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이 거주 공간을 넘어 투자 수단으로 기능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비중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을 둘러싼 공급 부족과 투자 수요, 세제·금융 규제를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보금자리는 가족과 함께 살아갈 물리적 공간으로 편안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어느 날부터 주거 수단인 동시에 돈을 버는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주택이라고 하는 것이 주거 수단이라기보다 투자 수단이고, 그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문제는 그 비중이 어느 정도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는 오전 10시부터 100분간 진행됐다. 유튜버와 부동산·맘카페 회원, 시민단체, 공인중개사, 금융기관 종사자, 언론인, 교수 등 총 140명이 참석해 부동산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 “부동산 비중 세계적으로 높아…정점 향한다는 우려도”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문제로 제시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산 보유 현황을 보면 부동산이 가장 많다”며 “객관적 수치로 봤을 때 부동산 가격과 자산 비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쪽에 속한다”고 말했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 상황에서 토지 공급은 제한돼 있지만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 장기 침체를 언급하며 국내 시장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일본도 좁은 국가에 많은 사람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다 보니 토지는 제한적인데 수요는 늘어나면서 가격이 계속 상승했고, 소위 풍선처럼 터졌다”며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그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부동산 문제는 역대 정부가 해결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난제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정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며 “묘하게 국민들 사이에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면 오르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면 내린다는 인식도 생겼다”고 말했다.
◇ “공급 늘리면 된다고 하지만 서울에 땅 없어”
이 대통령은 주택가격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정한다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 모두 현실적인 제약이 뚜렷하다고 봤다.
그는 “누군가는 공급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서울에서 택지개발을 할 곳을 찾아보면 거의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주민들은 왜 좋은 땅을 훼손하느냐고 하고, 일부에서는 왜 그 좋은 땅을 놀리느냐고 한다”며 “공급의 한계는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수요 역시 실제 거주 목적과 투자·투기 목적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집을 넓히거나 취득하려는 통상적인 수요도 있다”며 “반면 집을 사면 보통 오르니 한 채를 사는 것보다 두 채가 낫고, 3억원짜리보다 30억원짜리가 낫다고 생각하는 투자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하게 얘기하면 투기용으로 사는 경우도 있고, 더 나쁜 상황에 대비한 가수요도 있다”며 “이런 수요가 섞이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고 진단했다.
◇ “조세·금융으로 수요 억제, 어디까지 정당한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조세와 금융정책의 개입 수준도 이번 토론회의 주요 논점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조세는 국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하게 부과하는 재정적 부담”이라며 “특정 영역의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은 조세 제도의 원래 목적에서 살짝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세를 통해 수요와 공급에 관여하는 것이 정당한지,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는 것이 온당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정책에 대해서도 “국가가 관여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은 단순히 민간 금융회사의 자산만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발권력의 일부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는데 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냐”며 “금융을 활용해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 “투자보다 삶의 보금자리 강조하는 의견 늘어”
이 대통령은 앞서 진행된 공급·금융·세제 분야별 토론 결과에서 주택을 바라보는 국민 인식에 변화가 감지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부동산이 당연히 돈을 버는 수단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투기용으로 쓰는 것도 정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투자보다는 쾌적한 삶의 보금자리라는 측면이 많이 강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에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자리가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이 가진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향후 정책 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자리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수용성이 매우 높고, 합리적인 결론을 받아들인다”며 “부동산 문제도 어렵지만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면 일정한 선에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의 원칙으로는 팩트와 명확한 주장, 이해관계 조정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는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 가정에 기반하면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며 “두 번째로 각자의 주장을 정확하게 하고, 세 번째로 그 이해관계를 조금씩 조정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불만이 따른다”며 “선출직 공무원에게 주어진 권력은 국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사용해야 하고, 공직자의 최대 덕목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4일부터 예정된 중남미 장기 출장을 언급하며 추가 논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조세 제도는 언제까지 내야 한다는 시한이 있어 쫓기기는 하지만, 오늘 이야기가 부족하면 총리께서 그사이에 한 번쯤 더 이야기를 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공급·세제·금융을 아우르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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