에 큰 이익이 될 유망한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지배주주 일가 등)이나 그들이 지배하는 회사에 몰아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회사가 직접 또는 다른 계열사를 통해 할 수 있는 사업을 의도적으로 포기하거나 넘겨주는 행위가 포함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잔여지분 9.65%를 기존 보유 지분율에 따라 나눠 인수하지 말고 현대차가 미국에서 컨트롤(49.5% 지분)하는 ‘HMG Global LLC’가 잔여 지분 전부를 인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말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 역시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추가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를 통해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지분은 현대차 등 계열사가 보유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그럼에도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의 상당 부분을 개인적으로 보유할 경우 해당 투자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 일부가 회사가 아닌 개인에게 귀속된다. 이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로 기대되는 성과·이익을 주주 전체가 아닌 총수 개인이 향유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 및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AI와 함께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 분야인 로보틱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추후 상장한다면 기업가치는 100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 인수에도 참여한다면 기존에 제기됐던 정당성 논란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20년 12월에도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가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20%를 정의선 회장에게 인수하도록 한 점을 문제삼기도 했다.
◇ SK실트론 판례, 정의선 회장 지분 추가 인수에 정당성 부여하나?
시민단체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등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추가 인수가 공정거래법·상법 위반 사항에 해당될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봤다.
특히 법조계는 과거 공정거래위원회가 패소한 SK실트론 판례가 주요 잣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7년 1월 SK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 회사인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한 뒤 같은해 4월 잔여 지분 49% 중 19.6%만 추가 매입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이 공개 입찰에 참여해 남은 지분 29.4%를 사들였다.
이에 대해 2021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지분 인수 기회를 포기하면서 최태원 회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사업기회를 제공했다고 여겨 최태원 회장과 SK에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회사가 경영권 방어나 지배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예 : 50% 초과)을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면 나머지 잔여 지분까지 굳이 회사가 전부 인수해야 할 ‘사업기회’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결국 최태원 회장과 SK 손을 들어줬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의 절반 이상은 현대차·기아 등이 참여한 HMG글로벌(56.4%)이 보유해 이미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 중이다. 따라서 SK실트론 판례에 따라 정의선 회장의 지분 추가 인수를 ‘사업기회’로 볼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면서 “여기에 추후 정의선 회장측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추가 인수과정에서 ‘풋옵션 행사대금의 부담을 회사가 전부 떠안지 않고 개인 자금으로 분담하는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 시민단체 등이 위법성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뒤이어 “다만 본질적인 이해상충과 거버넌스 훼손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회사가 취할 수 있었던 확실한 자본 이득이 총수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위법 여부를 떠나 시장의 거버넌스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HMG글로벌, 정의선 회장 등 보스턴다이나믹스 주주들은 기존 지분율대로 안분해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추가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각 주주가 자기 지분율만큼 기회와 리스크를 나눠 가졌기에 ‘회사의 기회를 가로챘다’는 논리가 희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개정 상법상 이사의 ’회사 사업기회 유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이사회 이사 3분의 2 이상의 승인이 있거나 장래 회사의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업기회를 이사 개인이 취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며 “시민단체 등에서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추가 인수를 ‘사업기회 유용’으로 입증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 정의선 회장,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인수 위한 사재 투입 가능성↑
한편 재계·업계 등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사재 약 1200억원을 투입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율을 기존 약 22%에서 25%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현황은 HMG글로벌 56.4%, 정 회장 22.6%, 현대글로비스 11.25%, 소프트뱅크 9.65%로 각각 구성됐다.
지분을 보유 중인 각 계열사 등이 이사회를 통해 지분율에 따라 소프트뱅크 지분을 안분하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구조는 HMG글로벌 62.5%, 정 회장 25.0%, 현대글로비스 12.5%로 각각 구성될 예정이다.
증권가 등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인수 예상 금액을 약 3억2500만달러(한화 약 50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지분 인수시 정의선 회장이 부담할 금액은 약 8000만달러(환율 1476원 기준, 약 1180억원)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측은 “아직 지분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각 주주사는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로 지분 인수 의무가 발생하면서 내부 절차에 따른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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