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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8 (화)

[심층취재] AI 반도체 공급망의 숨은 경쟁력...물은 어디서 오나

AI 반도체 생산 확대에 용수 수요 증가…국가 공급 인프라 중요성 커져
서남권 65만톤 공급 위해 복수 수원 연계…물 이용 네트워크가 관건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AI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장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국가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초순수 생산과 물 재이용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 전체를 공장 내부의 노력만으로 충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이 실제로 가동되려면 기업이 필요한 용수량을 제시하고,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 공공부문이 공급 가능한 수원을 확보하고 광역상수도 등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반도체 생산시설의 대형화와 집적화가 이어지면서 물 공급은 개별 기업의 관리 영역을 넘어 국가 산업 인프라의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것으로 제시된 용수만 하루 65만톤이다. 정부는 하나의 댐에서 이 물량을 확보하는 대신 기존 댐과 대체 수원, 광역상수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이 공장 안의 기술 경쟁을 넘어 공장 밖의 물 공급망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기업이 수요 제시하면 국가가 공급망 설계

 

반도체 산업의 용수 수요는 생산시설 확대와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필요한 물의 규모를 사전에 일률적으로 산정하기는 어렵다. 생산하는 반도체의 종류와 공정 구성, 설비 규모에 따라 공장별 사용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 용수는 기업이 필요한 물량을 제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공급 가능한 수원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하루 65만톤 역시 기업이 산정·제시한 수요량이다. 기존에는 하천과 다목적댐, 용수댐을 중심으로 용수를 확보했다면, 최근에는 농업용수와 발전용수 등 기존 수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은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세정하는 초순수 용수가 아닌 냉각과 공조 등 일반 공정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사용한 물을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취수량 증가를 줄이기 위해 물 재이용 시설과 공정 효율화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재이용은 외부에서 물을 공급받은 뒤 공장 내부에서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신규 생산라인에 필요한 기초 용수까지 기업의 재이용만으로 확보할 수는 없다.

 

결국 기업이 공장 안에서 물 사용을 줄이는 것과 별개로 공장 밖에서는 필요한 원수를 확보하고 산업단지까지 보내는 공급망이 마련돼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국가 물 공급체계의 역할이 함께 커지는 이유다.

 

◇ 하나의 댐으로는 부족…여러 수원 연결이 해법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는 특정 댐 하나만으로는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AI 반도체 생산시설이 대형화될수록 중요한 것은 새로운 수원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수원을 하나의 공급체계로 연결해 필요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일이다.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의 하루 용수 수요량 65만톤도 이러한 방식으로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동복댐을 증고해 추가 용수를 확보하고 주암댐과 장흥댐의 여유량을 활용하는 한편, 보성강댐 발전용수 일부를 공업용수로 전환하고 나주댐 농업용수 공급체계를 조정해 절감한 물량을 산업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수원을 활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반도체 공장은 용수 공급이 중단되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특정 수원에 의존하기보다 공급원을 분산해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뭄이나 수질 변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수원을 통해 공급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수원만 확보한다고 공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확보한 물을 취수해 정수하고 산업단지까지 보내는 광역상수도와 관로 등 공급 인프라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결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물이 있는 곳보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물을 공장까지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공급체계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 반도체 경쟁 뒷받침할 물 이용 네트워크

 

앞으로 반도체 생산시설이 추가로 들어서거나 기존 공장의 생산라인이 확대되면 용수 수요도 달라질 수 있다. 공정 기술이 바뀌거나 기업의 재이용률이 높아지면 필요한 외부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생산능력 확대 속도가 이를 앞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역할도 특정 산업단지에 필요한 물량을 한 차례 확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투자 일정과 지역별 수원 상황에 따라 공급량을 조정하고, 가뭄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른 수원에서 물을 대체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원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수원 간 연계가 가능한 물 이용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 이용 네트워크는 댐과 하천, 광역상수도 등 개별 수원을 연결해 지역 간 물을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체계다. 한 지역의 물이 부족하면 다른 수원의 여유량을 보내고, 산업 수요가 늘어나면 기존 공급망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은 공장 안에서 초순수 생산 효율을 높이고 사용한 물을 재이용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부문은 공장 밖에서 수원을 확보하고 이를 산업단지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의 물 관리와 국가의 물 공급망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의 안정적인 가동은 어렵다.

 

AI 반도체 경쟁은 공정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장 안의 기술 경쟁을 뒷받침할 공장 밖 국가 물 공급망 역시 반도체 생산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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