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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1 (금)

정책펀드가 키운 기업, 20조 국부펀드가 이어받는다

KIC에 전략투자계정 신설…정책펀드 지분 넘겨받아 만기 없이 장기 보유
공공기관 주식 16조·물납주식 4조 출자…내년부터 본격 가동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국가 전략산업에 장기간 자금을 공급하는 20조원 이상 규모의 전략형 국부펀드를 내년부터 가동한다.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 등 기존 정책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단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의 지분을 넘겨받아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다. 일정 기간 뒤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정책펀드의 한계를 보완하고 기업이 상장이나 글로벌 진출에 이르기까지 장기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31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 정부 보유 주식으로 20조원 조성…초기 투자재원은 6000억원

 

정부는 별도 기관을 설립하지 않고 한국투자공사(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설치한다.

 

초기 자본금은 20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로 조성한다. 정부가 보유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공공기관 주식 16조원 이상과 상속·증여세 대신 납부받은 물납주식 약 4조원을 현물로 출자한다.

 

다만 20조원 전체를 곧바로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주식 형태의 자산인 만큼 출범 초기 실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재원은 배당금 등을 포함해 약 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후 정부의 추가 출자와 기부금, 보유 주식의 배당금과 매각대금, 투자 운용수익 등을 활용해 투자 여력을 늘릴 계획이다.

 

국부펀드는 출자받은 공공기관 지분을 해당 기관의 경영권 행사보다 배당수익 확보 목적으로 보유한다. 운용자산과 수익의 사용처도 재투자와 정부 배당, 국고 환수로 제한한다.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특례 적용을 추진한다.

 

KIC가 외환보유액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기존 위탁계정과 전략투자계정은 자금과 의사결정 체계를 분리한다. 외환보유액 운용과 국내 전략산업 투자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별도의 투자위원회와 자문·리스크 관리체계도 마련한다.

 

◇ 대출·보증 대신 지분투자…만기 없이 장기 보유

 

투자 대상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로봇, 방산, 바이오, 원전, 우주항공, 양자, 소재·부품·장비 등 국가 전략산업이다.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클러스터 등 기간 인프라와 국내 산업 공급망을 보완할 수 있는 해외 핵심 기업도 투자 대상에 포함한다. 금융산업 역시 투자 가능 범위에 들어가지만 구체적인 투자 업종이나 기업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정책금융이 대출과 보증, 펀드 출자를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했다면 전략형 국부펀드는 기업 주식을 직접 취득한다. 보유 지분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도 확보한다.

 

별도의 만기나 청산 시점을 두지 않는다는 점도 기존 정책펀드와 다르다. 단기 투자수익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성장잠재력, 공급망 안정성 등을 함께 고려해 장기간 지분을 보유한다.

 

특히 모태펀드나 국민성장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할 때 우수 기업의 지분을 선별해 매입하는 ‘이어달리기 투자’를 추진한다. 정책펀드가 통상 정해진 기간 안에 지분을 처분하면서 기업의 추가 성장에 따른 이익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후속 투자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해외 국부펀드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국내 투자를 끌어내는 앵커투자자 역할도 맡는다. 민간자금과 수익을 배분하는 기존 정책펀드와 달리 정부가 투자 지분을 보유하면서 해외 투자자와 건별 공동투자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 투자 결정은 KIC 이사회…정책펀드 중복 우려도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기구인 만큼 기존 정책펀드와의 역할 중복과 투자 독립성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등이 정책 목적의 간접투자와 융자를 담당하고, 전략형 국부펀드는 수익성을 전제로 한 초장기 직접 지분투자를 맡는다는 점에서 역할이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운영위원회는 전략산업 등 큰 투자 방향만 제시하고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는 KIC 이사회가 결정한다. 운영위원회에 전략산업 분야 민간위원 3명을 추가하고 전략투자계정 전담 임원과 투자위원회, 투자자문위원회를 별도로 두기로 했다.

 

정부는 8월 중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 법 개정과 계정별 투자·위험관리 체계 구축을 마친 뒤 내년부터 전략형 국부펀드를 가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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