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달러 유동성을 약화시키는 불법 외환거래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다. 외화를 해외로 직접 반출하는 전통적 방식뿐 아니라, 국내로 유입돼야 할 외화를 차단하거나 회수를 지연시키는 변칙 거래가 주요 리스크로 부상했다.
관세청이 27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외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 792건(7조2000억 원) 가운데 상당수가 외화 유출 또는 유입 차단과 직결된 유형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유형은 ‘재산도피’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자금을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한 뒤 발생한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현지에 은닉하는 방식이다. 이는 외화 유출뿐 아니라 향후 외화 유입 기회까지 차단한다는 점에서 달러 유동성에 이중 부담을 준다.
‘쪼개기 송금’ 등 불법 해외송금도 주요 사례다. 소액 해외송금업자가 법정 한도를 피하기 위해 자금을 분할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 출처를 은폐하고 대규모 외화를 지속적으로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범죄 수익과 결합될 경우 외환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상자산과 환치기를 활용한 수출대금 은닉도 증가 추세다. 수출기업이 달러 대신 가상자산이나 비공식 환전 방식으로 대금을 수령하면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게 된다. 이는 통계상 수출 실적과 실제 외화 유입 간 괴리를 발생시키고, 외환당국의 모니터링을 어렵게 만든다.
이와 함께 ‘무신고 해외투자’ 역시 달러 유동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국내로 회수하지 않고, 신고 없이 해외 법인 등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외화의 국내 환류를 차단하는 구조다.
관세청은 이러한 거래가 단순한 외환법 위반을 넘어 외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환율 상황에서는 외화 유출 압력이 커지는 만큼, 변칙 거래에 대한 집중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외화를 해외로 빼돌리는 행위뿐 아니라, 국내로 들어와야 할 외화를 의도적으로 유입시키지 않는 행위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가상자산과 환치기 등 신종 수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관세청은 이번 단속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수사팀을 선정해 포상할 계획이다. 서울세관 외환조사2관 수사2팀은 보이스피싱·불법 도박 등 범죄수익이 포함된 2조5000억 원 규모 자금을 불법 송금한 소액 해외송금업자를 적발했으며, 인천세관 조사3관 외환검사팀은 약 900억 원 규모의 수출대금을 가상자산과 환치기로 수령해 외화 반입을 차단한 사례를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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