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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6 (일)

[기자수첩] '투기성 전세' 잡으려다 실수요자 잡을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직장 발령으로 근무지가 바뀌거나 자녀의 학교 진학, 고령 부모 돌봄, 장기 치료 등의 이유로 자기 집에 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금융당국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되, 이처럼 불가피하게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사는 차주는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향만 놓고 보면 합리적으로 들린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다.

 

금융위원회는 비거주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규 보증을 막거나 한도를 줄이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대환을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구체적인 규제 대상과 적용 방식, 시행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규제의 명분은 분명하다. 주택을 보유한 차주가 자기 집을 임대한 뒤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집에 거주하는 방식이 투자 목적의 주택 보유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거주용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유보다 실제 거주에 정책상 혜택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거주라는 외형만으로 투기와 실수요를 가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직장을 옮겨 통근이 어려워졌거나 자녀의 학교 때문에 이사할 수 있다. 고령의 부모를 돌보기 위해 가까운 곳으로 거처를 옮기거나 장기간 치료를 위해 병원 인근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아닌 배우자의 전근은 어떻게 볼지, 같은 시·도 안에서 이동해도 취학 목적을 인정할지, 부모와 합가하지 않고 인근에 거주하는 것도 봉양으로 볼지에 따라 규제 대상은 달라진다.

 

대출을 받은 뒤 상황이 바뀌는 경우는 더 복잡하다. 전근이 끝나거나 자녀가 졸업했을 때 즉시 보유 주택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질병 치료가 예상보다 길어진 경우 어떤 증빙을 다시 내야 하는지까지 기준이 필요하다.

 

세부 규정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이 판단은 결국 은행 창구로 넘어간다. 은행은 차주의 인사발령서와 재학증명서, 진단서, 가족관계 등을 확인한 뒤 비거주 사유가 불가피한지 판단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상환 능력과 신용위험을 넘어 차주의 거주 사정까지 심사하게 되는 셈이다.

 

같은 사유라도 은행마다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준이 모호할수록 금융회사는 예외를 넓게 인정하기보다 대출을 거절하는 쪽을 택할 유인이 크다. 특히 보증기관이 부담하는 비율이 낮아지면 부실 발생 시 은행이 떠안는 위험이 늘어난다.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춘 것도 금융회사의 여신심사를 강화하려는 취지였다.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신규 대출 제한은 차주가 규제를 고려해 주거지와 자금 계획을 세울 여지가 있다. 반면 이미 실행된 대출의 연장을 막으면 차주는 짧은 기간 안에 대출금을 갚거나 집을 옮겨야 한다.

 

대출을 받을 당시 허용됐던 거래를 만기 시점에 새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기존 계약의 갱신 여부와 보증 연장을 분리해 적용할지, 규제 시행 전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을 보호할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투기성 전세대출을 차단하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규제 대상이 ‘비거주자’라면 반드시 비거주의 사유를 따지는 절차가 뒤따른다. 그 절차를 은행의 재량에 맡긴 채 규제부터 시행하면 창구마다 판단이 달라지고, 분쟁이 생길 때마다 금융회사가 책임을 떠안게 된다.

 

정부가 먼저 정해야 할 것은 규제 수위보다 명확한 적용 기준이다. 예외로 인정할 사유와 기간, 필요한 증빙서류는 물론 기존 차주에 대한 유예조치와 이의제기 절차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막아야 할 것은 투기 목적의 자금 조달이지, 자기 집에 들어가 살지 못하는 모든 사정이 아니다. 전근과 취학, 봉양의 불가피성까지 은행에 판단하라고 한다면 이는 대출 심사가 아니라 사실상 ‘거주 심사’가 된다. 예외 여부를 가리는 책임까지 은행 창구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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