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국회미래연구원까지 잇달아 거래 단계보다 보유 단계의 과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다시 보유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두 기관의 문제의식은 경제 효율성과 자산 불평등 완화로 서로 달랐지만, 거래 중심의 현행 과세체계를 재점검하고 보유세의 역할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 역시 부동산 세제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어 관련 논의가 향후 정책 의제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 OECD와 국회미래연구원…출발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OECD는 한국 경제 전반을 진단하며 높은 거래세 부담이 주거 이동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 단계의 세 부담은 완화하고, 정기적으로 부과되는 보유세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주택 공급 확대와 토지 이용 효율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반면 국회미래연구원은 자산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자산 격차를 확대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도 주요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자산 불평등 완화와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보유세 기능을 중장기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거래 중심의 과세체계를 재검토하고 보유 단계의 과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에서는 두 기관의 의견이 일치했다.
◇ 왜 다시 '보유세'인가…세율보다 세제 구조가 쟁점
보유세 논의가 다시 부상한 배경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재검토 움직임도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부동산 대토론회와 분야별 정책 토론회를 통해 공급·금융·조세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세제 역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를 개별적으로 손질하는 수준을 넘어 각 세목이 어떤 정책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세제는 시장 상황에 따라 거래세와 보유세를 번갈아 조정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개편돼 왔다. 그러나 시장 안정과 조세 형평성이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면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논의가 단순한 보유세 인상·인하를 넘어 세제 구조 전반으로 확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OECD는 거래세가 주거 이동과 시장 유동성을 제약할 수 있다고 봤고, 국회미래연구원은 현행 과세체계가 부동산 보유에 따른 자산 격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논의의 핵심은 보유세를 올릴 것인지가 아니라 취득·보유·처분 단계의 세 부담을 어떤 원칙 아래 재배치할 것인지에 있다.
◇ '보유세 강화'가 곧 증세는 아니다
다만 두 기관의 제언이 곧바로 보유세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OECD의 권고는 국가 간 조세체계 비교와 경제 효율성 원칙에 기반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실제 세율과 과세 대상, 공제 방식 등은 각국의 조세제도와 부동산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병존하고 공시가격을 과세표준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등 독특한 보유세 체계를 갖고 있다. 실거주 여부와 주택 수, 자산 규모를 어떻게 반영할지, 소득은 적지만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 부담이 커진 고령·장기 보유자의 납세 여력을 어떻게 고려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치적 현실 역시 변수다. 보유세는 납세자가 매년 직접 부담을 체감하는 세목인 만큼 조세 저항이 크다. 거래세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보유세만 강화할 경우 주거 이동이 위축되고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김재경 세무회계 해봄 대표세무사는 "OECD와 국회미래연구원의 제언은 당장 세법 개정을 의미하기보다 향후 정권 변화나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다시 논의될 수 있는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보유세는 조세 저항이 큰 세목인 만큼 거래 단계 세제와 함께 조정하는 '택스 믹스(Tax Mix)'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반 납세자가 즉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일부 고액 자산가는 증여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검토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의의 본질은 '보유세를 올릴 것인가'가 아니다. 취득·보유·처분 전 과정의 세 부담을 어떤 원칙에 따라 배분할지, 실거주자와 투자 목적 보유자를 어떻게 구분할지, 거래 위축 없이 시장의 퇴로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결국 부동산 세제 개편의 성패는 특정 세목의 인상이나 인하가 아니라 세제와 공급·금융정책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장 안정과 조세 형평성을 함께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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