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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8 (화)

[이슈체크] 분양받고도 입주 난망…잔금대출 풀자니 총량 부담

7시간30분 공급대책 재점검…대통령, 금융 지원까지 총동원 지시
잔금대출 정상화 놓고 실수요 보호·총량관리 충돌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의 주택 공급 논의가 택지 확보와 착공 확대에 더해, 준공 주택의 실제 입주를 좌우하는 잔금대출 문제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아파트가 준공되더라도 잔금대출이 원활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입주가 지연될 수 있어, 대출 공급이 주택 공급정책의 마지막 연결고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부동산 점검회의를 열어 공급 확대뿐 아니라 실행 속도를 거듭 주문하면서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잔금대출 보완책도 후속 공급대책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잔금대출 지원 범위를 넓히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부로서는 신축 아파트 실수요자의 입주는 지원하되, 가계대출 규제의 기본 틀은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 공급대책 재점검…입주 막는 잔금대출 손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오후 3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최근 부동산 및 주식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7박11일간의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 열린 회의로,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이후 누적된 주택 공급 부진이 현재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하고 “공급과 그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공급대책을 다시 점검하고 행정 조치와 금융·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을 폭넓게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금융과 주택 공급 분야는 2~3일 이내에 추가 보고를 받고 후속 회의를 열기로 했다.

 

대통령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금융 지원까지 주문하면서, 잔금대출 문제도 후속 대책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신규 아파트 공급은 인허가나 착공 물량만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준공 이후 잔금이 납부되고 입주가 이뤄져야 시장에서 이용 가능한 주택으로 전환된다.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집단대출 한도를 줄이면 다 지어진 아파트에서도 입주가 지연될 수 있는 구조다.

 

지난달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가 잔금대출을 받기 어렵다고 호소한 이후 이 문제가 정책 현안으로 올라온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5대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집단대출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5대 은행은 해당 단지에 은행별 1000억원씩 총 5000억원 규모의 잔금대출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지원을 다른 입주 예정 단지로 확대하려면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여력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잔금대출 공급을 늘릴수록 이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계대출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어서다.

 

◇ 집단대출 4개월 연속 증가…빠듯해진 가계대출 총량

 

지원 범위를 넓히는 데 가장 큰 제약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9791억원으로 한 달 동안 4조183억원 늘었다.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4조원대 증가세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7조9411억원으로 2조7955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신용대출도 1조829억원 불어난 109조7533억원으로 집계됐다.

 

집단대출 잔액은 148조2426억원으로 전월보다 6531억원 증가했다. 지난 3월 말 145조9777억원까지 감소한 뒤 4개월 연속 늘었다. 과거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 시기가 도래하면서 중도금과 잔금대출 실행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단지 한 곳의 대출 수요만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어 개별 주담대보다 한 번의 취급 결정이 총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은행으로서는 신규 사업장 입찰을 중단하거나 배정 한도를 줄이는 것만으로 대출잔액을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 은행들이 총량 여력이 부족해지자 집단대출부터 보수적으로 운용한 이유다.

 

반대로 정부가 입주 예정 단지의 대출을 정상화하면 은행별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은행권에 적용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1.5% 안팎인 만큼, 잔금대출을 추가 취급할 수 있도록 총량상 여력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 잔금대출 실행액이 곧 순증은 아냐…복잡해진 총량 계산법

 

잔금대출 실행액 전부가 가계대출 증가분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대출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중도금·이주비대출이 상환되는 만큼 실제 순증액은 신규 실행액과 기존 대출 상환액의 차이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잔금대출 5억원 가운데 기존 중도금대출 4억원이 상환된다면 은행권 전체 순증액은 원칙적으로 1억원이다. 그러나 중도금대출을 취급한 은행과 잔금대출을 내주는 은행이 다르면 은행별 계산은 달라진다.

 

잔금대출 취급 은행에는 5억원이 신규 대출로 잡히지만, 기존 대출이 상환된 은행에서는 4억원이 감소한다. 은행권 전체로는 1억원 증가에 그쳐도 잔금대출을 내준 은행은 총량을 5억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는 구조다.

 

차주별 자기자금과 중도금 납부 횟수, 기존 대출 규모가 다르다는 점도 추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차주마다 자기자금과 기존 중도금대출 잔액이 달라 잔금대출 실행 이후의 순증 규모도 제각각이다. 잔금대출이 기존 중도금대출을 상환하는 수준에 그치면 증가 폭이 크지 않지만, 실행액이 상환액을 웃돌면 그 차액만큼 가계대출이 늘어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잔금대출의 상당 부분이 기존 중도금과 이주비대출을 상환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실제 가계대출 증가 폭은 실행 규모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단지와 차주별로 기존 대출 규모와 잔금대출 실행액이 달라 순증 효과를 일률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들여다 봐야 할 지점은 단순한 대출 한도 확대가 아니다. 은행권 전체의 순증 효과와 개별 은행이 부담하는 총량을 어떻게 맞출지, 기존 대출 상환분을 총량 실적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가 함께 결정돼야 한다.

 

◇ 전면 완화 대신 신축 입주 지원…대상 선별이 쟁점

 

현재 논의는 대출 규제 전반을 완화하기보다 입주가 임박한 신축 아파트 수분양자의 잔금대출 차질을 해소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6·27 규제 이전에 청약하거나 분양계약을 맺고 자금계획을 세운 입주 예정자가 우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반면 기존 주택을 매입한 기축 아파트 매수자는 지원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 가능 금액 자체를 늘리면 기존 주택 매수 수요까지 자극해 집값 안정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집단대출 전체를 총량관리에서 일괄 제외하기보다 지원 대상과 적용 범위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 공급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PF 시장 경색으로 인허가 이후에도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의 자금 부담을 줄여, 공급 단계 전반의 지연 요인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이 주문한 공급 속도를 실제 주택 공급으로 연결하려면 택지 확보와 인허가 단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착공과 준공, 잔금대출, 입주까지 이어지는 각 단계의 병목을 함께 풀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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