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026년 종부세 개편은 1주택자 핀셋 감세‧다주택자 증세에 본뜻이 있어 보인다.
먼저 한 가지 단서를 달자면, 아래 수치는 고령자, 장기보유를 전제로 계산했지만, 1주택자 상당수가 감세 효과를 본다는 것 자체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2024년 국세통계를 보면, 종부세 1주택자 수는 12만8913명이다. 정부안대로 2억 정도 기본공제를 올리면 기계적으로 과세표준 0~2억 구간 사람들은 비과세로 분류된다.
그 숫자는 5만4516명, 전체의 42.3%에 달한다.
세제개편안 문답자료에 따르면, 공시가 20억까지는 이번 개편으로 종부세 부담이 줄어든다고했으니 2024년 기준으로 비과세로 바뀐 과세표준 0~2억을 제외한, 과세표준 2억~6억 구간은 감세효과를 볼 것이다.
그 숫자는 4만9581명, 전체의 38.5%다.
따라서, 이번 개편에 의한 예상 1주택 수혜자 수는 10만4097명, 80.7%가 감세 수혜를 얻게 된다. 종부세 개편의 한 축은 명백한 1주택자 감세인 셈이다.
나머지 2만4816명(19.3%)은 1주택자 종부세 증세 대상이 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높은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교활하게도 종부세 개편 효과를 설명하면서 시가 20~30억(감세 구간) 다음에 40억을 설명한 게 아니라 증세 효과가 크게 부각되는 시가 50억으로 넘어갔다.
이해는 된다. 아마도 1주택자 가운데 80%나 종부세를 깎아주고, 아무 것도 안 하면 핀셋감세라고 욕 먹을 테니 초고가 주택 과세를 강화했다는 명분을 또렷이 하고 싶어서 저 구간을 찾아낸 걸 거다.
아무튼 재경부 자료를 토대로 추산해보면 시가 40억 구간은 62만5000원 정도 증세효과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260만원 정도에서 320만원 정도 증가하는 셈이고, 시가 40억짜리 집에 살면서 60만원에 세금 폭탄 운운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과세표준 6억~20억 구간의 숫자는 2만3137명).
시가 50억짜리 집은 과세표준 20억 초과 구간에 속할 텐데, 2024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1679명, 상위 1.3%에 불과하다. 시가 50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에게 500만원 정도 보유세 더 내라는 게 시장이 벌벌 떨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손해 보기 싫어하는 당국
8월 4일 MBC 100분 토론을 보면, 정부가 종부세 1주택자들 상당수에 대해 감세 조치를 했음에도 부동산 인간들은 쌍심지를 켜고 노려본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번 개편안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존치 등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에 대해 물러서는 모습, 부동산에 대한 지지까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세금 이렇게 올리면 되겠느냐는 힐난만 사방에 가득하다.
그냥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괜히 서민 운운, 수요자 운운하지말고,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은데, 세금으로 수익률 떨어지면 가격 올리고 싶다고 솔직하게 심보를 말했으면 좋겠다.
수요자는 비싼 집 살고 싶으면 비싼 돈 내야 하는 거다. 세금 어떻게 바뀌든 싼 값에 비싼 집에서 살 수는 없다.
그리고 세금은 가격 잡는 장치가 아니다. 이자율처럼 수익률을 조정할 뿐이다. 1주택이든 다주택이든 가격상승률 – 금리 – 세금에서 남는 돈(수익)이 많으면,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어 있다.
갭투자 못 할 거 같아 두렵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그건 계산기에 맡길 일이다. 보유세를 물고도 수익을 난다면 홀딩하는 게 맞다. 그건 개인의 투자 자유지, 세금이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이런 것까지 전세매물이 줄어든다고 걱정한다면, 오지랖도 참 넓다고 말하겠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 2~4시간을 출퇴근이나 등교로 쓰는데, 용산~강남 살지못하면 강남 8학군 못다니고, 강남 직장 못 다니는 건 아니다. 용산‧강남 안 살면, 무시하는 풍조가 있다는 건 알지만, 나라가 비뚤어진 심보를 챙겨주는 탁아소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 세금 거두지 말아야 할까. 그런 나라는 100% 망한다. 특히 돈 많이 버는 데에 세금을 안 거두면 필연적으로 망하게 된다.
그리고 세금은 그저 필요해서 걷는 거다. 돈 많이 버는 곳에서 더 거둔다. 그 뿐이다.
종부세는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세금이다. 지금 수도권에 몰빵했다가는 한국은 수도권에 고립되어 인구감소와 성장률 고착으로 점점 죽어가는 길 밖에 없다. 잘 사는 사람들은 더 화려하게 빛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화려함을 구경하며 식어갈 것이다. 그래서 지방균형발전이 필요하다.
한국 부동산 세금이 문제인 건, 돈 많이 버는 곳에서 더 거둔다. 이 간단한 원리를 못 지켜서다.
이번 개편안도 종부세 주택수 기준을 가액 기준으로 바꿔놨으면서 그 효과가 반감되는데, 실거주자를 우대한다는 인상을 만들기 위해 기본공제에서 거주 비거주를 따지고, 2억 비과세를 민 만큼 세율을 살짝 조정하고, 조정대상지역이냐 그 외 지역이냐, 지나치게 복잡하다.
업자들은 이미 이걸 분석해 새로운 전술을 만들 것이고, 과세 들어가면 실거주 유무를 두고 행정심판과 소송이 벌어질 것도 분명하다.
기계장치는 복잡하고 정교할수록 망가지기가 쉽고, 고치기가 어렵다. 돈 많이 버는 곳에서 더 거둔다는 단순한 원리를 썼다면 이럴 필요가 없다.
선거를 생각하니 많은 걸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세금은 뭘 어떻게 거둬도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가격과 수익, 이런 거에 사로잡힌 부동산세제는 계속 누더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세금에선 필요한 건 공익을 최대화하고, 정치적 손해를 최소화하는 결단이다.
이익 창조는 다른데서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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