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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7 (토)

[전문가 칼럼] MRI는 정상인데 교통사고 후 계속 아픈 이유

(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대학병원에서 MRI까지 찍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아플까요?”

 

교통사고 환자들을 진료하며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가슴 아프게 마주하는 질문이다. 정밀 검사를 마치고 “구조적 이상은 없다”는 소견을 들으면 안심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목과 허리를 짓누르는 통증은 가라앉지 않으니 환자들은 타들어 가는 심정이 된다. 급기야 ‘내가 너무 예민한가’라거나 ‘심리적인 꾀병인가’라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영상에서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내 몸에 손상이 없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현대 의학에서 MRI는 척추 디스크 탈출이나 골절, 인대 파열 같은 ‘구조적 이상’을 포착하는 데 가장 탁월한 무기다. 그러나 교통사고의 주범인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은 뼈를 부러뜨리기보다 목 주변의 미세한 근막과 인대, 신경망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다. 이 촘촘한 조직들의 미세한 찢김과 현미경 수준의 염증, 관절의 기능적 불균형은 아쉽게도 거대한 영상 장비의 렌즈에 잡히지 않는다. 사진에는 흔적이 없어도 환자는 분명한 통증과 두통, 제한된 움직임으로 고통받는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다.

 

최근 통증의학은 이를 조직 손상을 넘어 신경계의 변화로 규명한다. 손상 부위의 염증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면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말초 신경이 과도하게 예민해지는 ‘말초 감작(Peripheral Sensitization)’이 일어난다. 이것이 만성화되면 뇌와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마저 통증을 비정상적으로 증폭해 기억하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으로 이어진다.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바람만 불어도 시린 통증의 실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조는 멀쩡하지만 신경망의 신호 체계가 고장 난 것이다.

 

한의학은 이처럼 영상에 잡히지 않는 통증의 본질을 ‘어혈(瘀血)’과 ‘기체(氣滯)’의 개념으로 일찍이 통찰해 왔다. 불시에 들이닥친 외부의 타격은 체내 미세 혈류를 동결시켜 어혈이라는 독소 물질을 만든다. 육안으로 보이는 멍은 사라져도 조직 깊숙이 정착한 어혈은 끊임없이 기혈의 순환을 가로막는다.

 

여기에 사고의 정신적 충격으로 기운이 뭉치는 기체까지 더해지면 온몸이 무겁고 쑤시는 통증이 고착화된다.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한의학의 ‘불통즉통(不通則痛)’ 원리는 손상 부위의 혈류 감소와 신경 감작을 경고하는 현대의학의 시선과 완벽히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는 사진 한 장의 기록에 갇혀서는 안 된다. 양·한방 협진은 영상검사로 중증 구조 손상을 감별해 안전을 확보한 뒤, 침과 약침으로 민감해진 신경계의 염증을 달래고, 추나요법으로 미세하게 뒤틀린 척추 관절의 기능을 재정렬하는 통전적(通全的) 접근을 취한다.

 

눈에 보이는 '구조'의 확인만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능'의 회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증의 실체는 사진기 속에 투영되지 않는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에 억지로 고통을 참아서는 안된다. 내 몸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조기에 포괄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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