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간편심사보험 가입 전 의료진에게 혈액검사를 권유받았더라도 단순히 수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한 추적검사라면 고지 대상인 ‘추가검사’로 볼 수 없다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치료 목적이 아닌 임상시험 참여를 위해 입원한 경우에도 ‘질병으로 인한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4일 간편심사보험 가입자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된 분쟁 2건을 심의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간편심사보험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일반 보험보다 가입 전 고지 항목을 줄인 상품이다. 가입 문턱이 낮은 대신 유병자의 위험도를 반영해 보험료는 일반 보험보다 높은 편이다.
이번 분쟁에서는 청약서에 기재된 ‘추가검사 필요 소견’과 ‘질병으로 인한 입원’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 골수검사 이상 없었다면 혈액검사는 ‘추적관찰’
첫 번째 신청인은 2023년 4월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한 뒤 2024년 7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진단받아 보험사에 특정암진단비를 청구했다.
보험사는 신청인이 보험 가입 3개월 이내인 2023년 3월 병원에서 ‘두 달 후 혈액검사’를 권유받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청약서에는 최근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추가검사나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경우 이를 고지하도록 돼 있었다.
실제 신청인은 건강검진에서 혈소판 감소 소견을 받아 2023년 1월 혈액검사와 골수검사를 받았다. 같은 해 3월 골수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혈소판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추후 혈액검사를 권유받았다.
분조위는 해당 혈액검사가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검사가 아니라 혈소판 수치의 변화를 살피기 위한 추적관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골수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고 혈소판 감소와 관련한 치료나 처방도 없었던 점, 혈소판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일반 혈액검사는 골수검사처럼 혈소판 감소의 원인 질환을 직접 확인하는 정밀검사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분조위는 추가검사를 기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다른 종류의 검사를 받는 경우로 해석했다. 병증에 대한 별도 치료 없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나 추적관찰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청인이 계약 전 고지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고 보험사가 특정암진단비를 지급하도록 조정했다.
◇ 임상시험 입원은 치료 목적 입원과 구분
두 번째 분쟁에서는 신약 임상시험을 위해 병원에 머문 이력이 ‘질병으로 인한 입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신청인은 2022년 3월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한 뒤 2024년 1~2월 질병 치료를 위해 입원하면서 간병인을 사용했다. 이후 보험사에 간병인 사용 질병입원일당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신청인이 보험 가입 전인 2019년 12월과 2021년 4월 신약의 투약 효과를 시험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각각 1박 2일씩 총 4일간 입원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해당 상품의 청약서에는 최근 3년 이내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수술한 사실을 고지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분조위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을 질병 증상 때문에 통상적인 입원 치료나 관리가 필요해 병원에 체류한 경우로 해석했다.
신청인의 입원 기록에는 입원 목적이 임상시험으로 기재돼 있었고, 주치의도 질병 치료가 아닌 임상시험 진행과 검사를 위한 입원이었다는 소견을 냈다. 당시 신청인의 질병은 기존 약물을 복용하며 통원치료로 관리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임상시험 계획에 따라 참여자들에게 동일한 약물 투여와 혈액 채취가 이뤄졌을 뿐 신청인에게 별도의 개별 치료행위가 시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해당 입원이 질병 치료나 관리를 위해 이뤄진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사가 간병인 사용 질병입원일당을 지급하도록 조정했다.
다만 이번 결정만으로 보험금 지급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신청인과 보험사가 조정안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모두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한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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