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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0 (토)

[전문가 칼럼] 교통사고 후 손발 저림, 디스크만 원인일까?

(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이후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졌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목이나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를 먼저 떠올리며 걱정한다.

 

실제로 디스크는 저림증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후 나타나는 모든 손발 저림을 디스크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임상에서는 MRI 등 정밀 영상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저림과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교통사고의 강한 가속·감속 충격은 목과 허리를 채찍처럼 흔드는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을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골절이나 신경 압박이 없더라도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과 인대, 근막 등 연부조직에는 미세 손상과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신경은 척추에서 시작해 손가락과 발끝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근육과 인대 사이를 통과한다. 사고 충격으로 주변 조직이 긴장하거나 부어오르면 신경이 압박되는 '신경 포착(Entrapment)'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디스크가 아니더라도 손발 저림이나 화끈거림, 감각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사고 이후 통증이 지속되면 신경계가 과민해지는 '말초 및 중추 감작(Sensitization)'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신경의 통증 역치가 낮아져 평소라면 느끼지 못할 작은 자극에도 손발이 시리거나 찌릿한 증상을 심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영상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해서 증상까지 가벼운 것은 아닌 이유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외상으로 인해 기혈의 순환이 막힌 '기체어혈(氣滯瘀血)'의 관점에서 이해한다. 여기서 말하는 어혈은 단순한 출혈이 아니라 조직 손상으로 미세순환이 저하되고 노폐물이 정체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순환 장애가 지속되면 경락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저림이나 시림, 운동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교통사고 후 저림증은 영상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증상의 범위와 지속 기간, 근력 저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저림과 함께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대소변 장애, 보행 이상 등이 동반된다면 신경 손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즉시 정밀검사와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응급 신경 손상이 아닌 기능적 저림증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증상에 맞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침과 약침 치료를 통해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며, 추나요법으로 척추와 관절의 균형 회복을 도모한다. 또한 한약 치료는 기혈 순환 개선과 손상 조직의 회복을 돕는 것을 목표로 시행된다.

 

손발 저림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신경계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증상을 방치하면 만성 통증이나 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디스크가 아니라는 검사 결과만으로 안심하기보다 증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치료를 조기에 받는 것이 교통사고 후유증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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