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1년 만에 1%대에 진입했다.
새로 발생한 연체액은 늘었지만 은행이 회수하거나 상각·매각한 연체채권은 줄었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까지 충분히 확산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더해질 경우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말 0.61%보다 0.06%p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 0.64%와 비교해서도 0.03%p 높다.
은행권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0.56%에서 4월 말 0.61%, 5월 말 0.67%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5월 수치는 2016년 10월 0.81%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연체율은 원금이나 이자를 한 달 이상 내지 못한 대출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전체 연체율 상승은 기업대출이 주도했다. 5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전월 말 0.74%보다 0.10%p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의 상승 폭인 0.03%p를 크게 웃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한 달 사이 0.22%에서 0.27%로 0.05%p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0.12%p 높아졌다. 2021년 9월 0.28% 이후 4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중소기업의 상환 여건은 더 빠르게 나빠졌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 0.90%에서 1.00%로 상승했다. 2015년 5월 1.11%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중소법인 연체율은 0.98%에서 1.11%로 0.13%p 뛰었다. 2017년 5월 1.17%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78%에서 0.84%로 0.06%p 올랐다. 가계대출에서도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기업대출보다는 오름폭이 작았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전월 말보다 0.03%p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0.02%p 낮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월보다 0.01%p 올랐다.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 연체율은 0.90%로 한 달 사이 0.07%p 상승했다.
◇ 신규 연체 3조3000억원…정리액의 두 배 웃돌아
연체채권의 유입과 정리 흐름도 악화됐다. 5월 중 새로 발생한 연체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월 2조9000억원보다 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이 회수하거나 상각·매각한 연체채권은 1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000억원 줄었다. 신규 연체액이 정리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연체채권 잔액은 한 달 동안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대출잔액으로 나눈 신규연체율도 0.13%로 전월보다 0.01%p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 0.14%보다는 0.01%p 낮지만, 지난 3월 이후 다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움직임도 변수다. 기업의 자금 사정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달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라 은행의 기업대출 공급이 늘어나는 점도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적 금융 본격화에 따른 기업대출 증가 및 금리 상승 등의 여건 변화를 감안하여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라며 “은행권이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과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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